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岩戶관음 ( 동굴 속에 머무는 관세음보살)
오장嗚璋은 아버지가 죽었을 때 10살이었다.
어머니 육陸씨는 수놓는 일을 하면서 수절을 지켰다.
그런데 나라에서 민간의 부인들을 뽑아서 내정(內庭,궁궐의 안)의 일을 돕게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오장의 어머니 육씨가 이에 뽑혀서 서울로 가고 오장은 숙부에게 맡겨졌다.
오장은 심성이 깊은지라 어머니가 떠나고 난 뒤에도 언제나 잊지 않았다.
독서로 몇 년을 보내니 어느덧 오장은 16살이 되었다.
그는 '나는 분명히 어머니가 있는데 만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라고 생각했다. 오장은 숙부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간단한 짐을 꾸려 수도로 길을 떠났다.
오장은 가는 도중에 사람들에게 수소문하여
어머니가 모 친왕부親王府에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기뻐했다.
그런데 그가 수도에 도착해 묶을 곳을 정한 다음 친왕부를 찾아가니 친왕은 이미
임지인 으로 광동(廣東 중국 남부지방)으로 떠나고 없었고 육씨 역시 광동으로 따라갔다는 것이 아닌가.
오장은 머리에 찬물을 뒤집어 쓴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지만 곧 '그들이 갔는데 나라고 못 갈쏘냐?
돈이 다 떨어지고 얻어먹는 한이 있어도 앞으로만 가면 된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관으로 돌아와 하룻밤을 보내는 동안 오장은 배가 아파 여러 번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다음날 아침 오장은 몸이 안 좋았지만 광동을 향해 길을 떠났다.
사흘째 되는 날 몸이 몹시 아프기도 하고 지치기도 한 오장은
근처에 있는 부서진 집으로 들어가 몸을 뉘었다.
그런데 열기와 한기가 번갈아 느껴지더니 오장은 마침내 심하게 앓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오장은 어머니를 불렀다.
이때 지나가던 행각승(行脚僧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수행하는 스님)이 오장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행각승은 며칠 동안 간호하며 오장을 돌봐주었다.
오장이 이름을 묻자 행각승은 다만 온공蘊空이라고만 할 뿐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다.
며칠 뒤 오장이 회복되자 행각승은 여비에 쓰라면서 수백 전의 돈을 주었다.
이렇게 해서 오장은 다시 어머니를 찾아 길을 떠날 수 있었다.
그런데 오장이 겨우겨우 광동에 도착해 보니 엉뚱한 상황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친왕이 임지가 바뀌어 요주饒州로 갔고 오장의 어머니도 역시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오장은 맥이 풀렸지만 실망하지 않고 다시 요주를 향해 길을 떠났다.
이번 길은 좁은 산과 깊은 계곡으로 이어져 매우 힘들었다.
며칠이 지나니 신발이 다 떨어졌지만 돈이 없어 새 신을 살 수 없었다.
다시 며칠이 지나니 맨발로 길을 가게 되었다.
때는 한겨울인지라 발바닥이 갈라지더니 피가 흘러 나왔다.
더 이상 걷기 힘들게 되자 오장은 지난 일을 생각하다가 저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서 통곡하며 소리쳤다.
"어머니, 한 번이라도 어머니를 보려고 천리를 마다않고 달려 왔는데
이렇게 한 걸음도 걷기 어렵게 되었으니 이제 어머니를 뵙기는 다 틀렸군요!"
오장이 한편으로 소리치고, 한편으로 우니 그 분위기는 매우 침울했다.
그런데 사당 안에서 한 도사가 나오더니 오장에게 말했다.
"울지 마라. 내게 약이 있으니 너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도사는 약과 물을 가지고 와서는 그의 발을 씻기고 약을 발라 주었다.
그는 오장을 업고 방으로 데려가더니 그를 안심시켜서 잠을 자게 만들었다.
도사가 오장을 돌본 지 6일이 지나자 오장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오장은 연신 고맙다고 고개를 조아렸는데 도사는 마로 된 신발 한 켤레까지 오장에게 신겨 주었다.
"이제 너는 길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산이 깊고 숲이 울창하니 절대로 한 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오장은 도사의 충고를 진중하게 들은 다음 절을 하고 그와 이별했다.
오장은 가시나무에 스치기도 하고 가시나무를 움켜쥐기도 하면서 걸었다.
마침내 평탄한 곳으로 막 나오려고 할 때 오장은 덤불 속에서 뭔가가 스치는 소리를 들었다.
오장이 고개를 돌려 보니 덤불에서 한 마리의 큰 뱀이 튀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오장은 급히 피하고자 했지만 뱀이 너무 가까이에 있었다.
뱀은 오장의 복사뼈를 물었다.
순식간에 고통이 오자의 심장과 폐를 엄습해 왔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오장은 덤불 위고 쓰러지고 말았다. 원래 이 뱀은 맹독을 가진 독사였다.
게다가 반 시진 정도 시간이 지나 독이 심장으로 퍼지니 어떤 약도 소용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때 관세음보살이 나타나더니 오장을 평평한 바위 위로 옮겼다.
관세음보살은 버드나무가지를 정병에 넣어 축이더니 상처에다 대고 감로수를 뿌렸다
한참 있다가 오장이 깨어나면서 어머니를 불렀다.
"오장아, 네가 어머니를 위해 이렇게 몸을 돌보지 않으니 정말 천하에 둘도 없는 효자로다!
하늘이 어찌 너를 돕지 않겠느냐. 너와 어머니는 곧 만나게 될 것이다.
다만 앞으로도 약간의 어려움이 남아 있으니 마음을 굳게 먹으려므나."
정신이 든 오장이 보니 관세음보살인지라 후다닥 일어나 절을 하며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이제 너는 다시 길을 갈 수 있다. 오장아, 내가 방금 한 말을 절대 잊지 말거라. 나는 가마."
말을 마친 보살은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에도
오장은 우여곡절을 더 격었지만 마침내 어머니가 있는 친왕부에 도착했다.
오장은 어머니를 찾아 왔다고 글을 올렸으나 면회는 허락되지 않았다.
오장은 어머니를 그리는 심정의 글을 대문에 붙여놓고 친왕부의 구석방에서 머무는 동안
<관음경>을 읽으며 지냈다.
한 달 뒤에 우연히 그 대문을 지나다가 오장이 붙여 놓은 글을 본 친왕은 감동하며
마침내 오장과 어머니를 만나게 해 주었고 많은 여비까지 주어 두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오장은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았고 자손 역시 번창했다.
이후에도 오장모자는 관음보살의 보살핌에 의존했으며 바라는 바를 모두 이루었다.
이 이야기에서 행각승이 소개한 이름이 "온공"은 반야심경에 나오는 '오온개공'의 줄임말이다.
슬쩍 반야경의 사상을 담고 있는 이 이야기는 청나라 때 등장한 친왕親王이라는
명칭이 나오는 것을 봐서는 청나라 때 있었던 일에 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오장이 열심히 <관음경>을 읽었다는 것을 감안하면_
청나라 때도 관음신앙이 성행했었음을 의미한다.
암호관음은 <법화경> '보문품'의 '관세음보살을 외우는 거룩한 힘으로
도마뱀, 뱀, 살모사, 전갈의 독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구절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