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음향왕(音響王)

갓바위 2022. 11. 15. 09:07

음향왕(音響王)

석존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영취산(靈鷲山)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어떤 곳에 넓은 영토와 많은 신하를 가지고 그 위세가 사해(四海)를 누를 뿐 아니라,

 

또한 숱한 미인을 곁에 두고 밤낮으로 더 없는 환락에

젖어 있는 음향왕(音響王)이라는 대왕이 있었다.

차면 이그러지는 것이 세상만사라 이 대왕에게도 한 가지의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왕위를 이어받을 태자가 없는 일이다. 대왕은 늘,

(나는 지금 많은 영토를 가지고 있으며 올바른 도리에 의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결코 도리는 어긴 일이 없지만 나에게는 후계자가 없다.

만일 내가 죽으면 이 왕족은 끊어지고 말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늘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왕은 스스로 하늘 · 용(龍) · 신(神) · 해(日) · 달(月) · 별(城)을

정성껏 신앙하고, 그 밖에 위로는 사천왕(四天王)으로부터 아래로는

약초과신(藥草果神)에 이르기까지 「나에게 아들을 점거하옵소서.」

하고 열심히 기원하여 마지 아니하였다.

 

그때 삼십삼천(三十三天)에 소보리(須菩提)라는 한 천자(天子)가 있었다.

이 천자의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자연히 천자의 화관(花冠)이 시들고,

옷이 때에 더럽혀지고, 몸에서 썩는 냄새가 나고, 시녀들이 떨어져 가고,

자리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다섯 가지 쇠해가는 징조가 나타났다.

 

쇠해가는 징조를 본 삼십삼천의 우두머리 석천왕(釋天王)은 수보리

천자가 멀지 않아 임종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어느 천자를 불러,

『나 이로부터 바로 음향왕한테 가서 왕에게 이렇게 전해라.

 

「대왕, 당신의 나라에는 당신의 나라를 다스려 나갈 만한 덕이 있는 왕자가

없는데 지금 삼십삼천에 수보리라는 천자가 쇠해가는 징조가 나타나

임종이 가까워져서, 이 천자의 넋이 내려와 대왕의 태자로 태어난다.

 

그러나 그 태자는 장년에 이르면 틀림없이 출가하여 불도(佛道)를 닦게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 주인인 제석천왕(帝釋天王)이 말했다고 전하고 오너라.』

하고 명하였다.

 

음향대왕은 시녀에게 일산(日傘)을 들리고 높은 다락에 앉아 계시는데

제석천의 사자인 천자는 그 다락 위의 공중에 나타나서,

『대왕, 지금 삼십사먼의 수보리 천자가 죽고 대왕의 왕자로 태어납니다.

그러나, 그 왕자는 장년이 되면 출가하여 불도를 닦게 됩니다.』

 

하고 대왕에게 알렸다.

이 공중의 소리를 들은 대왕은 매우 기뻐하여,

 

『하늘 위의 말씀 이 몸에게 지극히 다행한 일입니다.

그저 넋은 내려와 나의 왕자로 태어나 주십시오. 설령, 장년에

이르러 출가하더라도 그 왕자의 뜻을 막는 일을 결코 아니하겠습니다.』

하고 하늘에 대답하였다.

 

하늘의 사자는 돌아와,

『천왕님, 음향왕은 수보리 천자의 강림(降臨)을 몹시 희망하여

하루 빨리 넋을 내려주시도록 원하고 있습니다.

또한「왕자가 출가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 구도(求道)의

정신을 방해하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보고를 받은 제석천왕(帝釋天王)은 곧 수보리 천자에게로 가서,

『너는 지금 임종이 가까웠다. 곧 서원(誓願)을 일으켜 음향왕궁에 태어나거라.

그 왕은 왕위를 물려줄 왕자가 없어

지금 모든 신에게 왕자를 점지해 달라고 원하고 있다.

 

그 왕은 언제나 정법(正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현명한 군주이므로

그 뜻을 이루어 주기 위하여 여러 가지 공덕을 쌓고 복과 덕이 있는 네가

그 넋을 내려 궁중에 태어나 주어라.』하고 말하였다.

 

『제발, 그런 말씀은 말아 주십시오.

저는 왕궁에 태어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출가해서 불도를 닦을 것입니다.

왕궁에 태어나면 그 수행(修行)을 할 수 없사오니

대왕님의 말씀이오나 이것만은 거절하겠습니다.』

 

『네 뜻은 잘 알고 있다. 결코 수행의 방해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왕궁에 태어나 주기만 하면 꼭 뒤에 출가할 수 있도록 해 줄 터이니,

하여튼 음향왕의 염원을 받아들여 왕궁에 태자로 태어나도록 죽음에 임하여 발원해 다오.』

 

천주제석(天主帝釋)의 간절한 부탁을 수보리도 매정하게 거절할 수가 없어,

『그러면, 반드시 제가 출가 수도할 수 있도록 해 주신다면 왕궁에 태어나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수보리의 임종의 발원이 끝나자마자 음향왕의 제일 부인은 불가사의 하게도

임신을 하였다. 부인이 그 뜻을 대왕께 아뢰니 대왕은 이야말로 천주의

헤아림이라고 몹시 기뻐하여 부인에게 고급 이부자리이며

음식을 주어 임신부를 소중히 하라고 시녀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러는 동안에 달이 차서 부인은 귀여운 왕자를 분만하였다.

대왕은 많은 외도(外道)와 신하를 모아 왕자 탄생까지의 여러 가지 인연을 이야기하여 들려 주고,

『이런 인연을 가지고 탄생한 왕자인데 이름을 무엇이라고 지어 주면 좋겠느냐?』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한 사람의 바라문이 나서면서,

『태자님은 수보리 천자의 재성이오니 역시 전의 이름 그대로

수보리라고 명명하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하고 여쭈었다.

 

한자리의 모든 신하들은 그것이 좋겠다고 찬성했으므로

이에 태자의 이름은 수보리로 부르기로 하였다.

대왕은 소원이 이루어져 뒤를 이을 태자가 태어났으므로 수보리 태자를

매우 사랑하여 잠시도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어느 때, 대왕은 생각하였다.

 

『나는 왕자가 없어 여러 천신에게 정성껏 빌어 겨우 한 사람의 태자를 얻었는데

천주의 말에 의하면 이 태자는 장년이 되면 출가를 한다고 한다.

태자가 출가를 해 버리면 태자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태자가 출가하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이리하여 대왕은 태자를 위하여 따뜻한 궁, 써늘한 궁, 춥지도 덥지도 않은

궁의 세 궁전을 새로 짓고, 또 네 종류의 궁녀전도 마련하여

첫째 궁에는 六백 명의 궁녀, 둘째, 셋째, 넷째, 궁의 각 궁녀 전에도

각각 六백명의 미인을 두고 언제나 시녀 네 사람이 모시게 하고,

 

전개좌구(轉開座具)라는 것을 만들어 태자가 여기에서 편안히 자게 하고,

만일 태자가 앞으로 향하려 할 때에는 궁녀가 앞에 서면

그 좌구가 빙 돌아와서 앞에 六백의 궁녀, 시녀들을 보이게 하였다.

 

이것은 오로지 태자 출가의 뜻을 막기 위한 일종의 유혹이었다.

그 밖의 환락을 권하는 가지 가지의 유혹이 뒤를 이어 시도(試圖)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제석천왕은 사람들이

고이 잠들었을 무렵에 수보리 태자의 침실 가까운 공중에서,

 

『태장, 너는 지금 그런 환락에 잠겨 있을 때가 아닐 텐데......

너는 출가하여 불도를 닦는 것을 이상으로 삼고 있지 않았느냐.

지금이 출가할 절호의 기회다. 만일 쾌락에 빠져 출가하지 않으면 뒷날 후회할 것이다.』

하고 경고를 하였다.

 

이 공중에서의 천주의 경고를 들은 수보리 태자는 생각하였다.

(아버지 음향왕은 나에게 애욕의 그물을 쳐놓고,

그 그물의 힘으로 나의 출가를 막으려 함이 틀림없다.

 

나는 이 애욕의 그물을 끊고, 이 더러운 육욕적(肉欲的)생활에서 벗어나

굳은 신심을 가지고 출가하여,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불도를 닦는

새 생활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아버지는 아름답게 차려입힌 六백의 미인을 내곁에 있도록 했으나

이 아름다운 궁녀들이라고 해서 영구한 미모와 생명은 보전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나 자신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하나 하나가 부정한 것뿐,

그 어느 하나도 애착을 가질 것이 없다.

만물이 모두 공(空)으로 돌아가고 영구히 존재하는 것이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이러한 인생관, 우주관을 품고 미혹(迷惑)과 깨달음의 인과를 가르치는

불교의 근본 뜻을 깨우치고 마침내 제법무아(濟法無我:모든 것을 다 인연화합

(因緣和合)의 작용으로 나타난 것이라하여 실아(實我)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음)의

경지에 달하여 앉아서 독각(獨覺:혼자서 깨달음)이라는 훌륭한 성자(聖者)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내 색심(色心)의 근본을 알고자 하는데,

뜻은 생각함으로써 생기는 것,

내 색심을 생각지 않으리니,

곧 색심이란 있는 것이 아니니라.』

 

라는 게를 말하고 그대로 공중에 날아올라가 어느 산속에

들어가 나무 아래에 앉아서 깨달음의 길로 들어갔다.

 

어쩐지 태자의 일이 걱정이 되어 대왕은 밤중에 가까운 신하를 불러,

『곧 태자의 침실을 살피고 오너라. 태자가 편안히 자고 있는지 어떤지.』

하고 명하였다.

 

신하가 태자의 침실에 가보았더니

침실은 안으로 굳게 닫혀 있었으므로 신하는 그냥 돌아와,

『태자님은 편안히 주무시고 계십니다. 침실을 안으로 굳게 닫고 말입니다.』

하고 보고 하였다.

 

그 보고를 듣고서도 아직 안심이 안 되어 대왕은,

『그러나, 다시 한번 잘 살펴보고 오너라.』

하고 다짐하기 위하여 한번 더 가보게 하였다.

 

대신은 다시 보러 갔으나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아무리 보아도 태자께서는 주무시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하고 보고하였다.

 

그 때 부왕(父王)은, 태자는 언제나 숙면하는 적이 없으므로 오늘따라 잘자고

있다는 것은 어딘가 몸이 불편하지나 않은가 갑자기 태자의 일이 걱정이 되었다.

그리하여 왕은 몸소 태자의 침실로 가서,

『너는 여기에 사다리를 놓고 안으로 들어가 이 문을 열어라.』

 

하고 명하였다. 한 신하가 사다리를 놓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었다.

대왕이 침실로 들어가 안의 형편을 살피었더니

침대는 있으나 태자의 모습이 보이지를 않았다.

 

시녀를 깨워,『태자가 없는데 어디에 갔느냐.』하고 물었다.

『저희들은 잠이 들어 태자께서 어디로 가셨는지 도무지 모르옵니다.』

하고 시녀들은 대답하였다. 이 대답을 들은 대왕은

자기의 몸을 땅에 내동댕이 치듯 쓰러져, 기절이나 하듯이 한숨을 쉬었다.

 

얼마 뒤에 정신을 차린 대왕은 여러 신하들을 모아,

『태자 수보리는 집을 빠져나갔다.

태자는 어렸을 적부터 머리를 깎고 중이 입는 세가지 종류의 가사(袈裟)를

걸치고 굳은 신앙을 가지고 출가하여 불도를 닦으려는 큰 뜻을 품고 있었는데

 

지금 태자는 그 본래의 목적을 실행하기 위하여 나를 버리고 밤중에 출가를 한 것이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곧 사방으로 흩어져 태자의 있는 곳을 찾도록 하여라.』

하고 명령하였다.

 

여러 신하들은 대와의 말을 듣고 매우 놀랐으나 왕의 분부대로

사방 팔방으로 태자의 행방을 찾아 나갔다. 한 신하가 태자가 도망간 길을

더듬어 산으로 들어가니 태자는 나무 아래에 결가부좌(結跏趺座)를 하고 있었다.

 

급히 왕궁에 돌아와,

『태자께서는 산속의 나무 아래에 앉아 계십니다.』하고 아뢰었다.

대왕은 곧 신하들을 데리고 그 산에 가 보니 신하가 말한 그대로였으므로, 태자를 향하여

『태자는 어이하여 나를 버리고 출가를 하였는고?』

 

하고 말을 걸었으나, 태자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왕은 다시,

『네 어머니는 몹시 걱정을 해서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

빨리 왕궁으로 돌아가 이 늙은 양친을 안심시켜 다오.』

 

하고 말하였으나, 여전히 태자는 말이 없었다.

대왕은 태자 앞으로 나아가 그의 손을 붙들었으나 꼼짝도 않는다.

대왕은 태자가 죽은 것을 알고 크게 슬퍼하여 여러 신하들을 향하여 겨우

 

『태자 수보리는 죽어 버렸다. 생각하면 전의 일이지만 천주 제석천왕이 와서

나에게 태자를 주지만 장년이 되면 반드시 출가할 것이라고 예언하였었다.

완전히 그 예언은 이제 사실로 나타난 것이로다.』

하고, 대왕은 비로소 숨기고 있던 태자 출가의 사연을 이야기해 들려 주었다.

 

그 때, 나무의 신이 갑자기 나타나,

『태자는 지금 훌륭한 독각(獨覺)의 자리에 올랐으니

독각을 공양하는 예의로써 장송(葬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가르쳤다.

 

대왕은 나무의 신이 가르친대로 쇠널(鐵棺)을 만들어 그 안에 향유(香油)를 가득히 채워

독일각(獨一覺)의 몸을 깨끗이 씻고, 홍매직(紅梅織)으로 지은 옷으로 시체를 싸고,

또 그 위에 잡채의(三衣 중의 大衣)로 덮어 쇠널 안에 안치하게 하고

 

다시 쇠뚜껑으로 단단히 그 널을 덮고 그 위는 흰천으로 덮은 다음 일곱 날,

일곱 밤 동안 향화(香華:향과 꽃)의 공양을 하고 그것이 끝나자 향화·그

림·번개( 蓋:깃발과 천개<天蓋>)를 들고 풍악을 울리면서 지성껏 장례를 지냈다.

 

이 때에 독각(獨覺)을 공양하고 존경한 사람들은 그

공덕으로 하늘나라에 태어날 수가 있었다.

음향왕이란 지금의 석가모니이시다.

 

관련 경전 : 증일아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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