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설니홍조(雪泥鴻爪) 설니홍조(雪泥鴻爪) - 눈 위에 난 기러기의 발자국. 눈이 녹으면 없어지는 인생의 무상 [눈 설(雨/3) 진흙 니(氵/5) 기러기 홍(鳥/6) 손톱 조(爪/0)] 인생이 길다고 한 말은 어디에 서나 들은 적이 없을 것이다. ‘ 인생은 행복한 자에게는 너무나 짧고, 불행한 자에게는 너무나 길다’고 한 영국 격언만 제외하고 말이다. 생활이 지겹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고, 형편이 나아진 이후로는 길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렇게 짧은 인생을 덧없다고 여기고, 욕심껏 이룬 부귀와 영화도 부질없다고 깨우치는 성어는 셀 수 없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南柯一夢(남가일몽) 과 같이 꿈 이야기만 해도 羅浮之夢(나부지몽), 盧生之夢(노생지몽), 役夫之夢(역부지몽), 一 場春夢(일장춘몽), 黃粱之夢(황량지몽)이 있다. 꿈 이야기 말고 대조적인 비유로 나타낸 성어도 제법 된다. 인생이 풀끝에 맺힌 이슬처럼 덧없고 허무하다는 속담 ‘ 풀끝의 이슬’과 똑 같은 것이 人生如朝露(인생여조로)이다. 바람에 깜박이는 등불과 같다는 人生如風燈(인생여풍등)도 같은 뜻이다. 여기에 눈이나 진흙 위(雪泥)에 난 기러기의 발자국(鴻爪)이란 멋진 표현도 인생의 자취가 눈이 녹으면 사라지는 무상을 나타냈다. 중국 北宋(북송)의 문호 蘇軾 (소식, 1036~1101)의 시에서 나왔다. 東坡(동파)란 호로 더 잘 알려진 소식은 부친 蘇洵(소순)과 아우 蘇轍(소철)과 함께 三蘇(삼소)로 불렸다. 서정적인 것이 많은 唐詩(당시)에 비해 철학적인 요소가 짙은 시가 많다는 평을 듣는다. 소식이 동생 소철에게 보낸 시 ‘和子由澠池懷舊(화자유면지회구)’ 에 성어 구절이 들어 있다. 子由(자유)는 소철의 자, 澠池(면지)는 河南省(하남성)에 있는 지명이라 한다. 澠은 고을이름 면. 앞 부분만 보자. ‘ 인생은 여기저기 떠도는 것 무엇과 같을까, 기러기가 눈 내린 진흙 벌을 밟아놓은 것 같으니 (人生到處知何似 應似飛鴻踏雪泥/ 인생도처지하사 응사비홍답설니), 우연히 진흙 위에 발자국은 남겼지만, 기러기는 동서 어디로 날았는지 어떻게 알랴 (泥上偶然留指爪 鴻飛那復計東西/ 니상우연류지조 홍비나부계동서).’ 기러기 발자국은 흔적도 없고, 그것을 남긴 기러기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참으로 무상하다. 사람도 기러기와 다를 바 없다. 부와 명예를 위해 아등바등하고 그것을 이뤘다고 해도 오래 가지 않는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모든 근심을 안고 나라의 문제점을 고치려 의욕을 보이지만 세력이 바뀌면 뒤집어진다. 자신은 영원할 줄 알고 먼 장래의 일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공 : 안병화 (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 오늘의 고사성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