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바수바두(4)

갓바위 2022. 7. 3. 08:47

그 뒤 슈우켄이 왔다. 

그는 천친이 떠나고 없는 곳에 당도하자 갑자기 급병을 얻어 다시 일어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는 만감이 교차했다. 임종을 앞에 두고 마침내 천친에게 사과하는 유서를 썼다.

 

『여래께서 멸하신 후 제자들은 부파에 집착하여 그 종학(宗學)을 전하고

각자 제마음대로 여기에 편 승하여 왔습니다.

저는 우매한 것이 함부로 전습을 받들어 선생의 구사론(俱舍論)에 비바사(毘婆沙)의

 

대의가 깨뜨려지는 것을 보고 스스로 그런 그릇됨을 헤아리지 못하고 감히 십유여연의

연구를 거쳐 이 논설을 만들어서 약간이나마 우리 종(宗)에 공헌 하고자 했었아오나,

지혜는 적고 꾀하는 바는 커서 이제 저는 바야흐로 죽음 앞에 이르러 있습니다.

 

아무쪼록 소생의 이 미의(微意)를 양찰하시어 저의 유문(遺文)을

보존해 주실 수 있다면 여기에 더한 다행이 없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저는 사후에라도 아무런 후회가 없겠나이다.』

슈우켄은 이 유서와 유저(遺著)들을 제자들에게 부탁하고 숨을 거두었다.

 

『슈우켄은 참으로 현명하고 영리하고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의 논설이야말로 나무랄데 없는 것이다. 나는 이제 그의 유탁을 받았다.

어떻게 함부로 이것을 깨뜨릴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 논지(論旨)가 유부(有部)의

종의(宗意)에 합당한 것인데야 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하고 말했다.

 

이때 천친의 제자 중에는 그런 스승의 처사를 의심하는 자가

있었으므로 천친은 송(頌)을 지어 보여 주었다. 『사자왕이 돼지를 피해서

멀리 떠나감과 같으니, 두 힘의 승부를 오직 지자(智者)는 알리라.』

이보다 앞서서 빈쟈카바샤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크게 불교를 타파하려고 아유쥬국(國)에 들어가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만약 누구든지 나와 토론해서 이기면 내 머리를 주겠다.

만약 나에게 지면 그 머리를 내가 받으리 라.』

 

국왕인 히가라마카짓타는 이 말을 듣고 그 외도를 불러 물었다.

『그대가 정말 토론에 지면 목을 바치겠는가?』

 

『대왕은 한 나라의 주인이십니다. 중과 바라문과의

사이에 갑과 을을 붙쳐서 불합리한 귀급을 하실 염려는 없습니다.

저는 지금 석가의 제자들과 승부를 다루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에 제 머리를 걸겠다는 것을 대왕전하 앞에서 맹세하는 바입니다.』

 

라고 말했으므로 왕은 이것을 허락하고 사람을 보내 국내 승려들에게 알렸다.

『누군가 이 새로운 사상가와 토론할 자는 없는가? 있으면 곧 신청하도록 하라!』

마침 이때에는 마도라다라든가 바스반두와 같은

유명한 여러 대법사는 모조리 타국에 가고 부재중이었다.

 

다만 불타밀다라(佛陀蜜多羅), 즉 각친(覺親)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 사람은 상당한 학자이긴 했지만 이제는 이미 노년이어서

원기라든가 변설 등이 모두 보잘 것 없는 형편이었으나,

 

『우리 법계의 대장들은 모두 국외에 나가고 없다.

그러나 외도의 장자들에게 제멋대로 내버려 둘 수 는 없다.

나는 비록 늙었지만 이 일을 감당하지 않을 수 없다.』

 

하고 외곬으로 법을 지키는 자 다웁게 왕에게 이것을 신청했다.

왕은 곧 날짜를 결정하여 널리 대중에게 알리고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하여 대의사당에서 토론을 시키기로 했다.

 

좌석을 정하자 외도가 먼저,

『사문이여, 대의를 세우려면 세워 보시라. 나는 그것을 철저히 깨뜨려 보일테니까.』

라고 말했기 때문에 불타밀다라는 불끈 노기를 머금고 말했다.

 

『나는 마치 대해(大海)와 같아 무엇이건 용납하지 않는 것이 없다.

너는 마치 흙덩이와 같아 속에 잠 기면 곧 어디로 인지 모르게 가라앉아 버릴 것이다.

그대에게 따른다는 것은 내 뜻이 즐겨하지 않는 바이다.』

 

『하하하, 처음부터 그렇게 화를 내시면 곤란합니다.

뭐라고 하든지 먼저 당신이 문제를 내시오.

문제를…. 처음부터 깡그리 내가 그것을 타파해 줄 것이요.』

 

『그렇다면 내가 먼저 문제를 제출하겠다.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은 찰나찰나멸(刹那刹那滅)

이라고 해 서 모든 눈에 보이는 현상인 존재물은 시시각각으로 변천 소멸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떠냐고 하면 뒤 에는 아무 것도 안보이기 때문이다.』

 

하고 불타밀다라는 여러 가지 도리로써 이것을 설명했다.

그러자 외도는 불타밀다라가 말한 것을 모조리 입에 올려 다시 되풀이해

말해가면서 차츰 도리를 따져서 하나하나 반박해 나갔다. 

 

그리고 불타밀다라가 입을 열려고 하면 재빨리 말을 못 끄내도록 막아버리고

잘못된 것을 반박하려고 하면 이것을 못하도록 약삭빠르게 말을 돌려버려

마침내 불타밀다라는 외도의 변설에 지고 말았다. 외도는 의기양양하여,

 

『당신은 바라문의 종족입니다.

나도 또한 바라문의 종족이니까 규칙으로써 죽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회초리를 들고 당신 등을 때려서 내 승리를 나타내기로 하겠오.』

 

하면서 이 연로한 불타밀다라를 사정없이 회초리로 쳤다.

왕은 또한 외도에게 많은 상금을 주어 이를 포상했다. 

외도는 이 상금을 국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뿌려 주고 빈쟈가산(山)에 돌아갔다. 

 

돌로 만든 암굴속에 들어가서 주술(呪術)의 힘으로 야차신녀(夜叉神女)를 불러 탄원했다.

『내가 죽은 후에는 몸이 변해 돌이 되어 영원히 깨뜨려지지 않게 하소서.』

신녀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외도는 스스로 돌을 쌓아 암굴의 입구를 틀어막고 그 속에서 목숨을 마치고 돌이 되었다. 

이것은 이 외도가 그 스승 용왕에게 일찍이 원구한 일이 있었다.

 

『바라옵건대 이 몸이 아직 괴멸되기 전에는 제가 저술한 승법론(僧法論)도 또한 괴멸되지 않기를….』

이런 비원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아직도 승법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관련 경전 : 파수바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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