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한 번은 속일 수 있지만

갓바위 2022. 5. 29. 09:21

 

 

옛날 어떤 수행자가 계율을 어겨 교단에서 쫓겨났다.

그는 절에서 쫓겨난 후 길가에 앚아 슬피 울고 있다가 귀신을 만났다.

그 귀신 역시 죄를 저지르고 염라대왕에게 쫓겨난 신세였다.

 

먼저 귀신이 다가가 수행자에게 물었다.

"왜 우는가?" "절에서 쫓겨났습니다."

"쯧쯧, 나와 같은 신세로군."

 

문득 귀신은 수행자의 처지에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꼈다.

그래서 귀신은 수행자에게 동업할 것을 제의했다.

"내가 너를 도와서 많은 사람들이 공양을 하도록 만들겠다."

 

"누가 저 같은 파계승에게 공양을 바치겠습니까?"

"걱정할 것 없다. 다만 너는 공양을 받을 때마다 나에게 반을 나누어주면 된다."

수행자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자 귀신이 말했다.

 

"내 왼쪽 어깨에 올라타거라. 사람들의 눈에는 너만 보이고, 나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너를 태우고 하늘로 올라가면 마치 네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귀신은 수행자를 태우고 그가 쫓겨난 마을로 향했다. 수행자가 하늘을

날아다니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놀라 그가 도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정말 대단한 스님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땡추들이 저런 훌륭한 스님을 내쫓다니!"

 

마을 사람들은 곧 절에 몰려가 스님들을 꾸짖었다.

그런 다음 쫓겨난 수행자를 맞아 절 안으로 모셨다.

그리하여 그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많은 공양을 얻었다.

 

그는 약속대로 자신이 받은 공양의 절반을 귀신에게 나누어주엇다.

어느 날, 귀신은 다시 수행자를 태우고 하늘을 날았다.

한참 하늘을 날고 있을 때, 귀신은 멀리서 염라대왕이 오는 것을 보았다.

 

다급해진 귀신은 수행자를 버리고 급히 달아났다.

결국 수행자는 하늘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출전 : <<잡비유경>> (도략 集) 5

한 번은 속일 수 있다.

그러나 영원히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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