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말 먹이 보리(6)

갓바위 2022. 5. 29. 09:28

 

왕은 다시 석존에게 도움을 청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데 여기에 머무시어 저에게 여러분이 일생동안의

음식과 탕약과 의복과 침구를 공양 할 것을 허락해 주십시요.』

 

『왕이여, 아직 해탈(解脫)하지 못한 자가 무수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까운 시일안에 열반(涅槃)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나는 왕의 공양을 받고 이곳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러하시다면 그저 七년, 그것도 안 되신다면

七개월, 혹은 七일 동안이라도 공양을 받아주십시요.』

그러나 석존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으셨다. 왕은 또다시 애걸했다.

 

『세존이시여! 그러하시다면 내일만이라도

궁중에서 제게 자그마한 공양을 바칠 것을 용납해 주십시요.』

석존은 이 청원마저 물리친다면 왕은 반드시 더러운 피를 토하고

죽어버릴 것이라고 생각되어 어쩔 수 없이 이를 허락하시었다.

 

왕은 석존으로부터 공양의 허락을 받자 기뻐서 궁으로 돌아가

대신들과 의논하여 갖가지 음식을 장만했다.

그 이튿날 아침, 석존은, 승들을 데리시고 궁성으로 가 왕의 공양을 받고

왕을 위하여 설법을 하고 성 밖, 거처로 돌아오셨다.

 

이리하여 비란테이성 밖에서의 우안거는 끝났다.

승들은 각기 옷을 고치고 초암(草庵)을 부수고 바리를 들고 부처님께로 모였다.

승들 가슴에는 하나의 의혹(疑惑)이 있었다. 그들은 부처님께 향해 그것을 물었다.

 

『세존이시여! 삼대겁(三大劫)의 긴 세월 동안, 두목수족(頭目手足)을 버리시고

그 수행으로 무상의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께서 어찌하여 우리들 四백九十八인의 승과

三개월 동안, 이 성에서 말이 먹는 보리를 잡수시지 않으면 안 되셨습니까?

또 어찌하여 사리붓타와 목갈라나, 이 둘만이 천상의 음식을 공양받았던 것입니까?』

 

『승들이여, 나는 옛날 이러한 업보를 받을 일을 해 놓았던 것이다.

배롤 백겁(百劫)을 지날지라도 만들어 놓은 업은 사라지지 않고

인연(因緣)이 맺어질 때 마침내 그 업보는 내게로 돌아오도다.』

 

석존은 이렇게 말하고 다음과 같은 옛날 이야기를 하셨다.

옛날, 비바시여래라고 하는 부처님이 八만四천의

승들과 함께 친혜성(親惠城)의 교외에 살고 있었다.

 

그 무렵, 진혜성 안에 五백의 동자를 가르치고 있는 한 사람의 바라문이 있었다.

온 나라 사람들은 이 바라문을 산여래와 같이 존경하고 섬기며

공양을 하고 있었으나 비바시여래가 이 성안에 나타남에 따라

그 명성은 땅에 떨어지고 다시는 공경공양(恭敬供養)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바라문은 부처님이나 승들에 대해 마음 속 깊이 질투를 품게 되었다.

어느날 아침 일찍, 바라문은 도성에 들어가 동냥을 해서 맛있는 음식을 그 바리속에

그득 담아 돌아가려고 했다. 그 때 바라문은 승을 불러 세우고,

『무엇을 얻었는가? 내게 그 바리 속을 보여다오.』 고 말했다.

 

승들은 시키는대로 정직하게 바리를 보인 즉, 바라문은 五백명의 제자들을 돌아다보고,

『이렇게 맛있는 것을 얻을 자격은 이놈들에게는 없다.

말먹이 보리를 얻어먹는 것이 마땅할 노릇이다.』

 

라고 욕을 했다. 그러자 그의 제자들도,

『그렇구 말구요. 스승님이 말씀하신대로 말 먹이 보리라도 얻는 것이 좋을껄요.』

라고 입을 모아 지껄였다.

 

그러나 그중에 두 명의 영리하고 순진하게 생긴 동자가 있어서 그 바라문을 나무라며,

『스승님! 그런 욕을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이 분들은 귀하신 분들로 천인의 공양을 받을 분들이십니다.

하물며 인간의 공양을 이러쿵 저러쿵 말씀하실 것이 아닙니다.』 라고 말했다.

 

『승들아! 그 때의 바라문은 나의 전신이다.

그리고 五백의 제자들이란 지금의 너희들이다.

두 명의 똑똑한 동자는 지금의 사리붓타와 목갈라나의 전신이다.

 

이 악담의 업보로 이 성밖에서 나와 너희들 四백九十八명의 승은

말 먹이 보리를 먹고 사리붓타와 목갈라나는 이 욕설에 가담하지 않은

선인(善因)에 의해 삼봉산에서 천인의 공양을 받은 것이다.

 

내가 항상 발하드싱 악업에는 나쁜 업보가 있고 선업에는 좋은 업보가 있는 법이다.

너희들은 이것을 마음에 명심하고 수행에 힘쓰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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