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고삐 끝을 꼭 잡고 한바탕 일을 치르라

갓바위 2024. 4. 14. 21:30

 

 

고삐 끝을 꼭 잡고 한바탕 일을 치르라

​緊 把 繩 頭 做 一 場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는 병실에서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비즈니스 세상에서 성공의 끝을 보았다.

타인의 눈에 내 인생은 성공의 상징이다.

하지만 일터를 떠나면 내 삶에 즐거움은 많지 않다.

 

지금 병들어 누워 과거 삶을 회상하는 이 순간 나는 깨닫는다.

정말 자부심 가졌던 사회적 인정과 부는 결국 닥쳐올 죽음 앞에 희미해지고

의미 없어져 간다는 것을, 어둠 속 나는 생명 연장 장치의 녹색 빛과

윙윙거리는 기계음을 보고 들으며 죽음의 숨결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생을 유지한 적당한 부를 쌓았다면

이후 우리는 부와 무관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죽음에 닥쳐서야

모든 걸 내려 놓고 되돌아보기보다는 삶 속에서 단순해지고 고요하면 좋겠다.

번뇌가 없는 고요 고요한 적적寂寂을 만들기 위해 화두의 의단이 필요하다.

 

낙엽이 다 떨어진 앙상항 가지만 남을 겨울 숲길을 걸으며 생각한다.

파란 하늘에 드러난 나뭇가지들과 듬직한 맨살을 드러낸

나무들이 마치 번뇌를 다 떨치고 난 선명한 고요의 언어 같다.

 

담백한 저 말을 하기 위해서는 한바탕 몸서리를 쳐야 한다.

매년 홍역을 치르듯 꽃을 떨어뜨리고, 열매를 떨어뜨리고,

수많은 손들을 내려놓는다. 황벽 선사의 시다.

티끌세상을 벗어남은 보통일이 아니다.

고빼 끝을 꼭 잡고 한바탕 일을 치르라.

매서운 추위가 한 번 뼛속에 사무치지 아낳으면

어떻게 매화 향기 코를 찌르랴.

過脫塵勞事非常

緊把繩頭做一場

不是一番寒撤骨

爭得梅花撲鼻香

얼마 전 프랑스에서 온 불교학자 피터 스킬린 교수는 말했다.

"명상을 하고서야 내 삶의 고통, 그 뿌리가 집착임을 알게 됐다. 내가 붙들고자

하는 대상의 실체가 그림자임을 알게 되면 삶이 훨씬 경쾌하고 지혜로워진다.

 

화가 날 때도 전보다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집착의 강도가 약해지는 만큼 지혜로운 통찰이 생겨난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림자처럼 바깥에 투영된 것임을 알게 됐다.

그걸 잡으려고 욕망을 일으키는 나를 보게 됐다. 전에는 그게 안 보였다."

물흐로 꽃은 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