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목갈라나와 마귀(1)

갓바위 2022. 6. 1. 09:26

석존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석존께서 봉기국(國) 묘화산(妙華山)의 취록원(聚鹿苑)f에 가신 일이 있었다. 

그때 목갈라나 존자도 함께 석존을 수행했다가 밤중에 되돌아오게 되었다.

 

그때 악마가 다가와 모양을 변화시켜 형태를 없애버리고 목갈라나 존자의 복중(服中)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 때문에 목갈라나 배가 캥기고 뱃속에는 쿨쿨쿨 마치 천둥 같은 소리가 나며

굶주린 자가 무거운 짐을 등에 진 것처럼 기진맥진한 느낌이었다.

 

목갈라나 존자는 이러한 용태를 수상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삼매(三昧)에 들어가 그 근원을 살펴보았더니 악마가 그 모습을 없애고

자신이 복중에 들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갈라나는 복중의 악마를 꾸짖었다.

『빨리 나와, 빨리 나와라. 부처님이나 제자분들을 괴롭혀서는 안 되느니라.

만약 괴롭히면 너는 당장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알겠나?』

악마는 목갈라나의 꾸지람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흥, 이 중은 오늘날까지 나를 보지 못했으니까 나를 알 턱이 없지.

그런데도 제멋대로 빨리 나오라는 둥 말라는 둥, 부처님과 제자분들 괴롭히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둥 지껄이고 있군. 제 스승인 부처님도 나를 모르는데

제자인 신분에 제가 스스로 내 소재를 알 턱이 없어. 그렇지만, 저렇게 분명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 중이 뱃속에 들어온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

 

악마는 생각 끝에 마침내 결심을 하고 목갈라나 존자의 배 밖으로

튀어나와서 그 몸을 목갈라나 존자의 눈앞에 나타내었다.

목갈라나는 악마를 향해 다음과 같은 과거의 인연을 설법하였다.

 

옛날에, 그것도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옛날 세상에

쿠루지(拘樓秦)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을 때 나는 악마였었다.

내 이름은 진한(嗔恨)이라고 불렀으며, 누이가 한 사람 있었는데 이름은 암흑(暗黑)이었다. 

 

누이에게는 한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이야말로 지금의 바로 너였다. 

이런 까닭에 나는 그 때부터 너를 잘 알고 있다.

쿠루진불(佛)의 제자에 고우온과 치소우의 두 사람이 있었다.

 

고우온이라고 불리운 것은 그가 범천(梵天)에 살면서 소리를 한 번 크게 지르면

그 목소리가 삼천대천 세계에 골고루 들리기 때문이었다. 

 

치소우란 이름은, 그가 어느 때 나무 아래 앉아서 삼매경에 들어 있는데,

그 앞을 지나던 양치기, 소먹이꾼, 숯구이꾼 등 여러 백성들이 이 승려를 모두 죽은

사람인줄 알고 땔나무와 풀 등을 짊어지고 가다가 내려 가지고 화장을 했다. 

 

치소우는 타오르는 불길에 몸이 뜨거워지자 비로소 삼매정적(三昧靜寂)에서 깨어났다.

그는 불길 속에 앉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에 묻은 재를 툭툭 털고, 다시 법목의

깃을 가다듬었다. 바리때(鉢)를 쥐고 성읍 부락을 향해 걸식(乞食)하러 나갔다.

양치기, 소먹이꾼, 숯구이꾼들은 불속에서 일어서는 승려를 보자 간담이 서늘했다.

 

『어휴, 놀랄 일이다. 숨을 쉬지 않으니까 꼭 죽은 줄 알고 화장해 드리려는데

돌연히 벌떡 일어나 가 시지 않겠어. 이것은 죽은 것이 아니고 지각사상(知覺思想)에 있었던 거야.』

이렇게들 서로 떠들어대며 그로부터 이 승려를 치소우(智想)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승려들의 광경을 본 마귀는 마음속에 생각했다.

 

(이 승려들은 스스로 지계청정(持戒淸淨)의사문(沙門)이라 부르며,

묵묵적연(默默寂然)히 심오한 생각에 머리를 떨구고 있다.

마치 개나 고양이가 쥐를 잡으려고 숨을 죽이고 가만히 노리고 있다가

쥐가 나오면 갑자 기 내리 덮쳐서 잡아 죽이는 것과 비슷하다.

 

또 이를테면 학이 물고기를 잡으려고 가만히 목소리를 죽 이고 있다가 물고기가 나오면

단숨에 잡아 삼키는 것과 같다. 또 말하자면 큰 당나귀가 낮에는 무거운 짐을 지고

밤에는 기갈(飢渴)에 지쳐 먹을 것을 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문(沙門)의 선사(禪思)란 욕구를 향해 움직이고자하는 잠시 도안의 침정(沈靜)이고,

구(求)하는 바가 있어 행하는 사념이다

 

그들 승려를 괴롭히기 위해서 나는 이 나라의 장자들이나 바라문에게 승려들의

나쁜 짓을 선전하고 그 들을 잡아서 매로 치게 하며, 욕하고, 그 곳을 찢어주고,

그들의 바릿대(鉢)를 부셔버리고, 그들의 머리 를 깨뜨려 주리라.)

관련 경전 : 폐마시목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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