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말 먹이 보리(3)

갓바위 2022. 5. 24. 10:41

 

석존은 다시 아난에게 명하셨다.

『아난아, 너는 주(籌 = 인명을 세는 소찰(小札))을 가지고 승들한테 가서 이렇게 말해다오.

「三개월 동안, 말먹이 보리를 먹고서라도 부처님과 함께 이곳에 머물러

안거(安居)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주를 가지라.」고.』

 

아난은 석존께서 명하신대로 주를 가지고 승들에게 가 일러주었다.

석존께서 먼저 주를 뽑으셨다.

잇달아 四백九十八명의 승들은 모두 주를 뽑아 말 먹이 보리를 먹더라도 부처님과 함께

안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단지 사리붓타(舍利佛)와 목갈라나 이 두 사람만이 주를 뽑지 않았다.

 

사리붓타는 석존께 아뢰었다.

『부처님! 저는 중풍(中風)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三개월 동안, 여러분과 함께 말 먹이 보리를 먹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목갈라나도 뒤따라 말했다.

 

『부처님! 저는 사리붓타를 간호해야 함으로 이곳을 떠나야 하겠습니다.』

이리하여, 석존과 四백九十八명의 승들은 비란테이 성밖, 연목수 아래에서 상주가 준

말 먹이 보리를 먹으며 안거하였는데, 사리붓타와 목갈라나의 두 장로(長老)는

삼봉산(三峯山)으로 가 천인(天人)의 공양을 받고 한 여름 삼 개월 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이렇게 북방에서 온 상주는 매일 말이 먹는 먹이를

석존에게 두 되, 다른 승들에게 한 되씩을 공양했다.

석존은 두 되의 보리를 아난에게 건네주며,

『아난아, 미안하다만, 이 보리를 나를 위해 요리해다오.』

 

아난은 이 보리를 가지고 마을로 내려가 한 노파에게 요리를 부탁했다.

그러자 그 노파는,

『성자님, 보시다시피 나는 늙어 빠져서 이 보리를 요리해 드릴 기운이 없습니다.

우리 집 옆집에 젊은 아가씨가 살고 있습니다. 부디 그 아가씨에게 부탁해 주십시요.』

 

그래서 아난은 그 옆집 아가씨에게 부탁했다.

『아가씨, 부처님이 잡수시는 것입니다. 이 보리를 맛있게 요리해 줄 수 없습니까?』

처녀는 기꺼이 승낙해 주었다.

 

『해드리고 말고요. 맛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음식이 될 동안 저와 얘기해 주셔요.』

그녀는 아난으로부터 보리를 받아 남비에 넣고 불에 올렸다. 그리고는 아난에게 말을 건냈다.

『성자님! 부처님이란 이름은 대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아난은 이 처녀에게서 이렇게 질문을 받고 생각해 보았다.

부처님의 이름은 의리(義理)가 깊고 해석하기 힘들다.

아무리 여기서 이 뜻을 설명해 보여도 이 처녀로서는 도저히 이해 못할 것이다.

 

그보다도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얘기를 하는 편이 알기 쉬울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그녀의 물음에는 상관하지 않고 전륜성왕의 일곱 개의 보물 얘기를 시작했다.

 

『누이여, 전륜성왕의 일곱 개의 보물 얘기를 합시다.

전륜성왕이 이 세상에 태어나시자, 잇달아 일곱 개의 보물이 나타났습니다.

 

일곱 개의 보물이라 함은 윤보(輪寶), 상보(象寶), 마보(馬寶),

주보(珠寶), 여보(女寶), 주장신보(主藏臣寶) 등의 일곱 가지입니다.

 

이제부터 일곱 가지 보물이 나타나는 광경을 얘기해 드리죠.

전륜성왕이 되실 국왕이 보름날 몸을 깨끗이 한 후, 모든 대신들을 거느리고 높은 누각에

오르시자, 동쪽으로부터 살도 굴레도 찬연한 금빛으로 번쩍이는 윤보(輪寶)가 눈부시게 날아왔습니다.

 

왕은 이것을 받아 높이 치켜들고 과거의 윤왕(輪王)과 같이 전 세계를 정복케 해달라고 축원했습니다.

그리하여 윤보는 왕과 사종(四種)의 군사와 함께 사방을 돌아 온 세계는 칼을 쓰지 않고 정복당합니다.

전륜성왕의 윤보는 이렇게 해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상보(象寶)라는 것은, 피부는 연꽃색을 하고 사지와 이빨과

꼬리도 원만하게 갖추어지고 훌륭한 모양을 한 코끼리입니다.

왕은 이 코끼리를 발견하고 조상사(調象師)에게 명하여 이것을 훈련시켰습니다.

조상사는 하룻사이에 이 코끼리를 길들여 왕에게 바쳤습니다.

 

왕이 이 코끼리에 타자 조반 전에 사천하(四天下)를 두루 다닐 수가 있었습니다.

전륜성왕의 상보는 이렇게 해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마보(馬寶)라는 것은, 피부는 감청색(紺靑色)을 띠고

머리는 검게 빛나는 보기에도 용감한 모양을 한 말입니다.

 

왕은 이것을 발견해 가지고 조마사(調馬師)에게 명하여 이 말을 훈련시킨 즉,

조마사는 하룻동안에 말을 길들여 왕에게 바칩니다.

왕이 이 말에 타자 조반 전에 사천하를 두루 돌 수가 있었습니다.

 

전륜성왕의 마보는 이렇게 해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주보(珠寶)라는 것은, 감색 유리빛을 띠고 맑게 빛나는 팔각형의 구슬입니다.

이 구슬은 모든 어둠을 비추고 밝게 해 주는 것입니다.

 

여보(女寶)라는 것은, 용모가 아름답고, 행실과 예의가 바른 점은 말할 나위도 없고,

입으로는 푸른 연(蓮)과 같은 향기를 뿜고, 피부로부터는 전단( 檀)의 향기를 피우며,

피부는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고, 누렇지도 않고, 붉지도 않고, 거칠지도 않고, 보드랍지도 않고,

키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추울 때 만지면 따뜻하고 더울 때 만지면 시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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