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왕자와 악마의 출가 문답(3)

갓바위 2022. 9. 5. 09:06

왕자는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부모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 도중에 집념이라는 하늘의 마왕이 있어,

왕자의 출가 도구의 뜻을 방해하려고 그 앞을 가로막고 하는 말이,

『그렇게 급히 어디로 가십니까.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물어 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왕자가 이에 대답하였다.

『나는 부처님 계신 곳에서 왔소. 무상의 법을 들었으므로 이제부터 그것을 닦고 행하는 것이오.』

악마는 말하였다.

 

『불도를 구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속세의 즐거움을 충분히 맛보고 그런 뒤에 출가를 하시오.

당신은 존귀한 왕가에 태어났으며, 집안의 재산은 한없이 많소. 먼저 속세의 즐거움을

누리지 않으면 뒤에 반드시 후회할 날이 있을 것이오.

 

존귀한 왕가에 태어나기란 힘드는 일이며, 숱한 재물이란 얻기 어려운 것이오.

만일 이제 그것을 다 버리고 출가하면 반드시 뒤에 후회하게 됩니다.』

왕자는 그 자리에서 그것을 물리치고 말하였다.

 

『속세의 영화는 참된 영화가 아니다.

이 일시적인 법을 찬탄하는 것은 당신의 그릇된 마음 때문이다.

부귀는 얻기 힘든다고 하지만 八난을 떨어 버리는 것은 더욱 힘드는 일이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때를 얻어 출가하여 불도를 닦고 행한다.

나는 이 三계의 괴로움과 덧없음을 죄다 알고, 애욕을 끊고,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지금부터 다시 무상의 법을 깨닫고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여 생사의 괴로움으로부터

건지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마왕은 말하였다.

 

『당신은 스스로 구도의 뜻을 세웠다고 하지만,

나도 당신을 위해 설법하여 당신을 인도해 드리렵니다.』 왕자는 대답하여,

『고맙소. 어서 말해 주시오. 어떤 법인가 들려주시오.』 하고 말하였다. 이에 마왕은,

『그러면 우선 맹세를 해 주시오. 그 뒤에 설법합시다.』

하였으므로, 왕자는 이 말을 듣고 성을 냈다.

 

『무슨 소리냐. 나는 당신이 어떤 설법을 하는가 들어 보는 것뿐이다.

들어 보고 과연 그렇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맹세든 무엇이든 다 하겠지만,

어떤 법인지 알기도 전에 맹세하기는 싫다.』

마왕은 그래도 또 말을 계속 하였다.

 

『맹세하는 것이 싫다면 나를 보고 그저 이렇게 말해 주면 됩니다

.「가르쳐 주셨을 때에 닦고 행하겠습니다.」하고.』왕자는 그것도 듣지 아니하였다.

 

『나는 당신의 제자가 되어 가르침대로 닦고 행하겠습니다, 하고

당신의 설법을 듣기도 전에 맹세를 할 수는 없어, 왜냐하면 당신이 만일 바른 법을

나쁜 법으로 생각하고 나쁜 법을 바른 법으로 생각하여 나에게 그릇된 법을 가르친다면

나는 당신의 설법에 따를 수가 없지 않으냐.

 

나는 당신의 설법을 들어 보고 선이면 따르지만 악이라고 생각하면 버려야 한다.

듣고 나서 맹세를 하는 것이 슬기로운 이의 법이다.

설법하고 나서 맹세를 구하는 것이 부처님의 법이요,

듣기도 전에 맹세를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자의 짓이다.

 

설법하기도 전에 맹세를 구하는 것은 악마의 하는 짓이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을 듣기 전에는 맹세를 안하는 것이다.

만일 먼저 맹세를 하면 나는 슬기로운 이의 비웃음을 살 것이다.

먼저 맹세를 해 놓고 뒤에 후회를 하게 되면 어떻게 돼, 웃음거리밖에 안 될 것이 아닌가.』

관련 경전 : 불설화수경(佛說手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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