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되로 주고 말로 받다

갓바위 2022. 5. 24. 10:32

 

어떤 마을에 큰 부자가 살았다.

그런데 부자가 죽자 어리석은 아들이 어머니를 부양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아들이 나이가 들자 어머니는 인근의 부잣집 딸을 며느리로 맞았다.

 

아들 부부는 한동안 어머니를 부양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아들 부부에게 자식들이 생기자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점점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없애버리기로 작정하고 매일 남편과 시어머니 사이를 이간질했다.

 

"저 할망구 때문에 못살겠어요. 없애버리든지 쫓아버리든지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난 집을 나가버릴 거예요.

아들은 아내의 투정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아내의 이간질이 심해지자 아들도 점차 아내의 말을 믿게 되었다.

이윽고 그는 늙은 어머니를 버리고 사랑스런 아내와 행복하게 살기로 했다.

아들 부부가 어머니를 없애버리기로 한 날, 마침 멀리서 장모가 찾아왔다.

 

아들 부부는 장모를 어머니의 방에 함께 재운 후 잠이 들기를 기다렸다.

마음의 준비를 끝낸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할망구가 잠들었을 때 침대째 강에 던집시다.

그럼 악어 밥이 될테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아내는 그렇게 말한 다음 시어머니의 침대에 끈을 매어 표시를 해두었다.

 

부부는 가족들이 모두 잠든 뒤 행동에 들어가기로 하고 짐짓 자는 척했다.

잠자리에 든 아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아내가 사랑스러워도 어머니를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아들은 몰래 일어나 어머니의 침대에 묶여 있던 끈을 풀어

장모의 침대에 바꾸어 매었다. 그러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아내를 깨웠다.

"바로 지금이오, 어서 갖다버립시다."

 

두 사람은 몰래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가 끈을 묶어두었던 침대를 끌어냈다.

그러고는 어둠을 틈 타 깊은 강물 속에 던져버렸다.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며느리는 깜짝 놀랐다.

 

간밤에 내다버린 사람은 시어머니가 아니라 친정어머니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며느리는 더욱 독이 올랐다. 하지만 예전의 방법으로는

남편을 설득할 수 없음을 알고 짐짓 뉘우치는 척하며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가 잘못 생각했어요. 이제부터는 어머님께 효도를 다하겠어요."

그날 이후 며느리는 지성껏 시어머니를 모셨다.

마을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하자 남편은 더할 수 없이 기뻤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제가 어머니를 봉양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만일 어머님게서 극락에 태어나서 천사들의 봉양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당신은 혹시 하늘에 태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요?"

남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했다.

"수행자들은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정화시킴으로써 천상에 태어난다고 들었소."

 

"그렇군요. 그럼 어머님도 그렇게 하시면 하늘에 태어날 수 있겠군요."

아내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남편은 이번에도 아내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우선 아들 부부는 화장터에 장작더미를 높게 쌓은 다음 친척들을 불러 잔치를 열었다.

 

그런 다음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고 노래를 부르며 하루종일 놀았다.

이윽고 밤이 되자 손님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손님들이 떠나자 부부는 잠들어 있는 어머니를 화장터의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부부가 잠시 불씨를 가지러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어머니는 마침 잠에서 깨어났다.

어머니는 자신이 장작더미 위에 누워 있음을 알고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얼른 다른 송장을 메어다 장작 위에 올려놓은 다음 재빨리 화장터를 벗어났다.

 

부부는 사람이 바뀐 줄도 모르고 장작더미에 불을 질렀다.

화장터에서 도망친 어머니는 정신없이 뛰었다.

한참을 뛰다보니 날은 점점 어둡고 바람도 매서웠다.

 

마침 어머니는 빈 동굴 하나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쉬어가기로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동굴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가까운 곳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한 무리의 도둑들이 훔친 보물을 펼쳐놓고 서로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그 모습을 훔쳐보고 있던 어머니는 너무 긴장한 나모지 재치기를 하고 말았다.

깜짝 놀란 도둑들이 바라보니 동굴 안에 백발을 한 노인이 온 몸에 검정을 묻힌 채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도둑들은 그 모습을 보고 까무러치며 외쳤다.

 

"귀신이다!''도둑들은 훔쳐온 물건들을 챙기지도 못한 채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

도둑들이 사라지자 어머니는 그들이 남긴 보석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를 본 아들 부부 역시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가져온 보물들을 며느리 앞에 쏟아놓으며 말했다.

"저승에 갔더니 많은 보물을 주며 돌아가라고 하더구나.

하지만 나는 늙고 힘이 없어 다 가져오지는 못했다.

 

다음에 젊은 사람이 오면 더 많이 주겠다고 하더구나."

그 말을 들은 며느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늙은신 시어머님께서 힘이 약하여 많이 가져오지 못하셨으니

제가 가면 얼마든지 얻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남편은 이번에도 아내의 말을 믿었다.

 

아내는 즉시 화장터로 달려가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며 남편에게 말했다.

"곧 돌아오겠어요. 무거운 보물을 집까지 옮기려면 당신 힘이 필요할지 모르니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거세게 타오르던 불꽃이 며느리의 몸을 삼켰다.

얼마 후 남편은 새까맣게 타버린 몇 줌의 재와 아내의 뼈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출전 : <<잡보장경>> 권10 . 119 / <<본생경>> 432

작은 잘못도 커다란 악업惡業으로 되돌아온다.

하물며 가족을 해치는 일이겠는가.

선을 행하면 반드시 보답을 받듯이, 악행 또한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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