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 행복한가

그들의 사랑을 바꾼 한 장의 편지

갓바위 2022. 12. 3. 08:58

지난 시간에 행복지기는 영국의 권위 높은 문학상,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소설,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찬란했던 나의 젊은 시절… 자주 곱씹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내 볼 때면 소중한 보물같은 기억들이죠.

 

그렇지만, 만일 이 기억을 공유하는 누군가에겐 악몽같은 과거라면 어떨까요?

게다가 그 이유가 바로 나 때문이라면, 지나간 그때로 돌아가

잘못을 고칠 수도 없는 나는 어떤 마음으로 현재를 살아가야 할까요?

 

이하 이미지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미숙했던 청춘시절 던졌던 작은 돌이

나비효과처럼 큰 바위가 되어 세 사람의 운명에 충돌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토니 웹스터는 인간관계와

감정에 있어서 상당히 둔한 감각을 지니고 있는 인물인데요.

 

자신의 삶에 대해 디테일적인 부분과 이유, 동기를 깊게 생각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일상을 살아가는 토니는 어떻게 보면 현실에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유형의 자기중심적이고 불쾌한 인물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토니의 학교에 전학 온 에이드리언은

이와 대조되는 모습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철학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한 에이드리언은 사람들과 매력적인 대화소재를 던질 줄 알며

기품있는 인성을 지니고 있죠.

 

어울리지 않는 친구인 듯한 토니와 에이드리언은

기묘하게도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무리지어 어울려다닙니다.

 

지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친구, 에이드리언은 주인공 토니의 전 여자친구 베로니카와 교제하게 된다.

토니가 여자친구 베로니카와 헤어진 뒤 어느 날,

에이드리언으로부터 편지가 날아옵니다.

베로니카와 교제해도 되겠냐는 질문을 담고있는 편지였죠.

 

토니는 소위 ‘쿨하게’ 둘이 함께 잘 어울려 지내길 기원하는 답신을 보냈지만,

그 편지가 도화선이 되어 토니와 에이드리언,

그리고 베로니카는 흔들거리는 운명의 철로 위에 서게 됩니다.

 

년의 나이를 넘어 재회한 토니와 베로니카.

토니는 젊은 시절 운명을 달리한 에이드리언의 죽음이 지닌

배경과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전 여자친구 베로니카와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도 가진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소재로 한 영화는

동명의 소설에 비해서 훨씬 긴장감이 덜한 편입니다.

 

간략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문장력으로 철저히 토니의 관점에서 본

세상을 서술한 소설은 토니의 자기중심적이고 둔한 시선,

 

때론 어리석기까지 한 1인칭의 관점을 그려내며 독자로 하여금 토니가

자신의 한계로 인한 오해와 틀린 상황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몰입하게 만들죠.

 

정확히는 토니에게 감정이입을 한다기 보다는 토니의 시선 너머에 있는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 그리고 베로니카의 어머니 ‘사라’에 대한

예상과 추측을 하게끔 작가는 인도합니다.

 

영화가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 비해 긴장감과 흡입력이

덜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바로 이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토니의 인생에서 자신이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편지는 사실 젊은 날 치기어린

감정으로 써서 보냈던 것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건에 불과했던 것이죠.

 

학창시절 친구들과 옛 여자친구 베로니카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으며

에이드리언의 죽음은 안타까운 한 때의 사건에 불과했던 건

 

주인공인 토니에게만 한정된 것이라는 사실을

독자(영화 감상자)는 결말에 이르러서야 알게 됩니다.

그리고 독자는 생각하게 됩니다.

 

같은 기억도 사람마다 다르게 적힌다는 것을.

그리고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속담처럼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는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것을요.

 

미숙한 말과 행동이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게 되는 과정을 흡입력과

긴장감있게 그려낸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추천해드립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영화를 보며 여러분만의 의미를 떠올려보며

인생이 지닌 기구하고도 알 수 없는 비밀에 대해 곱씹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