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들어갔다면 나올 곳부터 생각하라

갓바위 2022. 6. 30. 08:14

승냥이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아 들판을 어슬렁거리다가 죽은 코끼리를 발견했다.

코기리의 시체는 엄청나게 컸기 때문에 승냥이는 한동안 주변을 걸으며 어떻게 먹어치워야 할지 고민했다.

 

승냥이는 먹을 부위를 찾다가 가장 부드러운 항문을 발견했다.

승냥이는 항문부터 차츰 파먹기 시작하여 마침내 코끼리의 뱃속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뱃속에 들어가자 주변은 온통 살코기 천지였다. 승냥이는 너무나 행복했다.

 

그는 목이 마르면 피를 빨고, 쉬고 숲으면 누워 잠을 잤다.

'이 뱃속이야말로 천국이로구나.'코끼리 뱃속은 따뜻하고

먹을 것도 풍부했기 때문에 승냥이는 빠져나올 생각도 없이 그 안에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코기리의 시체는 햇볕에 말라 조금씩 쭈그러들기 시작했고,

승냥이가 들어갔던 항문도 굳게 닫히고 말았다.

시체가 가죽밖에 남지 않게 되자 그 안에는 마실 것도, 먹을 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먹을 것이 떨어지자 승냥이는 자신이 들어온 항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하지만 항문은 이미 막혀 오갈 데가 없었다.

나갈 곳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자 승냥이는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이윽고 승냥이는 힘이 빠져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되었다.

그때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죽이 물에 젖으니 점점 부풀어 올라 항문이 열렸다.

항문 구멍을 확인한 승냥이는 있는 힘을 다해 내달렸다.

 

그 바람에 승냥이는 온몸의 털이 모두 빠져버리고 말았다.

가까스로 항문을 빠져나온 승냥이는 정신없이 도망치다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곳에는 거친 코기리 가죽만이 남아 있었다.; 승냥이는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나의 탐욕이 이런 화를 불렀구나! 하마터면 영영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을 뻔 했어."

 

*출전 : <<본생경>> 148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길이 있는 법이다.

높은 곳에 올랐다고 안주하지 말라. 아직 내려가는 길이 남아 있다.

다치지 않고 내려올 수 있는 사람만이 다시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불교가 정말 좋아지는 불교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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