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알밴 고기

갓바위 2022. 10. 30. 09:20

 

알밴 고기

​1965년 충북 서산에 삼대가 오붓하게 사는 가족이 있었는데

할머니는 불심이 돈둑하여 일찌기 할아버지를 여의고 절에

가서 기도 드리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어느 해 봄, 딸 셋을 낳고 얻은 여섯살 난 귀염둥이 손자인 광철이

갑자기 되오줌을 싸고 열이 불덩이 같아 사경을 헤메는 것이었다. 

 

​그날 밤으로 차를 전세내어 부랴부랴

서울 큰 병원으로 올라가 입원을 시키게 되었다. 

 

이 검사 저 검사 하고 주사를 꼽고 목으로는 호수를

끼워 넣고 하여 어린 '광철'의 몰골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할머니는 주야로 광철이 옆에 붙어 관세음보살님만을 열심으로 불렀다. 

 

그러나 어린 손자는 갈수록 파리하여 졌고

이제 도저히 살아날 가망이 없어 보였다. 

 

​병원에서는 아직은 숨이 붙어 있기에 막연히

주사 바늘을 꼽아놓고 시간만 되면 약만을 갈고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께서는 침대곁에 앉아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웬 흰 옷을 입은 부인이 와서 이르기를, 

 

​"이제 이 아이는 열흘이 지나면 죽을 것이나

만일에 일만 생명을 살리면 죽음을 면하리라" 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깨니 생시처럼 여전하였다. 

 

​그 이튿날 부터 고기를 사다 넣고 또 사다 넣고 하였건만

시골 살림인지라 더 이상 어떻게 할수가 없었다. 

 

육일이 지나자 그날도 방생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오다

낙심하여 수심에 차 계단에 잠깐 앉았는데,

비몽사몽간에 어떤 동자가 나타나서 하는 말이 

 

​"알 밴 고기를 사서 놓아주면 되지.

알 밴 고기를 사서 놓아주면 되지" 라고 놀리듯이 말하면서 사라졌다. 

 

​이에 할머니는 무릎을 탁 치며 "이제 내 손자는 살았구나" 하며

친척들에게 돈 삼만원을 꾸어들고

인천 부둣가로 나가서 알 밴 고기만을 사서 바다물에 넣었다. 

 

​이렇게 삼일간 방생을 하고 다시 병원에 돌아오니

할머니의 눈에는 손자 광철이의 얼굴이 이제 화색이 도는 듯 보였다. 

​일주일이 지나자 약간씩 움직이더니만 이제는 한 고비를 넘긴 듯하였다. 

 

​한달 쯤 뒤에 꿈에 웬 사람이 와서 말하기를 "지금 그대가 방생한 것이

수백만이나 되었으니 아이는 서너달 지나면 완쾌되리라" 한다. 

 

​할머니는 환희심으로 오직 손자 곁에 붙어 주야로

'관세음보살'만을 지극정성으로 염(念)하였다 

 

​석달이 지나자 아이는 퇴원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그 아이가 자라서

서울 모대학 4학년에 다닌다고 하니 이 어찌 방생한 공덕이 없고

염피관음력(念彼觀音力)이 현세에 없다고 할 것인가. 

​- 1986년에 출간된 청신남 청신녀(인과인연 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