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 행복한가

피할 수 있으면 피해

갓바위 2022. 12. 1. 09:35

나에게 유효한 말을 찾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끈기 없다는 말을 들었던 어린 시절부터 한 가지 일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도 하는 지금까지. 그리하여 내게 효과적인 말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그럴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만큼 해.’

 

끈기 없다는 말은,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내기를 원한 어른들이 내게

교육의 목적으로 한 말이겠으나 나는 종종 그것이 나의 인생을 전부

설명하는 것 같아 벌써 인생이 망했다고 중얼거리곤 했다.

 

나의 숱한 고민들은 누군가의 앞에 서면 ‘끈기 없음’이 되고,

어떤 날엔 ‘어려서 뭘 잘 모르고 내뱉는 이야기’가 되었다.

나는 종종 포기를 삼켰고, 그것이 마치 악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했다.

 

건강한 포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전히 고통스러운 순간에 무언가를 즐기는 능력은 발견하지 못했다.

누구는 그런 것을 갖고 있겠으나 내게는 없다.

 

지금에서야 종종 포기도 하고, 그것이 주는 불안과 행복을 겪으며 경험 속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아주 어릴 때의 나를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저리다.

나는 우리에게 피할 용기와 포기할 체력이 있다고 믿는다. 

 

그 또한 인생의 선택지가 되어야 하고

(물론 책임감을 져버리는 상황이면 안 되겠지만) 거기서 시작된

타인의 목소리를 가볍지만 정확하게 이겨낼 능력도 있으리라 믿는다.

 

나를 가두는 목소리들과 가위바위보를 하는 상상을 한다.

그 속에선 대부분 나의 승리로 끝이 난다. 현실도 꼭 그러기를.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 우리, 안 되면 할 수 있는 만큼만 살자.

 

-생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