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태교 이전에 입태 기도

갓바위 2024. 2. 17. 10:01

 

 

태교 이전에 입태 기도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나이를 물으면 '원 나이'와 '만 나이'를 나누어 답한다.

예를 들어 "원 나이는 서른이지만 만으로는 스물아홉입니다."라고 대답한다.

 

'만 나이'는 어머니 몸 밖으로 나온 날, 즉 생일날 이후 지금까지 살아 온

기간으로 계산하고, '원 나이'는 햇수로 계산하기에, 일반적으로 '만 나이'로

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이 세상에 출현한 시기를

 

어머니의 자궁 속에 수태 된 때로 잡으면 열 달의 임신기간을

합산해야 하기에 '만 나이'가 아니라 '원 나이'가 옳다.

불전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아도 현생의 시작은 생일날이 아니라 수태의 순간이다.

 

모든 생명체는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음을 세분하면 수(受:느낌) ·

상(想:생각) · 행(行:의지) 식(識:마음)이 되며 여기에 몸인 색(色)을 합한 것이

'색 · 수 · 상 · 행 · 식'의 오온(五蘊)이다. 오온은 '쌓임'을 의미하는 범어 스깐다

 

(skandha)​의 번역으로 구역에서는 오음(五陰)이라고 번역하였다.

죽는 순간의 오음을 사음(死陰), 탄생하는 순간의 오음을 생음(生陰), 사망 후

탄생하기 전까지 중간 단계의 오음을 중음(中陰)이라고 한다.

 

티베트에서는 중음의 삶을 '바르도(bar do)'라고 부른다.

'사망과 탄생의 둘(do) 사이(bar)'라는 뜻이다.

중음이란 소위 귀신이다. 불교의 부파 가운데 설일체유부에서는

중음을 인정하지만 상좌부의 논서에서는 중음에 대한 언급이 없다.

 

부파 간의 이런 이견(異見)에 근거하여 중음의 존재 여부에 대해 학문적으로

논란을 벌이긴 하지만, 중음을 육도윤회의 세계 가운데 아귀도(餓鬼道)의

일부로 볼 경우 양측의 이견은 회통된다. 예를 들어 인간으로 살다가 죽어서

귀신이 되었다가 짐승으로 태어날 경우 상좌부에서는 '인간→아귀→짐승'으로

보는데 설일체유부에서는 동일한 과정을

'인간→중음→짐승'으로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구사론》에 의하면 우리가 죽으면 이런 중음신(中陰身)으로 떠돌다가, 남녀

또는 암수가 성교하는 장면을 보고서 음심을 내어 수정란에 부착한다고 한다.

 

'아버지의 정(精), 어머니의 혈(血), 그리고 중음신'의 삼자가 화합해서 수태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때의 중음신을 간다르바(gan-dharva) 또는 식(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음신은 전생에 지었던 업의 씨앗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 남녀가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아서

훌륭하게 기르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시기는 수태의 순간이다.

임신 후 태교도 중요하고, 출산 후 영유아기의 영양과 교육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태의 순간에 '훌륭한 중음신'을 맞이 하는 것이다.

 

불전의 가르침에 의하면 태교를 통해서 태아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태아가 모체와 집안 분위기를 변화시킨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어떤 중음신이

자궁으로 들어왔는가에 따라서 어머니가 변하고 집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대지도론》에서는 사리불을 임신한 후 갑자기 총명해진 어머니의 일화를

전하며,《화엄경》 〈입법계품〉에서는 선재동자를 임신하자 그 집안에

여러 가지 상서로운 일이 일어났다고 쓰고 있다.

 

따라서 좋은 자손을 두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태교가 아니라

수정의 순간에 좋은 태가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성행위가

쾌락의 도구로 전락하고, 낙태가 횡행하는 이 시대에 좋은 태가 들어오기를

부부가 함께 발원하면서 지극한 마음으로 불보살께 기도를 올리는 불교의식,

즉 입태기도(入胎祈禱) 의식이 새롭게 창출되어도 좋을 듯싶다.

김성철 교수의 불교하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