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밭 ~ 행복한가

생각은 어쩌면 조작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갓바위 2024. 3. 13. 11:10

 

 

생각은 어쩌면 조작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숨이 찼다. 산다는 것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삶은 언제나 차가웠다가, 뜨거웠다가 했다.

삶이 어떤 질문을 던지든 상관없이, 머릿속은

항상 생각들로 넘쳐났고, 마음은 그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했다.

 

어느 날엔가 손가락에 작은 상처가 났다. 아주 작은 상처였는데도,

‘이봐, 여기 아프잖아. 신경 좀 쓰지!‘ 울부짖으며 신경을 건드렸다.

반창고를 꺼내 대충 붙이고, 몇 시간을 손가락 아픔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작업을 한참 하고 있는데, 반창고 옆 손가락에서 살짝 피가 흘렀다.

잠시 멍했다. 반창고는 아픈 손가락 옆의 멀쩡한 손가락에 떡하니 붙어 있었다.

손가락에서 피가 날 정도였는데도,

반창고 하나를 붙였다는 이유로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생각은 어쩌면 조작이라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생각 한대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의 본질은

아마도 마음에 길을 내어 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은 저, <계절의 위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