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말씀
용서는 가장 큰 수행입니다.
남에 대한 용서를 통해 나 자신이 용서받게 됩니다.
또 용서를 통해서 그만큼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습니다.
달라이라마의 《용서》란 책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중국의 티베트 침략 전부터 달라이라마가 잘 알고 지낸 한 스님이 있었습니다.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하자 달라이라마`는 인도로 망명을 떠납니다. 그런데
남아 있던 그 스님은 그만 중국 경찰에 체포되어19년 동안 감옥에 갇힙니다.
그곳에서 티베트를 비판하라고 강요받으며 온갖 고문을 당합니다.
그렇지만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그 스님은 요지부동입니다.
그 후 가까스로 석방되어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탈출합니다.
달라이라마가 20년 만에 다람살라에서 그 스님을 만났는데,
옛날의 얼굴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감옥에세 그토록 고초를 겪었음에도,
전혀 변하지 않은 것입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달라이라마가 스님에게 묻습니다.
"스님, 십팔 년 동안 그토록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 두려웠던 적은 없습니까?"
그러자 그 스님은 이렇게 답합니다.
"나 자신이 중국인들을 미워할까 봐, 중국인들에 대한 자비심을 잃게 될까 봐,
그것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나 자신이 그런 처지에 있었다면 과연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
그러지 못했을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용서는 가장 큰 수행입니다.
타인에 대한 용서를 통해 나 자신이 용서받게 됩니다.
또 그만큼 내 그릇이 성숙해집니다.
마음에 박힌 독은 용서를 통해 풀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부처님에게 "자비와 용서를 어디서 구해야 합니까?"
하고 묻습니다. 이때 부처님은 땅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땅은 언제나 자비롭고 용서하며 너그럽다."
땅은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대지를 어머니에 비유해 '어머니 대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더럽히거나 허물어뜨리거나 해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입니다.
어것이 대지입니다. 땅의 덕입니다.
이런 땅을 딛고 사는 우리는 이와 같은 '땅 보살'에게 수시로 배워야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은 눈을 밖으로 팔지 말라고 했습니다.
자기 발뿌리를 늘 살펴야 합니다. 남이 못했든 잘했든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올바를 삶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과연 이 대지에 몸담은 사람으로
맑고 향기롭게 살고 있는가. 그것을 점검해야 합니다. 땅의 덕을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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