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총무원장스님을 모시고 돌아본 중국불교 부흥의 현장

갓바위 2024. 3. 8. 10:09

 

 

총무원장스님을 모시고 돌아본 중국불교 부흥의 현장

이지관 총무원장스님께서 십수 년간 이끌어 왔던 가산불교문화

연구원에서 주관하는 '제2차 중국불교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주된 목적은 작년 여름에 있었던 제1차 순례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제 8권까지 출간된 불교사전 《가산대사림》의 원고 집필을 위해 중국 내 전통

사찰과 불적 관련 최신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었지만, 소득은 그 이상이었다.

 

중국불교의 외형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었다. 중국헌법에 국교가 명시되어 있을

수야 없겠지만, 중국정부는 수년 전부터 불교를 국교에 준하는 종교로

삼고서 근대화와 문화혁명으로 인해 파괴되었던 사찰과 사적지

부흥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방문하는 사찰 가운데 그라인더와 망치 소리가 요란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최근가지 우리 사찰들에서 그랬듯이

중국의 불교성지 도처에서는 건축불사가 한창이었다.

 

7월 28일부터 8월 5일까지 8박 9일에 걸친 긴 여정으로 운강석굴,

오대산, 백림선사, 임제사, 용문석굴, 백마사, 소림사 등등 중국내륙지방

도처에 산재한 불교성지들을 거의 모두 방문하여 예불을 올리고, 면담을

하고, 자료를 수집하였기에 여행이라기보다 강행군과 같았다.

 

원장스님께서 노트를 손에 들고 현판을 확인하고 비문을 읽으시며 원고에 이용할

자료를 메모하시는 모습,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가사장삼을 모두 수하시고

예불에 임하시는 모습을 보고는 아무도 힘들다는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과거 선지식들의 체취가 서린 중국 불교 성지 곳곳을 순례하면서 원장 스님과

종단의 중진스님들, 그리고 필자를 포함한 전문연구위원 가족과

연구원들이 모두 동참하여 치르는 예불의식은 참으로 감동스러웠다.

 

감격의 눈물을 보이는 분도 가끔 눈에 띄었다. 예불 때마다 원장스님의

발원기도가 이어졌다. '조계종의 중흥'과 '한반도의 통일' 그리고 '세계 인류의

평화 공존'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은 발원문을 독송하셨다.

 

중국과의 외형적 불교교류도 중요하겠지만 학덕을 갖추신 우리 큰스님들께서

중국불교성지를 친히 방문하시어 이렇게 진심어린 기도를 올리는 것이

한중불교의 앞날을 위한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불교학자 로버트 버스웰 교수의 주관으로 얼마 전에

《흐름과 역류(Currents and Countercurrents)》라는 제목의 책이 발간되었다.

동아시아불교사에서 한국의 역활에 대해 조망한 논문 모음집이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중국을 거쳐 한국에 전해지는 과정을 '흐름'이라고

표현하였고, 우리 한국인들이 잘 보존하고 성숙시킨 불교가 다시 중국인들에게

전해졌다는 의미에서 '역류'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한중 불교교류의 특징을 깊이 통찰한 참으로 적절한 제목이라고 생각된다.

동아시아 불교교류사를 일별할 때, 과거 일본의 경우는 일방적인 수입국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과 달랐다. 당 무종이 저지른 회창의 폐불로 천태 전적이

소실된 후 우리가 보존하고 있던 불전들을 전해주고 스님을 파견함으로써

중국불교의 부흥에 일조한 사실, 혈혈단신 양자강 하류의 남경을 내려가

섭산 서하사에 주석하면서 삼론종의 토대를 마련한 고구려 승랑 스님, 원효와

원측 스님의 교학 등이 우리 불교가 중국으로 '역류'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이러한 '역류'의 시기라고 생각된다.

현재 중국 도처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법당불사가 내실을 갖추려면

인재불사와 교육불사가 뒤따라야 하는데, 중국에서 전해진 선불교 전통을

잘 간직하고 성숙시켜 온 우리가 그 역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불의식, 천도의식 등 불교의식을 전해주어야 하고, 우리 선방의 간화선

전통을 전해주어야 하며, 강원교육 전통을 전해주어야 한다.

정치 · 경제적으로는 인접국이 경쟁상대가 되고 강자와 약자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문하 · 종교적으로는 인접국이 호혜 평등관계에서 서로 도울 수 있다.

 

그리고 중국불교인들에게 전해줄 우리의 선불교 전통은 '우월'이 아니라'

보답'의 한류(韓流) 불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미래의 중국불교는 우리에게 크게 보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성철 교수의 불교하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