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상식

화두는 배로 참구(호흡법)한다

갓바위 2023. 1. 16. 10:25

화두는 배로 참구(호흡법)한다

3백60 골절과 8만 4천의 털구멍을 한꺼번에 뭉쳐 한 개 의심덩어리를 만들어서

이 한 개의 무자(無字)를 참구(參究)하여 의심하되 주야로 공부하여 놓지 마라.

그러나 이 무자를 허무의 무(無)로 알려고도 하지 말며,

 

유무(有無)의 무로 알려고도 하지 말고, 마치 뜨거운 무쇠덩어리를 목구멍에 삼켜

넘긴 것같이 하여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이 하여 종전의 악지악각(惡知惡覺)을

탕진하고 오래오래 무르익게 하여 자연히 안팎이 한 조각을 이루어 나가면

벙어리가 꿈을 꾼 것처럼 다만 저 스스로만 앎이로다.

 

―《무문관 無門關》―

 

‘3백60골절과 8만4천의 털구멍을 한꺼번에 뭉’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온몸으로 혼신을 다해서 화두를 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즉 무자(無字)라는 조사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온몸으로 의심덩어리를 지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몸조차 없는 듯 잊은 듯 ‘안팎이 한 조각을 이루어

나가도록’화두삼매에 드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본래 마음에는 일정한 방소(方所)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화두를 어느 한 자리에다 묶어

놓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위에서 가리키는 바와 같이 온몸으로 간절히

화두를 참구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쉽게 되는 일이 아닙니다.

 

자칫하면 머리로 생각이 집중되어 상기병(上氣病)에 걸리기도 쉽고,

또는 호흡의 부조화상태에 이르러 격심한 가슴의 통증을 수반하기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간화선 수행에 있어서는 대체로 견성체험을 위해서 의정을

일으킬 것을 중시하며, 이러한 의정은 생사 일대사를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체로 화두를 간절히 용을 써서 참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심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덜 수 있는 방법으로서

화두 참구 시에 복식호흡을 병행해 나가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복식호흡을 통해서 화두를 들다보면 상기 부작용을 피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망상과 혼침도 줄일 수 있다. 즉 급하고 완만함이 그 중간을 얻어서,

상기병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정진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복식호흡을 권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두를 드는 것은 간절한 의심을 갖되 ‘머리’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즉 화두를 ‘배꼽 밑에 두고 관하라’고 권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눈은 전방을 주시하고 있지만, 마음의 시선을 배에 두고 있는 것을 말한다.

 

즉 아랫배가 볼록하고 홀 쪽 함을 느끼면서 화두를 참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생각이 단전에 가 있게 되고,

생각이 단전에 가 머무는 그곳에서 알 수 없는 의심을 내어 ‘이 뭐꼬?’

하면 화두가 단전에 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머리로서만’이 뭐꼬 이 뭐꼬?’하면

기(氣)가 상승해 상기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단전에 무리한 힘을 주게되면 탈장할 우려가 있으니,

호흡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준비호흡과 본 호흡이 있다.

처음에는 준비호흡을 한다. 즉 공기를 가득 들이마셔 잠시 머물렀다

내쉬기를 두 세 번해서 폐 속의 묵은 공기를 완전히 방출한다.

 

그리고 나서 본 호흡을 한다.

이때는 공기를 조용히 들이마시되 아랫배가 약간 볼록하도록 하고,

조용히 내쉬어 차츰 아랫배가 약간 들어가도록 8부 가량만 숨을 쉰다.

 

이 때 잠시 호흡을 머물렀다가 내쉬면서

‘이 뭐꼬?’하는 것이 화두를 배로 참구하는 요령이다.

간혹 내쉬는 숨만 있고 들이마시지를 못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곤란해진다.

 

그럴 때는 숨을 들이마실 때 아랫배가 홀 쪽 하도록 하고,

내쉴 때 아랫배가 볼록하도록 한다. 즉 위와는 반대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가슴이 답답함이 사라진다.

 

어쨌든 호흡에 있어서는 전체적으로 숨이 가쁘거나 막히도록 하지 말고

무리가 없도록 자연스럽고 편안케 해야 부작용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차츰 요령을 터득하면 매번 숨쉴 때마다 화두를 들 필요가 없고,

화두가 사라지거나 딴 생각이 들어오면 화두를 한 번씩 챙긴다.

이 때 가벼운 생각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그냥 내버려두고 다만 화두만을 의심하면 된다.

 

이상과 같이 복식호흡을 하면서 화두를 챙기다 보면 자연히 머리로써 사량분별하지 않게 된다.

마음의 시선이 배에 가 있기 때문입니다. 배는 분별치 않는 것이다.

더러 화두를 전방에 놓는다거나 혀끝에 놓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화두를 어느 곳에 두는 것이 가장 좋은가는 참구하는 이가 실제로 활용해보고 선택할 일이다.

 

아무튼 화두는 염하거나 머리로써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면 될 것이다.

번뇌망상을 배에 맡기고 화두에 맡겨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체처에 무심하면, 차별경계가 스스로 없어지는 것이다.

화두에 모든 것을 맡겨버려 잡을 곳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沒巴鼻 無滋味)뱃속이 고민할 때가 문득 이 좋은 시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