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2975

무소유도 버겁다

무소유도 버겁다 ​ "우리는 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은 것을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매인다는 의미이다." ​ 수필집 〈무소유〉에 나오는 법정스님의 말씀입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마음이 얽매이는 일을 줄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무엇은 필요하지 않다는 분별을 일으킨 뒤, 그것을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얽매이지 않게 된다면, 여전히 '나' 가 남아서 '소유하지 않음에 따른 얽매이지 않음'을 소유한 채 그같은 경계에 얽매인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 '나'의 마음이 탐착하는 이러저러한 환경과 대립함이 없이 무소유조차 내려놓은 아공(我空) 법공..

몽중몽

몽중몽夢中夢 ​ "주인이 나그네에 꿈을 이야기하고 나그네도 주인에게 꿈을 이야기하네. 지금 꿈 이야기를 나누는 두 나그네여! 꿈속에서 꿈 이야기 하고 있구나." ​ 불자들뿐 아니라 일반에도 널리 회자되는 서산스님의 삼몽사(三夢詞)라는 게송입니다. 길을 가다 주막집 툇마루에 앉아 쉬시던 서산스님께서 방안에서 들여오는 두 사람의 꿈 이야기를 듣고 지은 즉흥시 삼몽사. 주인과 객 두 사람이 각각 자신의 꿈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체 또한 꿈속의 일이라는 서산스님의 사자후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 그리고 자신은 꿈에서 깨어났다는 견해를 짓는 것은 현실일가요? 꿈일까요? 아니면 꿈속의 꿈일까요? 어떻게 해야 달콤한 꿈을 꾸려는 길몽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요? 어찌..

익숙한 것을 서툴게 하라

익숙한 것을 서툴게 하라 ​ "익숙한 것은 서툴게 하라. 그리고 서툰 것은 익숙하게 하라. 수행이란 한마디로 그것밖에 없다." ​ 조사스님들의 어록 중에서도 수행자들의 필독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서장'에 나오는 대혜스님의 말씀입니다. 당대 최고의 지성인들과 관료들을 가르치기 위해 제자백가의 서(書)와 팔만장경을 종횡무진 펼치셨던 대혜스님의 말씀은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을까요? ​ 익숙한 것을 서툴게 하라는 역설적 표현은 이미 과거 경험해본 바 있다는 아만심을 떨치고 지극정성을 다하는 초심의 무심을 강조한 말씀일 것입니다. ​ 서툰 것을 익숙케 하라는 것은, 처음이라는 한 생각에 춤츠려든 채 긴장하거나 경직되지 말고, 여여부동한 평상심으로 대기묘용의 일상삼매를 즐기라는 말씀일 것입니다. ​ 그렇다면 ..

물러남이 없는 용맹정진

물러남이 없는 용맹정진 ​ 보살이 마음을 내은 것은 위대한 것으로 보살의 인욕과 정진이 결코 일반인이 넘어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보살이 결코 만능이거나 신화적인 하나님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도교에서는 만능이라는 말을 하지만 불교에서는 부처를 신격화하지 않고, 더욱이 보살을 신격화하지는 않습니다. 보살도 사람이나 단지보리심을 낸 사람이고, 보살은 굳게 참고 정진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경전에 부처님이 중생들에게 설법하고 있을 때, 모든 사람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모두 환희와 믿음으로 받아들이나 유독 한 사람만이 머리를 갸우뚱 거리며 청청한 묘법이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처님이 신통을 운용하고 광장설廣長舌을 펴며 무한한 자비로 간곡히 가르치고 타일러도 이 사람의 가슴 속을 뚫을..

인욕과 정진의 삶

인욕과 정진의 삶 ​ 현대사회는 효율을 강구하는 과학기술시대로 모든 분야에서 빨리 결과를 보는 것을 중요시 합니다. 비행기, 우주선, 인터넷, 라면, 조립식 건축 등이 속성을 강구하는 데서 생겨난 산물입니다. 그러나 인격을 속성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고 나무를 아침과 저녁 사이에 성장시킬 수 있다는 소리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 오래 참고 견디는 수행의 힘 ​ '나무는 십 년을 키워야 하고 사람은 백년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필경 어떤 것들은 속성할 방법이 없습니다. 가령 한가지 기술을 뛰어나게 배우려면 기필코 삼 년 내지 오 년의 힘을 들여야만 합니다. 보살이 불도를 구하는데도 그러합니다. 특별한 비결이 없는 까닭에 여러 겁 여러 세를 닦지 않는다면 성취할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중생을 근심하고 염려하는 보살

중생을 근심하고 염려하는 보살 ​ 《팔천송반야경八天頌般若經》속에 있는 상제보살常啼菩薩의 이야기도 간략하게 말해보겠습니다. 상제보살은 중생들이 고통세계에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중생을 근심하고 염려하여 늘 울고 있어 사람들이 그를 상비보살常悲菩薩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는 평소 미흡한 점을 점검받기 위해 산 넘고 물 건너 이름난 스승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동쪽으로 오백 유슌由旬 떨어져 있는 중한성衆香城에서 세상에 둘도 없는 선지식인 법상보살法上菩乷이 부처의 청정하고 바른 법을 훌륭히 설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유순은 고대 인도에서 거리를 재는 단위로 소 달구지가 하루에 갈 수 있는 만큼을 뜻합니다. 그만큼 갈 길이 멀었지만 상제보살은 법을 구하러 간다는 기쁨에 넘쳐 몸을 팔아 법상보살에게 공양하기로..

은목서 향기에 가을이 깊어가네

은목서 향기에 가을이 깊어가네 ​ 중국 호남성과 강서성에 소재한 선종고찰 십여 군데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스님과 신도들의 순레에 동참한 선禪 여행이었다. 만리향萬里香이라고도 불리는 은목서 향기에 취한 여정이었는데, 내 산방 뜰에 도 등황색 꽃이 만발하여 그 이름처럼 그윽한 향기가 만 리를 따라온 듯하다. 그런데 만 리를 건너온 것은 은목서 향기만이 아니다. 첫 순례지가 중국 오악 중 하나인 남악 형산의 마경대磨鏡臺였던바, 그것의 선향禪香이 내 산방에도 한가득 충만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지금 사유하고 글을 쓰고 있는 내 책상 자리가 또 하나의 마경대라는 생각이 든다. 마경대 반석에는 조원祖原이란 한자가 음각돼 있었다. 나는 조원을 '조사祖師의 발원지'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우..

돼지꿈과 용꿈

돼지꿈과 용꿈 ​ 수년 전 한 지인이 TV에 출현해 어디에 사는 몇 살 누구임을 밝히고나서, 흐믓하고 여유로운 표정까지 지으며 수재의연금 모금금에 두툼한 돈 봉투를 넣은 일이 있습니다. 그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또 다른 한 지인은 자신은 아무도 모르게 익명으로 수재의연금을 냈다며, 돈 몇 푼으로 자기 자신의 이름 세글자를 드러내기 보다는 은밀히 베푸는 선행만이 진정한 보시라고 주장했습니다. 돼지꿈에 흠뻑 취한 채 좋아하는 것이나 龍꿈이야 말로 보다 상서로운 꿈이라며 흐뭇해하는 것이나 거기서 거기입니다. 둘 다 지독한 망상을 피우고 있다는 점에선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基心)의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가 아니면, 모두 다 아상(我相)을 키우는 생각 놀음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

부지런히 보리심을 내게 하는 글

부지런히 보리심을 내게 하는 글 ​ 유명한 선재동자가 각지를 다니며 쉰세 분의 선지식을 찾아뵙고 나서 미륵보살을 만났습니다. 미륵보살이 그에게 말해준 것은 먼저 변함없이 보리심을 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리심을 내기만 하면 모든 부처님의 수호를 얻을 수 있고 대승적인 자비와 원력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에 아라한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로 보아 보리심을 내는 것의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보리심을 내는 것이 이렇듯 중요한데 그렇다면 무엇이 보리심일가요? 우리는 어떤 보리심을 내야 마땅한가요? 보리심을 간단히 말하면 바로 "위로는 부처의 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 (上求菩提 下化衆生)" 하는 마음입니다. 예부터 대만 불광산 중국불교연구원에서는 해마다 신입생을 교육할 때에 예..

나를 잊고 내가 없는 대무외정신

나를 잊고 내가 없는 대무외정신 ​ 이렇게 인연을 따라 나타나서 제도하고 교화하는 덕행은 무아대비 無我大悲 속에서 참모습으로 나타난 보살의 원융한 성격입니다. 더욱 한 빨짝 나가서 말한다면, 자비가 충만하여 보살의 마음 속에는 자기 개인이 없고, 오직 중생이 존재할 뿐입니다. 중생에게 필요하다면 보살은 조금도 아낌없이 모두 내어 줍니다. 재물, 사업, 처자 를 막론하고, 심지어 육체와 정신, 생명도 조금의 원망함이 없이 베풀어 줍니다.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본생경本生經》 속에 나오는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부처님이 보살로서 수행할 때 왕자로 태어났습니다. 어느 날 두 형과 같이 깊은 숲 속으로 놀러 나가서 뜻밖에 새끼 일곱 마리를 방금 낳은 어미 호랑이를 발견했습니다. 그 어미 호랑이는 체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