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입안의 쌀 한 줌

갓바위 2022. 7. 8. 08:52

어떤 마을에 어리석은 사내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처가를 방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처가는 워낙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찾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도 찾아가지 못했던 터였다.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처가 방문이었기 때문에 먼 길을 단숨에 달려갔다.

처가에 도착했을 무렵 그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픈 것은 물론 서 있을 힘도 없었다.

 

간신히 처가에 도착한 그는 먼저 먹을 것을 찾았다.

하지만 집안은 텅 비어 있었고,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굶주린 그는 우선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 들어가니 바가지에 생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쌀을 본 그는 쌀 한 줌을 쥐어 정신없이 입에 집어넣었다.

그가 입안 가득 생쌀을 넣었을 때 마침 처가 식구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사위를 본 장인이 무척 반가워하며 말했다.

"먼 길을 왔구먼. 그래 내 딸은 잘 있겠지? 자! 어서 들어가세!"

하지만 사위는 입안에 쌀이 잔뜩 있어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쌀은 침에 섞여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쌀을 훔쳐 먹은 것이 발각될까봐 쌀을 뺕지도 못하고 꾹 이를 악물었다.

쌀은 입안에 고인 침 때문에 점점 불어나 결국엔 목까지 메었고,

고통스런 표정만 지을 뿐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장인이 화들짝 놀라 말했다.

"이런, 사위가 병이 난 모양이다. 빨리 의사를 불러오너라."

온 집안 식구들이 부리나케 의사를 불러왔지만, 그의 입은 돌같이 굳어져 열리지 않았다.

 

의사는 하는 수 없이 칼을 들어 그의 양쪽 뺨을 갈랐다.

그러자 입 속에 가득 찼던 생쌀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출전 : <<보살 본연경>> 中 <선길왕품> / <<백유경>> 72

훔친 것보다 숨기려는 것이 더 큰 죄다.

숨기려고 하면 할수록 그는 점점 불안해지고,

결국엔 숨기려고 한 사실을 은폐하려다가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그것은 거짓말을 숨기려다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과 같다.

고백하라. 고백은 용서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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