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나를 볼 수 있다면 감옥도 우주다

갓바위 2024. 3. 13. 11:25

 

 

나를 볼 수 있다면 감옥도 우주다

소감을 더 들어보자.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을 수행으로 바꾸는 시간, 몸 구석구석 쑤시고

결리고 아프고, 엉덩이와 등과 허리는 가시가 박혀 찔러대고······,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그러자 4일때 되는 날부터 몸이 편안해지고,

집중하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나를 성찰하고 바라보면서

마음에 평화가 조금씩 깃들었습니다."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이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바로 분별하여 간택하고, 증오하여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 버리면 명백히

드런난다.'고 승찬 조사는 말씀하셨습니다. 즉 중생심 버리면 부처다.

부처 종자가 따로 없다는 말입니다. 그걸 실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스님의 정성스러운 법문은 법문대로 좋고, 망상은 망상대로 화두대로 좋았습니다.

화두 드는 것도 새로워지고 잘해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든 것이 7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마음이 단단해지고, 수행을 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듭니다. 이제는 길 잃지 않고 수행을 잘하겠습니다."

 

선불교에서 무문관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년 이상 빗장을 걸어놓은

독방에서 좁은 틈으로 음식을 공양 받으며 화두참구에 매진하는 수행법이다.

일반인을 위해 마련한 무문관 수행은 8일 간의 여정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세상에서 가져온 모든 것들을 벗어놓는다.

핸드폰과 입고 온 옷, 읽고 있는 책도 모두 맡기고, 수련복과 세면도고만

챙겨들고 독방으로 들어간다. 8일 동안 1.5평에 스스로를 감금하기로

자청하고 찾아온 이들이다. 그것은 온전히 수행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다.

외국에 나가도 전화 로밍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일과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무문관에서는 모든 것과 끊어진다. 사람으로부터, 말로부터,

관습으로부터, 그리고 일로부터 단절이다. 그야말로 '나'만을 위한 일상의 출가이다.

 

사방 두어 걸음이면 벽과 마주하는 좁은 방이지만 자신의 호흡과 화두로 채우기

에 충분한 공간이다. 문 아래쪽 손바닥만한 쪽문으로 하루 두 끼, 아침죽과 점심

밥이 들어온다.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기 때문에 그야말로 문이 없는 무문관이다.

 

아침 6시 30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에 맞추어 108배를 하고, 죽비소리에

좌선(座禪, 가부좌를 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에

들어가는 수행법)을 한다. 오전 10시, 1시간 동안 수행의 마음을

촉발시키는 선문답 방송 강의를 듣고 좌선을 이어 간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 수행이다.

미황사 무문관은 '함께' 수행하지만 또'혼자' 수행하는 특이한 구조의 공간이다.

서로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롯히 홀로 수행에 집중하면서도,

혼자 수행했을 때 직면하게 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은 흐르고 꽃은 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