卍 불교 교리 강좌

거울 속의 주인

갓바위 2022. 6. 2. 10:09

옛날 어떤 마을에 몹시 가난한 사람이 살았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빚을 졌지만 갚을 능력이 없었다.

그는 살아갈 길을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마침내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느 날 밤, 그는 몰래 집을 빠져나와 다른 마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누가 쫓아올까 싶어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는데, 문득 발에 걸리는 물건이 있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순간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발에 걸린 것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보석상자였다.

그는 숨을 죽이고 가만히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랬더니 상자 안에는 값비싼 보물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는 두 주먹을 쥐고 하늘에 감사를 올렸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더니 바로 이런 일을 두고하는 말이었구나.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는 보물상자를 들어올리려다 뚜껑에 거울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니 어떤 사내가 몹시 즐거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그는 거울 속의 사내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상자의 임자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화내지 마십시오."

사내는 보물상자를 조용히 내려놓고 다시 길을 떠났다.

 

*출전 : <<백유경>> 35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다.

돌려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그 주인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하지만 훔치기로 마음먹으면 거저 얻은 행운조차 불안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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