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말 먹이 보리(5)

갓바위 2022. 5. 28. 09:06

이야기는 바뀌어, 비란테이국의 이웃 나라 왕들은 가쥬왕이 안거 중의

공양을 부처님께 청해 놓고 궁중에 숨어버렸기 때문에 부처님이 말 먹이 보리를 잡수시고

계신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제각기 힐문(詰問)의 사자(使者)를 보냈다.

 

여러 나라의 사자들은 비란테이의 궁성에 왔지만 한 여름을 지나지 않고서는

왕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궁 성문 앞에 기다리고 있지 않을 수 없었다.

 

사밧티(舍衛城)의 스닷타는 이 일을 듣고 五백대의 수레에 맛있는

울치쌀을 싣고 엄중히 꾸려 석존에게로 보내려고 했다.

악마는 이것을 보고 생각했다.

 

「나는 아난의 모습으로 둔갑해 가지고 도중에 기다리고 있다가 수레군에게 말을 건냈다.

『당신들은 어디로 가시려는 분들이십니까?』

그러자, 그들은 아난으로 변한 악마에게 대답했다.

 

『아난님, 가쥬왕은 부처님을 초대해 놓고는 숨어버렸다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말 먹이 보리를 드시고 계신다 합니다.

우리들은 스닷타님의 명령에 따라, 이 쌀을 부처님께 드리고저 비란테이국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러자 아난으로 변한 악마는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천인(天人)과 용신(龍神)과 야차(夜叉)가 부처님의 발(鉢)을

받들어 드리면 三十三 천(天)의 정묘(精妙)한 향선(香禪)을 그 발속에 넣습니다.

부처님이 말먹이 보리를 잡숫는다니 그런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습니까?

모두 거짓말입니다. 빨리 돌아들 가십시요.』

 

그러자 수레꾼들은,『여기까지 와 버렸으니, 좌우간 부처님께 가보기나 합시다.』

라고 말하면서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악마는 허공에 올라가 큰 비바람을 일으켜서는 수레바퀴 같은 비를 쏟아부어

그 五백의 수레를 진흙탕에 쓸어 넣어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수레꾼들은 하는 수 없이 소를 풀고 제각기 흩어져 가 버렸다.

이런 사건이 계속되는 동안, 어느덧 三개월은 지나가 버렸다.

안거가 끝난 날, 三개월 동안 말먹이 보리를 공양한 상주(商主)는 특별히

석존과 승들을 초대해서 여러 가지 성찬을 베풀어 공양했다.

 

공양이 끝나자 그는 다음과 같은 청원을 드렸다.

『세존이시여! 공양의 공덕으로 인해 저로 하여금 내세에 전륜성왕으로 태어나게 해 주십시요.

제가 타고 있는 말은 그 때의 태자(太子)로, 다른 五백마리의 말은 그 때의 아이로 태어나게 해 주십시요.

 

또한 부처님의 보리를 요리한 처녀를 그 때의 여보로, 승의 보리를 요리한

五백명의 처녀들을 그 때의 시녀로 태어나게 해 주십시요.』

석존은 이 청원을 들어주시고 말씀하셨다.

 

『상주여, 그대의 소원은 반드시 성취 될 것이다.』

한편, 궁중 깊이 숨어서 아무도 만나지 않았던 가쥬왕은 三개월의 기간이

지났으므로 사람이 그립고 누구든지 만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때에 아난이 궁 정문 앞에 와서 수문장에게,

『승 아난이 뵈옵고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대왕께 전해주시오.』라고 말했다.

수문장이 이 말을 왕에게 아뢴 즉, 왕은 몹시 반가웠다.

 

『나는 지금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던 참이다.

이런 때에 아난과 같이 존귀한 사람이 찾아주신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즉각 이리로 모셔드려라.』

 

수문장은 왕의 뜻을 고하고 아난을 안내했다.

그러자 문 앞에 기다리고 있던 여러 나라의 사자들도 아난의 뒤를 따라

궁성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난은 왕 앞에 나가 말했다.

 

『대왕님! 이 三개월 동안 대왕의 국내에서 우안거를 무사히 치뤘습니다.

이제 이 나라를 떠나기에 앞서 인사를 겸하여 보고차 왔습니다.』 그러자 왕은,

『아난이시여, 나는 여기 세존의 위덕(威德)을 경배합니다.

 

이 三개월 동안 불편하신 점은 없으셨습니까?』

라고 말하자, 여러 나라의 사자들은 입을 모아 왕을 힐책했다.

『당신은, 참으로 말 할 수도 없게 무도(無道)한 분입니다.

 

부처님과 승들에게 공양을 청해놓고서 三개월 동안 궁중에 숨어서 얼굴도 안 내놓으시다니!

그러므로 부처님은 이 한 여름동안 말 먹이 보리를 드시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왕은 이것을 듣고 크게 놀라,

 

『아난이시여, 부처님과 승들이 이 한 여름동안 말먹이 보리를 잡수셨다니 이 일이 정말입니까?』

라고 물었다. 『정말입니다.』 라고 아난은 대답했다.

왕은 이것을 듣고 너무나 놀라 그 자리에 기절해 버렸다.

 

시종자들은 왕의 얼굴에 냉수를 끼얹어 겨우 정신을 차리게 했다. 왕은 대신들을 불러 힐문했다.

『짐은 매일 五백명분의 정갈한 음식을 만들 것을 명했는데, 그들은 어찌한 셈인가?』

 

『명은 내리셨습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해 하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으셨습니다.

저희들은 어명대로 매일 五백명 분의 음식을 장만은 했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즉시 부처님을 찾아뵈었다.

 

왕은 부처님의 발을 정례하고 한 곳으로 물러나 앉아

부처님의 설법이 끝나기를 기다리지도 못하고 말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제가 우매하고 변변치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우안거중의 공양을 청해 놓고서 궁중에 숨어 얼굴도 내밀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부처님을 비롯하여 여러분께, 말할 수 없는 실례를 했습니다.

부디 세존이시여! 제 허물을 용서해 주십시요.』

 

그러자, 석존은 왕을 향해 말씀하셨다.

『왕이여, 당신이 말씀하신대로 공양을 청해놓고

더구나 단 하루도 얼굴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은 왕의 우매함입니다.

 

그러나 과오를 범했어도 진심으로 이를 뉘우치기만 하면,

그 죄는 사라지고 도리어 복이 옵니다.

과실의 인연으로 뉘우친다는 깨끗한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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