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값은 비싸고 쌀값은 싸다
조주趙州는 20세때부터 남전보원선사南泉普願禪師 밑에서 40년 동안 수행했다.
남전은 남전산南泉山에 선원을 차리고 있었기 때문에 남전이라고 불렸는데
그에게 이런 일화가 있다. 하루는 그가 나물을 캐고 있는데
길을 가던 한 수행승이 물었다.
"남전에 가려면 어떤 길로 가야 합니까?"
남전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쓰고 있는 이 낫은 30전에 샀단다."
"저는 낫의 가격을 묻는 게 아닙니다. 남전에 이르는 길을 물은 것입니다."
남전은 계속 딴청하면서 대답했다.
"참으로 낫의 날이 잘 서 있구나." 수행승이 남전에 가겠다는 것은
남전에 가서 남전 스님에게 수행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남전 스님은 30전을 주고 산 낫인데도 날이 잘 들고, 잠시도 농사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바로 남전의 선이라는 것을 가르치려 했던 것이다.
물론 그런 깊은 뜻을 수행승이 헤아릴 턱이 없었다.
조주는 남전이 죽자 3년간 복상을 하고 60세의 늙은 몸인데도
"77살의 동자라도 나보다 뛰어나면 그에게 배우고, 백 살의 노인이라도 나만 못한
사람이라면 가르치겠다"고 결심하고 80세가 될 때까지 여러 나라를 행각行脚했다.
그후 고향과 가까운 조주에서 가난한 절의 주지가 되어 120세까지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흔히 '조주고불趙州古佛'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고불' 이란 선문에서는 최고의 찬사이다.
어느 날 조주를 찾아온 한 스님이 말했다.
"오랫동안 조주의 돌다리를 흠모해왔는데
와서 보니 그저 평범한 통나무다리일 뿐입니다그려."
선문조주가 대답했다.
"당신은 그저 통나무다리만 보고 조주의 돌다리는 보지 못하는가보군."
"그 조주의 돌다리란 어떤 것입니까?"
"나귀도 건네주고 말도 건네준다네."
그는 임제처럼 몽둥이나 할喝을 사용하지 않고 입으로 수행자를 가르쳤다.
그래서 "입술 위에서 빛이 난다"는 말이 나왔다. 조주에게 다른 일화도 있다.
어는 날 누군가 조주에게 물었다.
"조주가 어떤 설법을 하고 있느냐고 사람들이
저에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면 좋겠습니까?"
조주는 이렇게 대답했다.
"소금값은 비싸고 쌀값은 싸다."
"대도大道를 걷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그러자 조주가 호통을 쳤다.
"이 못된 암상인 놈아!"
그 무렵 서민들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은 정부가 통제했기
때문에 값이 매우 비쌌다. 반대로 농민들이 땀 흘려 재배한 쌀은 값이 쌌다.
조주의 말은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찌르는 것이었다.
선이 중국에서 깊이 뿌리박을 수 있었던 것은
가난한 서민들의 괴로운 생활과 밀착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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