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모가 갈림길에 섰다. 기둥서방을 들일 건가 말 건가? 서로 장단점이 있다는 걸 주모는 잘 알고 있다. 장점은 대충 이렇다. 사람들이 과부라고 깔보지 않는다. 엿장수고 갓장수고, 늙은 놈이나 젊은 놈이나, 양반이나 상것이나 노소귀천을 가리지 않고 양물을 찬 놈들은 과부 치마 벗길 궁리만 한다. 술에 취해서 주막이 파한 후에 안방으로 쳐들어오지 않나, 곰방대에 불 붙인다며 부엌에 들어와 술상 차리는 주모의 치마 밑으로 손을 넣지 않나…. 든든한 기둥서방이라도 있으면 이런 꼴은 당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술 처먹고 밥 처먹고 나서 돈 없다고 치부책에 외상 달아놓으라고 뻔뻔스럽게 나오는 놈들도 부지기수다. 해가 바뀐 외상도 갚을 생각을 하지 않는 놈들이 어깨가 떡 벌어진 기둥서방이 치부책을 코앞에 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