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명의와 긍의자식들

갓바위 2022. 5. 31. 09:36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곳에 천하 명의가 한 사람 있었다.

그는 매우 총명하고 맥도 잘 짚고 약방 문에도 능하여 모든 난치병을 잘 고쳤다.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그는 자복자(子福者)여서 많은 자식들이 있었다.

어느날 그는 용무가 있어서 외국엘 갔다.

그런데 그가 집에 없는 동안 아이들이 잘못하여 독약을 먹고서 큰 소동이 났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때 마침 아버지가 돌아왔다.

독약을 먹은 아이들 중에는 정신 이상을 일으킨 아이도 있었고 좀 괜찮은 아이도 있었다.

그들은 아버지가 돌아온 것을 보고 대단히 기뻐하며,

 

『마침 잘 돌아 오셨습니다. 저희들이 어리석은 탓으로 독약을

잘못 먹고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들을 살려주십시오.』

 

명의인 아버지는 아이들의 절실한 애원과 괴로워하는 모양을 보고

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하여 여러 가지 처방으로 생과 냄새와 맛을 곁들인

약초로 약을 조제하여 아이들에게 주면서,

 

『이 약은 색깔도 좋고 냄새도 좋으며, 맛도 기막히게 좋다.

자, 어서들 먹어라. 금방 고통이 없어져서 편안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 중에서 본심을 잃지 않았던 아이는 그 신통한 약을 먹고

아픔과 괴로움이 씻은 듯이 가져서 즉시 회복이 되었지만, 본심을 잃었던 아이들은

아버지의 귀가를 반가워하고 치료 받기를 원하긴 하였지만 약을 먹으려 들지는 않았다.

 

그들은 독약 때문에 정신이 나가서 모처럼의 좋은 약도 그것을 양약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불쌍한 아이들이다. 그들의 마음은 독약 때문에 깊은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내가 돌아온 것을 기뻐하고 치료 받기를 원해서 이렇게 좋은 약을 주었는데도

감히 먹으려 하지 않는다. 옳지, 한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러면 저희들도 이 약을 먹을 것이다.>

 

아버지는 조용히 그들에게 말했다.

『나는 이미 늙어서 죽을 때가 멀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약은 여기에 놓아 줄 터이니

아무 때고 먹어라. 먹기만 하면 병은 반드시 나을 터이니 아무 걱정도 하지 말아라.』

아버지는 이와 같은 말을 남기고 다기 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서 집으로 전간을 보냈다.

『너희들의 아버지는 외국에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정신이 돈 아이들은 그래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크게 슬퍼하며,

 

<아버지가 계셨으면 인자한 마음으로 우리들의 병을 고쳐 주시려고 애를 쓰실 텐데

이제는 불행히도 우리들을 남겨 두고 타향에서 돌아가셨다.

이미 어머니도 안계신데 지금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셨으니 우리들은 고아의 신세가 되었다.

우리들의 병을 고쳐 주는 것은 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이 약밖에는 없는 것이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린 그들은 마침내 잃었던 본심을 되찾아서

아버지가 두고 간 색향미미(色香美味)의 약을 먹었다.

약을 먹은 그들은 그렇게까지 자기들을 괴롭혔던 독의 병에서 나을 수가 있었다.

 

타향 땅에서 아이들을 걱정 하고 있던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이들이 모두 전쾌했다는

길보를 듣고 급히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서 자초지종 이야기를 하고

부자가 서로 껴안고 즐거워하였다. 그래서 집안은 먼저 대로 행복한 낙원이 된 것이다.

부처님이란 천하 명의도 또한 그러하다. 먼 옛날부터 본심을 잃고

『깨달음』을 모르는 사람들을 제도(制度)하기 위하여 방편을 가지고

가끔 열반을 풀어주시는 것이다. 석존께서는 이러한 의미를 다음과 같이 교차하신다.

 

『명의는 색향미미의 양약으로 방편을 쓰시어 미친 아이들을

고쳐주시려고 살아계시면서도 죽었다고 전갈을 하신다.

이것을 누구는 거짓이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이다. 나 또한 모든 사람의 아버지로서

온갖 고뇌를 덜어주려는 자비심과 뜻을 가졌기에

본심을 잃고 미쳐버림을 보고 실은 세상에 있으면서도

그 독의 병을 고쳐주기 위하여 입멸하였다고 방편을 쓴다.

영원히 나의 끗을 모르는 자는교만과 방종에 사로잡혀서

번뇌의 심연(深淵)에 빨려 들어가 마침내는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리라.

나는 항상 사람들이 불도에 정진함과 태만함을

거울같이 환하게 알고 있으므로 여러 가지 방편으로 불법을 푼다.

나는 늘 염원하기를 세상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깨달음』의 경지로 인도하여 부처가 되게 할 것인가 생각을 한다.

관련 경전 : 법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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