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합장관음

갓바위 2021. 5. 4. 08:19

방경일글ㆍ남종진그림

 

합장관음의 합장合掌은 '손바닥을 마주 붙임'이다.

그런데 불교의 합장은 단순하게 손바닥을 마주 붙이는 것만은 아니다.

불교의 합장은 상대방에게 예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합장을 하는 사람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서

손바닥을 마주 붙이는 데 이때 양 손의 끝은 위로 향해야 한다.

이런 모습을 잘 표현한 것이 바로 남종진 화백의 합장관음도에 등장하는관세음보살이다.

 

보살은 연화좌대 위에서서 합장한 채 오른 편을 응시하고 있다.

하늘에는 무지개까지 걸어 놓고 합장관세음보살은 누구를 맞이하는 것일까?

송나라의 의적(義寂 919~987) 법사는 속성이 호胡씨인데

온주(溫州 지금의 절강성)의 영가永嘉에서 태어났다.

 

법사는 경론을 강의하는 한편 해설하는 책도 썼는데

사명(四明 현재의 영파부근) 육왕사育王寺에 머물렀다.

 

법사는 꿈에 국청사(國凊寺 중국 천태종의 본산)의

위쪽으로 올라갔는데 여러 깃발로 장식된 곳이 나타났다.

위에는 문수대文殊台라고 쓰여 있었고 안에는 보좌(寶座 불보살이 앉는 자리)가 있었다.

 

달리 들어갈 곳이 없어 법사는 문으로 들어갔는데 홀연히 관세음보살을 보았다.

관세음보살은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그를 맞이했다.

 

어느새 법사는 자신이 이미 관세음보살의 몸과 더불어 하나가 되어 나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놀라는 바람에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이때부터 의적 법사는 불법을 설하는 데 막힘이 없었으며,

설법이 너무나 뛰어난 청중들을 크게 감동시켰다.

<<고승전高僧傳>>에 나오는 위 이야기에서 의적 법사가

관세음보살의 영접을 받게 된 것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의적 스님은 일찍이 천태종의 사상에 큰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관련된 책을 구해 보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회창會昌의 폐불廢佛' 사건 때문이었다.

열렬한 도교 신자인 당나라의 15대 황제 무종武宗은 평소에 다른 종교들을 박해했다.

 

그러다가 회창 5년(845)에 무종은 전국의 큰 절 4,500여 개를 헐어버리고

26만여 명의 스님들을 강제로 환속시키는 등 불교에 대대적인 탄압을 가한다.

 

이런 만행을 저지른 다음해 무종은 불로장생악을 먹다가 33살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

그가 죽고 난 다음에 곧 폐불 조치는 취소되었지만

천태종이나 화엄종 등 교종의 여러 서적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난 뒤였다.

 

의적 스님은 천태산天台山 국청사에서 청송靑竦법사로부터

천태종의 사상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 법사가 되었다.

 

그는 10여 년 동안 연구를 더 한 다음에 고려와 일본에까지 천태사상과 관련된 책을 구했다.

이런 의적 법사를 도와준 이가 오월국嗚越國의 왕 전홍숙(錢弘俶 929~988)이다

 

오월국왕의 요청을 받은 고려의 광종이 책을 보내면서 한 스님을 파견했는데

그가 바로 제관(諦觀 ?~970) 스님이다. 제관 스님은 중국으로 가

 

의적 법사와 더불어 천태사상을 연구했는데, 그 결과물로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라는 뛰어난 천태사상 입문서를 만들었다.

 

그런데 지의(智顗 538~597)대사에 의해 개창된 천태종은

<<법화경>>을 소의 경전으로 하는 종파이다. <<법화경>> 가운데 <보문품>이 있고,

 

<보문품>의 주인공이 바로 관세음보살이다. 다른 경전에도 관세음보살이

등장하지만 관음신앙의 중심은 역시 <<법화경>>이다.

 

그러니 비록 꿈에서지만 천태사상을 중흥시키려는 의적 법사를

관세음보살이 합장하여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겠는가,

 

의적 법사는 실제로 나계螺溪의 전교원傳敎院에 머물면서 천태사상에 대해 강연했다.

그래서 그의 법호가 나계존자螺溪尊者가 되었던 것이다.

 

아무튼 합장관음 덕분에 의적 법사는 중국 천태종 산가파山家派의 개조로

모셔졌다. 이번에는 합장관음과 관련하여 민간에 전해오는 이야기를 살펴보자.

어느 마을에 한 이웃이 있었다.

장씨는 목공일을 했고 진씨는 과수원을 했다.

 

두 집은 딱 붙어 있었는데 두사람은 항상 자기 집의 면적을 더 차지하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원수가 되어버린 두 집은 서로 왕래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많은 돈을 가진 한 상인이 나타났다.

그는 진씨네 집에서 목재를 사 들인 다음에 장씨에게 싼 값에 팔았다.

 

그러면서 상인은 장씨에게 그의 친척이나 친구들이 진씨네 과일을 사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두 집은 점점 왕래가 많아지더니 서먹서먹함을 청산하고 물과 고기처럼 되었다.

 

그들은 서로를 찾았고 다시는 떨어지지 않았다. 이때 관세음보살이 합장한

모습으로 나타나 작은 것도 나눠가지면서 서로 화목하게 잘 지내도록 하라고 타일렀다.

이웃 간의 다툼을 중재해 준 이 이야기에 합장의 의미가 잘 나타나 있다.

합장관세음보살은 합장을 통해 장씨네와 진씨네가 두 집안이 아니라

한 집안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처럼 합장하는 사람은 자신과 상대방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나타낸다.

또, 합장하는 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는데

이는 상대방을 해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합장은 상대방에 대한 인사 이외에도 이런 의미들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불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합장으로 인사하는 습관을 가져햐 한다.

그런데 합장은 합장관세음보살의 응신인 바라문신과도 관계가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남녀노소와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자 바라문들이 흉게를 꾸몄다.

 

어느 날 젊은 여자 한 명이 기원정사祇園精舍의 법회 장소에 나타나더니

부처님이 자기를 임신시켰다고 떠들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제자들은 매우 당황했지만 부처님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위의를 갖춘 채 침묵했다.

죽림정사 앞에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그 가운데는 부처님의 제자들도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자 여자는 더욱 신이 나 부처님을 비방하다가 갑자기 배에서 뭔가를 떨어뜨렸다.

그것은 반으로 잘린 큰 바가지였다.

이렇게 해서 여자의 사기극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고 제자들은 안도하게 되었다.

 

첫 번째 계획이 실패로 끝나자 바라문들은 더 무서운 흉게를 꾸몄다.

어느 날 기원정사의 앞에 한 아름다운 소녀가 나타나더니 할일 없이 왔다 갔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관청으로 아무개가 살해 되어 기원정사 부근에 묻혀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관원들이 출동해 조사릎 해 보니 사실인지라 기원정사의 스님들에게 혐의를 두었다.

 

이 사실을 안 부처님은 한 비구를 파견하여 큰 길에서 사람들에게 먼저 인과응보의

도리를 설명하고, 다음으로 성인은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하게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녀를 살해한 범인이 연회장에서 사람들에게 전모를 폭로했다.

이렇게 해서 바라문들의 흉게와 그에 대한 부처님의 대처가 사람들에게 알려지자

사람들은 더욱 더 부처님과 교단을 신뢰하게 되었다.

이처럼 부처님을 해치려고 했던 바라문이지만, 그런 바라문의 모습을 가진 사람에게서

가르침을 받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 주겠다는 것이 바로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이며,

동시에 나와 남을 하나로 보는 합장의 의미이기도 하다.

 

합장관음은 <보문품>의 구절 가운데 '

응이바라문득신득도자應以婆羅門身得度者

 

즉현바라문신이위설법卽現婆羅門身而爲說法 (바라문의 몸으로써

제도해야 할 자에게는 바라문의 몸으로 나타나 설법한다)'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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