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알면 다쳐

갓바위 2022. 5. 24. 10:36

 

지나간 발자국의 흔적을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소년이 있었다.

왕이 그 소문을 듣고 소년을 궁궐로 불러 물었다.

"너는 어떤 재주를 갖고 있는가?'

 

"저는 보이지 않는 발자국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12년 동안 도둑맞은 물건이 있으면 그 자취를 따라가 찾을 수 있을 정도지요."

왕은 소년의 재주를 기특하게 여겨 하루에 천금씩 주며 곁에 머물도록 했다.

 

하지만 소년이 별반 하는 일도 없이 엄청난 대우를 받게 되자 궁궐안에 시기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궁궐의 사제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사제가 왕을 찾아와 말했다.

 

"세상에 그런 재주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한번 시험해보십시오."

왕도 사제의 말이 옳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왕과 사제는 궁궐의 창고에서

귀중한 보물을 빼낸 다음, 궁성을 세 번 돈 뒤 사다리를 놓고 담을 넘어 재판소에 들렸다.

 

그리고 다시 연못가로 가서 그곳을 세 바퀴 돈 후 연못 속에 보물을 숨겼다.

왕이 소년을 불러 물었다.

"간밤에 창고에서 보물이 없어졌는데 누구의 소행인지 알겠는가?"

 

"도적은 두 사람입니다."

소년은 먼저 왕의 침실로 간 다음 그곳에서 나와 궁성을 세 바퀴 돌았다.

이윽고 담 앞에 이르자 소년이 말했다. "사다리를 빌려주십시오."

 

소년은 사다리를 타고 넘어 재판소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연못으로 가 그 주위를 세 바퀴 돈 뒤 연못 속에서 보물을 찾아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감탄해 마지 않았다. 왕도 너무 신기한 나머지 소년에게 물었다.

 

"네가 발자국을 찾을 수 있지만, 도둑까지 잡을 수 있겠는가?"

소년이 대답했다. "도둑은 이곳에 있습니다." "그게 누구인가?"

왕이 다그치자 소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물건을 모두 찾았는데 도둑은 잡아서 무엇하겠습니까?"

그러자 왕은 소년의 능력에 다시금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반드시 도둑을 잡고 싶다. 그러니 어서 말하라."

 

하지만 소년은 또다시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럼 이자리에서 도둑을 말해도 되겠습니까?" "그렇다."

 

소년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도둑은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왕과 사제입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여왔다.

 

"나라의 재산을 몰래 감추어두고 엉뚱한 사람을 도둑으로 몰려 하다니!"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왕과 사제를 노려보더니 이내 몽둥이를 들고 왕과 사제를 내쫓았다.

 

*출전 : <<본생경>> 432

한 가지를 확인했으면 더 이상 의심하지 말라.

덧없는 의심은 자신의 허물만 드러낼 뿐이다.

불교가 정말 좋아지는 불교 우화

'卍 불교 교리 강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마귀와 요리사  (0) 2022.05.26
보이지 않는 손  (0) 2022.05.25
되로 주고 말로 받다  (0) 2022.05.24
악한 사람의 운명  (0) 2022.05.23
은혜를 모른 자, 화 있을진저  (0) 2022.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