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암사 도일스님의 부친
쌍암사 도일노스님의 부친께서 늦게 혼자되시어
따님이 계시는 절에서 기거하실 때였습니다.
절집에 와서는 그냥 먹고 놀면 안된다며
잠시도 쉬지 않으시고 절 구석구석을 돌시며
밭도 매시고 해우소 소지도 하시며
밤이면 새끼를 꼬으셨다고 합니다.
입담마져 좋으셔서 이야기 책 백권을 좋이
외우셨다고 하는데 밤마다 들려주시는 노처서님의
구수한 이야기에 동자승들은 밤이슬이
젖는 것도 모를 정도 였다고 합니다.
노구에 무리한 울력으로 노처사님 병이 나셨는데
앓으시면서도 구수한 입담만은 그대로 여서
'아이고 나죽네!' '아이고 아파 죽겠네!'하시는
목소리가 얼마나 구성진지 정말
편찮으신가 싶을 정도 였답니다.
하지만 옆방의 고시생은 단 한순간도 눈을
붙일수도 없이 노처사의 시봉을 하느라 하던
공부를 놓아야 할 형편이어서 도일스님께서
노처사님께 "모두가 정진하는 곳이 절집이거늘
노처사님은 몸에 잠시 병이 찾아든 것을 가지고
온 절안 식구들을 편치않게 하니 아무래도 다시
속가로 돌아가셔야 할것 같습니다."했더니
"그럼 이 늙은 몸뚱이가 아파서 약 한첩도 못쓰고
금방 죽게 생겼는데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스님!"
"몸뚱이 조금 아픈것도 그 야단법석을 떠시니 죽을 날을
당해서는 이 절이 아니라 온 동네가 떠들석 하겠습니다."
"그럼 아파도 아픈것 같지 않고 죽어도 죽는 지
모르게 하는 묘책이라도 있습니까? 스님!"
"그럼 있다마다요! 아파도 좋고 또 죽을 때는
아미타부처님께서 일문권속을 대동하고
친히 오셔서 영접을 하신다고 하는데
오늘부터 아미타불! 염불을 하겠습니까?"
"그럼요 스님 하다마다요!!!
어찌하면 됩니까?"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말고
오로지 나무아미타불!!!만 하세요.
새끼를 꼬면서도 나무 아미타불!
지게를 지면서도 나무아미타불!
길을 걸으면서도 나무아미타불!
해우소에 가서도 나무아미타불!
잠을 자면서도 나무아미타불!
이렇게만 하시면 돌아가시는 날까지
아프지도 않고 돌아가실때도 잠자는 듯이
편안하게 가실 수 있습니다."
"스님 잘 알았습니다.
지금부터는 나무아미타불!만 하겠습니다."
도일스님께서 며칠 볼일을 보시고 돌아와
노처사님을 뵈니 염불을 하시긴 하시는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처사님 나무아미타불만 하시라고 했는데
어찌해서 관세음보살까지 하십니까?"
아! 스님, 내가 책에서 보니까
나무아미타불 하는 것은 내게 좋은 것이고
관세음보살 하는 것은 아들에게 좋다고 하니
나만 좋으면 뭐합니까 아들도 좋아야지요.
그래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아들이 직접해야 좋지 노처사님 앞길이 바쁜데
늙은 아들일까지 걱정하며 언제
아미타불을 영접오도록 하시겠습니까.
나무아미타불만 하시고 절에 계시던지 아들일이
걱정이 되면 당장 속가로 돌아가십시오!"
"아, 그런겁니까? 그럼
이제부터는 나무아미타불만 하겠습니다."
그후로 노처사님께서 구수한 이야기 입담대신에
곡굉이질을 하시면서 박자를 맞추어
곡굉이를 들어올리며 나무아미타불!
밭에 내리 꽃으며 나무아미타불!
오른발을 내딛으며 나무아미타불!
왼발을 내딛으며 천천히 나무아미타불!
새끼를 꼬면서는 꼬아지는 양에 따라
처음엔 천천히 나~무~아~미~타~불 하시다가
새끼가 다 꼬아질 때 즈음이면 빨라지는
손동작에 따라 나무아미타불!!하고
빨리 염불을 하셔서 절 골짜기엔 노처사님의
나무아무타불 염불소리로 몇번의 가을이 지나고
겨울밤이 깊어 동자를 앉혀 놓고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들려 주시다가 아무말 없이
고개를 벽에 기대로 있으신 것이 이상하여
동자가 뛰어와 스님께 "할아버지가 아무래도 이상해요.
이야기하다가 자는데 자는것 같지 않아요!"
스님이 처소에 가보니 편안히 웃으시며 앉으신채로
머리를 벽에 기대고 그대로 열반에드셨습니다.
임명종시에 나무아미타불하고 열번만
지극정성으로 부르면 아미타부처님께서
일문권속을 대동하시고 직접 마중을 나오신다는
고인들의 말씀이 헛된것이 아님을
노처사님께서 한번의 잔병치례도 없이 평화로운
납월팔일을 맞으셨습니다. 분명한
선지식의 간결하고도 고구정녕한 가르침입니다
나무 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