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볏짚 한 묶음으로 나라를 사다

갓바위 2022. 5. 27. 09:18

 

어떤 나라에 시장의 물건값을 정하는 대신이 있었다.

어느 날, 왕이 그 대신을 불러 말했다.

"왕궁에서 사들이는 물건은 값을 낮추어 매기시오.

그렇지 않으면 왕궁의 재산은 머지 않아 탕진될 것이오."

 

그러자 대신이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백성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물건값이 공정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비록 폐하께서 구하는 물건이라도 물건값을 싸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왕은 화를 내며 대신을 내쫓았다.

그런 다음 그의 후임으로 사기꾼 한 사람을 골라 대신의 자리에 앉혔다.

이후 사기꾼은 물건의 가치에 상관없이 마음대로 물건값을 매겼다.

 

그의 말 한마디면 시장에서의 물건값이 정해졌다.

어느 날, 이웃나라에 사는 말 장수가 명마 500필을 몰고 와 시장에 내놓았다.

말에 욕심이 난 왕이 사기꾼을 불러 말했다.

 

"내가 말 50필을 모두 사들이겠소. 그러니 값을 낮추어 매기시오."

이튿날, 사기꾼은 왕이 보는 앞에서 명마의 값을 매겼다.

"이 500마리의 말의 값은 볏짚 한 묶음의 값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500마리 말을 모두 마구간에 몰아넣었다.

그러자 말 장수는 예전에 쫓겨났던 대신을 찾아와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했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대신이 말 장수에게 말했다.

 

"명마500필 값으로 이 나라를 다 갖는 방법이 있지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 말대로 해보시오."

그러면서 대신은 말 장수에게 꾀를 하나 일러주었다.

 

말 장수는 대신이 일러준 대로 사기꾼을 만나 뇌물을 듬뿍 주었다.

그리고 이튿날이 되자 다시 궁궐로 들어가 왕을 알현했다.

 

"폐하, 아 나라에서는 500필의 명마의 값이 벗짚 한 묶음 값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볏짚 한 묶음의 값은 도대체 얼마입니까?

난감해진 왕은 사기꾼을 불러 물었다.

 

"볏짚 한 묶음의 값은 얼마요?" 곤란해진 사기꾼도 대충 얼버무렸다.

"볏짚 한 묶음의 값은 이 도성과 성 밖의 땅을 모두 매긴 값과 같습니다!"

사기꾼의 말에 말 장수는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그렇군요. 그럼 저는 볏짚 한 묶음으로 이 나라를 사겠습니다.

저에게 말 값을 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이 나라의 왕입니다."

 

순간 왕은 깜짝 놀라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다, 그게 아니다."

왕은 창피한 나머지 사기꾼을 내쫓고 다시 옛날 대신을 불러들였다.

 

*출전 : <<본생경>>5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편법을 쓰는 사람은 결국 그 편법에 의해 대가를 치른다.

불교가 정말 좋아지는 불교 우화

'卍 불교 교리 강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번은 속일 수 있지만  (0) 2022.05.29
이유 있는 앙갚음  (0) 2022.05.28
까마귀와 요리사  (0) 2022.05.26
보이지 않는 손  (0) 2022.05.25
알면 다쳐  (0) 202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