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말 먹이 보리(4)

갓바위 2022. 5. 26. 09:13

 

아난이 여기까지 얘기했을 때, 마침 보리가 다 익었다.

그녀는 아난의 발밑에 꿇어앉아 합장하고 이렇게 발원(發源)했다.

 

『부처님의 보리를 삶아드린 공덕으로 부디 내세에는 전륜성왕의 여보로 태어나게 해주십시요.』

아난은 처녀로부터 삶은 보리를 받아가지고, 석존께 돌아와 이것을 바쳤다.

 

그러자 석존은, 『아난아, 이 보리를 요리한 것은 누구냐?』

라고 물으셨다. 『예, 어떤 바라문의 처녀옵니다.』

『아난아, 너는 그 처녀에게 어떤 얘기를 하였느냐?』

 

아난은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씀드렸다. 그러자 석존은,

『무엇 때문에 부처님의 공덕을 설하지 않았느냐?』

 

『세존님! 저는 부처님의 공덕은 너무나 깊어서, 그 처녀는

알지 못하리라고 생각되었으므로 전륜성왕의 덕을 말했던 것입니다.』

 

『아난아, 너는 잘못했다. 만일 부처님의 덕을 설했더라면,

그 처녀는 반드시 깨달음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처녀는

원력(願力)에 의해서 내세에는 반드시 전륜성왕의 여보로 태어날 것이다.』

 

이것을 들은 五백명의 처녀들은 승들에게로 가 그 보리를 요리하고 내세에는

먼저 처녀가 전륜성왕의 여보로 된다면 그 시녀(侍女)로 태어나게 해 주십사라고 축원했다.

 

그리하여 석존은, 아난에게서 보리밥을 받아 잡수시려고 하자,

아난은 이 모습을 보고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석존은 삼대겁(三大劫)동안 온갖 수행(修行)을 쌓고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으셨다.

지금은 어느 나라에 가셔도 그 왕은 부처님 발을 정례(頂禮)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 오셔서 어찌하여 말먹이 보리를 드시지 않으면 안 되었는가.」

 

그는 이렇게 생각하여 눈물을 주루룩 흘렸던 것이다.

석존은 아난이 우는 것을 보고 물으셨다.

「아난아, 너는 왜 우느냐?』 아난은 눈물을 닦고 대답했다.

 

『세존이시여, 전륜성왕이 되셔서 사천상하(四天上下)를 통치하실 신분이시면서도,

세상의 영화를 버리시고 출가(出家)하시어 삼대겁의 긴 세월 동안,

두목수족(頭目手足)까지 보시(布施)하시고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으셔서 하늘과 땅의 공양을 받을 자격을 갖추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토록 말 먹이 보리를 드셔야 하십니까?

『아난아! 너는 내 이빨 사이에 낀 한 알의 보리를 맛보지 않겠느냐?』

아난은 그 한 알의 보리를 간청했다.

 

석존은 이빨 사이에서 한 알의 보리를 꺼내 아난에게 주셨다.

아난은 좋아서 이것을 먹었다. 그러자 석존은,

『아난아,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어 본 일이 있느냐?』

 

『세존이시여! 저는 국왕의 일족(一族)으로 태어났습니다만,

태어나서 이제까지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석존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아무리 맛없는 것이라도 입 안에 들어가면

어떤 맛있는 것보다 더 맛있게 되는 것이 부처님의 공덕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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