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견토구폐(犬兎俱斃) 견토구폐(犬兎俱斃)- 개와 토끼가 함께 죽다, 손해만 입고 제삼자가 이득을 보다. [개 견(犬/0) 토끼 토(儿/5) 함께 구(亻/8) 죽을 폐(攵/14)]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 일을 쉽게 해낼 때 ‘땅 짚고 헤엄치기’라거나 ‘손 안 대고 코 풀기’란 속담을 자주 쓴다. 반대로 힘은 힘대로 쓰고도 손해만 입었을 때는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란 말이 있다. 게를 잡으러 갔다가 새끼로 만든 바구니 구럭까지 잃었으니 도로아미타불이다. 개와 토끼(犬兎)가 쫓고 쫓기다 함께 죽는다(俱斃)는 이 말은 유명한 비유인 만큼 같은 출전에서 비롯한 성어가 많다. 犬兎之爭(견토지쟁)이나 농부만 득보는 田父之功(전부지공), 양측 모두 손해만 입는 兩敗俱傷 (양패구상) 등이 그것이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란 말을 낳았다는 ‘ 戰國策(전국책)’은 前漢(전한) 시대 학자 劉向(유향)이 당시 지략을 떨친 전략가들의 일화를 모은 책이다. 史記(사기)에 버금갈 정도로 고사가 풍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齊(제)나라에 淳于髡(순우곤, 髡은 머리깎을 곤)이란 대부가 있었다. 천한 신분에다 몸집도 왜소해 볼품이 없었지만 익살과 기지가 넘치는 변설로 제후를 섬겼다. 齊策(제책)에 실린 내용을 보자. 제나라의 宣王(선왕)이 강국 秦(진)과 대치하는 와중에 군대를 일으켜 魏(위)나라를 치려고 하자 순우곤이 나서 비유를 들어 간언했다. ‘한자로는 천하에 발 빠른 사녕개요, 동곽준은 약삭빠르기로 제일가는 토끼입니다 (韓子盧者 天下之疾犬也 東郭逡者 海內之狡兎也/ 한자로자 천하지질견야 동곽준자 해내지교토야). 한자로가 동곽준을 쫓게 되어 산기슭을 세 번이나 돌고 산꼭대기를 다섯 번이나 오르 내리느라 지쳐서 토끼가 먼저 쓰러지고 사냥개도 뒤따라 기진 하여 두 마리 모두 죽었습니다 韓子盧逐東郭逡 環山者三 騰山者五 兎極于前 犬廢于後 犬兎俱罷/ 한자로축동곽준 환산자삼 등산자오 토극우전 견폐우후 견토구파).’ 이 두 마리를 지나가던 농부가 힘 안 들이고 주워갔다고 말해도 선왕이 알아듣지 못했다. 순우곤이 이어 지금 위나라와 전쟁을 벌이면 국력이 약해져 진나라만 농부와 같이 이득을 안겨 준다고 하자 왕이 깨닫고 정벌계획을 취소했다. 의견이 팽팽히 맞설 때 상대방의 이견은 수용할 수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시대엔 당쟁으로 뻔히 보이는 위험도 반대당이 의견을 낸 것이라면 죽기 살기로 거부하여 국난을 당한 경우가 잦았다. 오늘날엔 다를까.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고 국가의 원대한 계획도 상대방이 선점했다면 반대부터 한다. 주변에는 힘센 농부들이 득시글대는데도 아랑곳없다. 제공 : 안병화 (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 오늘의 고사성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