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마음만 한번 고쳐먹으면

갓바위 2022. 6. 28. 07:53

옛날 어떤 나라에 대신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린 아들을 남겨놓고 죽었는데, 아들은 아직 철이 없어

아버지가 모아놓은 재산을 모두 탕진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자라 청년이 되었으나 가난을 면치 못했다.

청년은 여러 가지 일을 해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절망에 빠진 그는 마침내 도둑질을 하여 생계를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왕 도둑질을 할 바에야 크게 한탕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좀도둑이 되기보다는 궁궐에 들어가 귀한 보물을 훔쳐 단박에 부자가 되는 게 나을 거야.'

이윽로 그는 한방중에 몰래 궁궐로 들어가 곧장 왕의 침실로 향했다.

 

하지만 궁궐이 너무 넓어 왕의 침실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는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왕의 침실에 도착했을 때는 몹시 허기져서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그는 가장 먼저 먹을 것을 찾았다. 청년이 숨을 죽이고 가만히 살펴보니

탁자 위에 물병과 쟁반이 놓여있고, 쟁반 위에는 무엇인가 소복히 쌓여 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부드러운 밀가루처럼 느껴졌다.

그는 급한 김에 그것을 물에 타서 들이켰다.

 

한참을 마시고 나니 허기가 사라지고 정신도 말짱해졌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쟁반위에 놓여 있던 것은

밀가루가 아니라 향을 태운 새까만 재였다. 순간 그는 생각했다.

 

"재를 먹어도 배가 부르니 참으로 이상하구나.

그렇다면 풀뿌리를 뽑아먹어도 배가 부른 것은 마찬가지이다.

풀만 먹어도 살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내가 도둑질을 한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든 청년은 훔친 물건들을 모두 제자리에 놓아두고,

막 침실을 빠져나오려 했다. 그때 왕이 잠에서 깨어나 외쳤다.

"이보게, 도둑이 아무것도 훔치지 않고 왜 그냥 나가려 하는가?'

 

감짝 놀란 청년은 왕 앞에 무릎을 꿇고 사실대로 고하였다.

"잿물로도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데, 굳이 재물을 훔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잿물이나 풀뿌리를 먹고 살지언정 도둑질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임금은 그를 용서해주었다.

 

*출전 : <<대장엄론경>> 권6 . 35

사람들은 극한의 고통 앞에 이른 뒤에야

그동안의 삶이 얼마나 행복했던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끼니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뒤에야 한 끼의 식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고, 죽음 앞에 이른 뒤에야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깨달으며,

죽은 뒤에야 자신의 욕망이 얼마나 허망했던 것인가를 깨닫는다.

 

현실을 원망할 필요가 없다. 현실은 우리에게 가난함을

강요할지 모르지만, 가난하게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가난함이 핑계가 될 수는 없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재물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

불교가 정말 좋아지는 불교 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