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당신을 생각하며 선물을 고르는 일
그녀는 나보다 몇 살 아래다. 그렇지만 성정이 한결같아서
마음 바뀜이 심한 내겐 오히려 언니처럼 의젓해 보인다.
변함없이 첫 마음을 보듬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
그녀는 나를 비춰 보게 하는 거울이었다.
마음이 따뜻한 후배는 지인들에게 자주 선물꾸러미를 내민다.
그리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아기자기한 것들이다.
하지만 남에게 줄 선물은 쉽게 결정되는 게 아니다.
받는 사람의 취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주고받는 일이 기쁨으로 간직될 수 있다.
몇 해 전, 나도 순면 셔츠를 선물 받았다.
물건을 사고파는 일에는 흥정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도 생략하려 애썼을 그녀가
뚱뚱한 내 옷을 고를 때는 얼마나 심사숙고했을까.
한 뼘 두 뼘 품을 가늠하며 작지 않을까,
색상은 잘 받을까 재고 또 쟀으리라. 그 순간은 온전히 나만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고른 옷은 내게 꼭 맞았다.
땀을 많이 흘리는 내겐 참 고마운 선물이었고, 지금껏 아껴 입고 있다.
-정정성 수필집, <도서관 할머니의 꿈> 중에서
누군가의 기뻐하는 얼굴을 떠올리며 선물을 고르는 일은
어쩌면 무엇을 받는 일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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