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말 먹이 보리(1)

갓바위 2022. 5. 21. 09:10

 

석존(釋尊)께서 비란데이국의 성밖, 연목수(練木水) 밑에서 살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바라문 출신으로 이 나라의 왕이 된 가쥬는, 석존이 자기의 성(城) 근처에 살고 계심을 듣고 생각했다.

 

「대국의 왕들은, 다투어 이 스님 고오타마를 공양하고자 한다.

이런 이웃 나라들에게서 조소를 받지 않으려면 나도 공양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그리하여, 그는 행렬을 갖추어 성을 나와 연목수 아래에 계시는 석존을 찾아 뵈었다.

왕의 수인사가 끝나자, 석존은 일장의 설법을 하시고 왕은 즐거이 듣고 있었다.

설법이 끝나자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世尊)이시여, 우안거(雨安居)동안 스님들의 음식,

탕약(蕩藥), 의복, 침구의 일체를 제게 공양시켜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석존이 묵묵히 이 청을 받아 주셨으므로 왕은 기꺼이 궁으로 돌아갔다.

 

가주왕은 궁으로 돌아와서 대신들을 불러 어명을 내렸다.

『짐은 경들에게 여름 三개월 동안 매일 열여덟 가지의 음식을 장만할 것을 명한다.』

왕은 또한, 널리 전국에 이러한 포령(布令)을 내렸다.

 

『어느 누구일지라도 이 여름 三개월동안 승 고오타마에게

음식을 공양할 것을 금한다. 만일에 이를 어긴 자는 그 목을 베겠다.』

 

왕은 궁중의 대신과 온 나라 백성에게 이와 같이

두 통의 칙령(勅令)을 내리고 침실에 들어가 잠들었다.

 

그날 밤, 왕은 하얀 차일로 궁성(宮城)이 뒤덮인다는 꿈을 꾸고, 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다.

왕은 침상(寢床)에 일어나 앉아 방금 꾼 이상한 꿈에 대해 생각했다.

 

「이것은 반드시, 불길한 징조임에 틀림없다. 왕위를 잃던가 목숨을 잃던가

이 두 가지 일이 내 신상에 일어남을 알리는 꿈에 틀림없다.」

 

날이 새자마자, 왕은 궁중에 시종하는 국사(國師)를 불러, 지난밤의 꿈의 길흉을 점치라 했다.

이 국사는, 석존에 대해 반감을 품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왕으로부터, 이 꿈의 의미를 질문 받고 은근히 생각했다.

 

「이 꿈은 좋은 징조이다. 그러나 좋다고 해몽하면, 왕은 승 고오타마를

더욱더 후하게 공양할 것이다. 나쁜 꿈이라고 풀이하자.」

그래서 그는 왕을 보고 말했다.

 

『왕이여, 이는 나쁜 징조인뎁쇼?』 『국사,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왕이여, 이 꿈은, 왕위를 잃던가 목숨을 잃던가 그 어느 것인가가 일어날 일을 알리고 있는 것인뎁쇼?』

왕은 이 말을 듣고 더욱더 놀라고 슬퍼하며 생각했다.

 

「간밤에 내가 생각한대로, 이 사나이도 말한다. 참으로 나는 왕위도 목숨도 잃어버리고 말 것인가?」

왕은, 국사를 향해 구원을 청했다.

『무슨 방법은 없을까? 왕위도 목숨도 버리지 않아도 좋을 방법은 없을까?』

 

그러자 국사는, 『이 한 여름 三개월 동안 아무도 만나시지 마시고

궁중 깊이 숨어 계시면 이 재난을 면할 수가 있으시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것으로, 이 재난을 피할 수 있다면 그야 쉬운 일이다.』

 

왕은 즉각 전국에 포령을 내렸다.

『이 한여름 三개월 동안, 여하한 사람일지라도 나를 보는 것을 금한다.

만일 이것을 범하는 자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

이렇게 해 놓고, 왕은 궁중 깊이 숨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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