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스님 좋은 말씀 2443

인연을 대하는 법

이 사람은 정말 만나기가 싫다. 진저리가 날 정도로 보기가 싫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 같다. 사람을 보기 싫어하는 심리의 저변에는 궁극적으로 내게 이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롭지 않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과 멀다는 뜻이다. 결국 이롭다는 것은 내가 좋다는 것이고 내가 좋다는 것은 분별된 욕심이므로 욕심은 인과(因果)의 과보(果報)로 다가오게 된다. 따라서 억지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보기 싫어서 기분이 좋지 않다면 안 좋은 기분이 곧바로 습업(習業)이 되어 다음에도 똑 같이 기분 좋지 않은 현상이 반복되어 보기 싫은 사람이 계속 나타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보던지 보지 않던지 간, 이유를 막론하고 싫다는 감정을 품지 않아야 한다. 핑계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감정이라..

그냥 걷기만 하세요

한 걸음 한 걸음 삶을 내딛습니다. 발걸음을 떼어 놓고 또 걷고 걷고... 지금 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짊어지고 온 발자국은 없습니다. ​ 그냥 가버리면 그만인 것이 우리 삶이고 세월입니다. 한 발자국 걷고 걸어온 그 발자국. 짊어지고 가지 않듯, 우리 삶도 내디디고 나면 뒷발자국 가져오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그냥 살아갈 뿐... ​ 짊어지고 가지는 말았으면 하고 말입니다. 다 짊어지고 그 복잡한 짐을 어찌하겠습니까. 그냥 놓고 가는 것이 백 번 천 번 편한 일입니다. ​ 밀물이 들어오고 다시 밀려 나가고 나면 자취는 없어질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애써 잡으려 하지 마세요. 없어져도 지금 가고 있는 순간의 발자국은 여전히 그대로일 겁니다. ​ 앞으로 새겨질 발자국, 삶의 자취도 마음 쓰지 말..

송광사 취봉스님 어록

"중은 어쩌든지 신심이 있어야 되야. ... 중은 돈도 쉐양 없고, 명예도 쉐양 없어. 내가 이 나이에 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이러고 버티지 딴것이 있건디. 자네들도 부지런히 해야되어. 게으르면 아무 짝에도 못쓰는 것이여." "들은풍월로 아는체 하는 선객이 되지마러야 해. 받은 시은과 망어죄를 어찌할고." "일대사 해결 공부는 진속의 처소가 상관 없어야 혀. 정진할 때 화두만 순일하면 고요한 곳과 시끄러운 곳이 상관 없응께 세속에서도 정진 잘 해야 혀." "세월은 빠르게 지나가, 유수와 같다고 했으니 인생 일세는 잠깐이여. 속가의 형제친척도 생각말고 스님도 걱정 말고 정진 일로(一路)에만 분투해야 혀. ... 정신을 못 차리면 부지중(不知中) 세월은 흘러, 10년 20년 내지 일생을 수행해도 별 힘없고..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고통이 온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어서 고통이 온다. 고통으로 인해 업식이 시작된다. 고통을 없애는 것은 내 생각이 사라지는 자리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없는 자리이다. 이 세상 삶은 내가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은 한 가지도 없다. 바라는 대로 만들어진 것은 억지로 만들어 놓은 것이니 업식의 댓가이다. 업식의 댓가는 내가 갚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돌려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게 고의 원인이다. 우리는 내가 원하는 것을 잠시 즐겼던 그 댓가를 영원히 세세생생 돌려받아야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없어야 고통이 사라진다. 오늘은 성실히 살지 않고 망념만 쫓아다니니 좋은 결과가 올 수 없다. 그냥 오늘 주어진 내 삶을 오늘 하루만 성실히 살면 오늘의 결과가 내일 온다. 인각스님

'마장'이라는 것은

공부를 여물게 하기 위해 일어나는 그림자인데 ​어떻게 보면 이것이 없이는 수행이라 할 것도 없지요. ​ 수행할 때 힘이 들고 벅차고 어려운 것을 모두 장애라 볼 수 있는데 ​뱃사공이 파도가 거세게 불 때 부리는 묘가 있듯이,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수행의 묘라 할 수 있습니다. ​ ​슬픈 것에도 기울어지지 않고 괴로운 것에도 기울어지지 않고 좋은 것에도 기울어지지 않는 자기중심이 딱 서야 합니다. ​ 그렇게 되면 생활하다 다른 경계가 오더라도 극복할 수 있지만 ​이 힘이 약할 때에는 그 경계에 사로잡힙니다. ​ ​내 뜻대로 안 되고 막히는 그 장애를 잘 넘는 것이야말로 내 수행이 굳어지고 여물게 하는 좋은 약이지요. ​ 희로애락 등 온갖 경계에 팔리지 않고 자기중심을 살피고 비판하고 정진할 수 있는 ..

죽음에는 우연이나 순서가 없다

평화로운 오후, 길을 걷고 있던 사람이 대형 광고판이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고, 또 다른 사람은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하다가 광고판이 머리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려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복잡하던 길, 복잡하던 마트에서 수많은 사람이 그 광고판 아래를 걷고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불행하게도 그 사람에게, 그 순간에 그 광고판이 떨어지게 되었을까? 일부러 어떤 사람이 광고판 위에 서 있다가 그 사람을 맞추려고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떨어뜨려 정확히 그 사람의 머리에 떨어지게 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저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불교에서는 우연이란 없다고 말한다. 그것 또한 그 사람의 인연이요 업이다. 다시말해 그 사람은 그 아래를 정확히 그 시간에 걷도록 되어 있었고, 그 때에 ..

일근천하무난사 一勤天下無難事

부지런하면 영원한 삶의 집에서 살고 게으름은 죽음의 집이다. 부지런한 사람은 죽음도 모를 것이고 게으른 사람은 이미 죽음에 이른거나 마찬가지다. 남송대 유학자 주희가 부지런할 것을 강조하며 남긴 말이다.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 한결같이 부지런 하면 세상에 어려운 일이 하나도 없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자신의 복(福)으로 살아 간다. 이 복은 어디서 오는가? 이 세상을 밝고 이롭게 하는 부지런함이다. 부지런하면 어려운 일이 하나도 없다. 우리네 인생 자체가 수행(修行)이다. 수행은 부지런 함이다. 귀찮아서 세수 안하고 일어나기 싫어 늦잠자고 움직이기 싫어 청소 안하고 지금 하는일 귀찮아서 짜증내며 대충하면 껍질뿐인 헛된 인생을 살게된다. 공부가 된다, 안 된다. 뭐가 안 된다. 농사가 되느니..

도문(道門)의 길

세속의 공부는 계속 쌓아가는 것이 미덕이고 최고이지만 도문(道門)의 길에 접어들면 필요 없는 것들을 하나씩 버려 나가야 합니다. 계속 버려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는 단계가 곧 도의 경지인 것입니다. 흑씨 범지가 부처님께 법문을 청하기 위해 양손에 꽃을 들고 부처님께 올리려고 하자, 부처님께서는 "놓아버려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흑씨 범지는 오른손에 든 꽃을 놓아버렸지만 부처님은 또 "놓아버려라" 라고 하셨습니다. 이에 왼손의 꽃마저 놓아버렸지만 또 "놓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흑씨 범지는 "더 이상 놓을 것이 없는데 무엇을 더 놓으라고 하십니까" 라고 부처님께 여쭙게 됩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내가 너에게 놓으라 한 것은 꽃을 놓으라 한 것이 아니라, 밖으로 6진(六塵)과 안으로 6근(六根), ..

고통의 유효기간

우리 마음에 분노가 일어나면 괴로운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불교에서는 감정을 공성(空性)이라고 한다. 보이지만 실체는 없다. 별게 아닌데..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그냥 감정일 뿐인데.. 우리는 그것을 몰라서 화가 올라오면 두 가지 반응을 한다. 1. 분노를 표출한다 대부분의 감정은 생각과 함께 올라온다. 분노가 말한다. "아! 저 나쁜 놈, 어떻게 저럴 수 있어~!!"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너무 억울해! 세상에 어떻게 저런 놈이 있지?" 그러면 습관적으로 분노의 생각을 무심코 믿고 따라간다. 분노에 빠져서 화를 내고, 분노가 시키는 대로 한다. "Yes, Sir! 맞아! 저 사람, 너무 나쁜 놈이야!" 분노가 "저 나쁜 놈, 가서 한 마디 해 봐!" 시키면 "Yes, Sir! 네,..

삶을 창조하는 세가지 방법

근본 불교의 가르침에 보면 '나'라는 존재는 오온(五蘊)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온(蘊)'이란 '모임'의 뜻으로 일체는 다섯 가지가 모여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오온이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의 다섯가지의 요소인데, 이 가운데 '색'은 물질적인 육신을 가르키고 '수상행식'은 마음을 가르킨다. 즉, 마음이란 곧 '수상행식'인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수상행식이 일체 모든 것을, 나아가 나의 삶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먼저 '식(識)'이란 마음(心)과 동의어로 '수상행'의 도움으로 대상을 아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수상행'에 대해 교리적이기보다는 조금 단순화시켜 살펴보고자 한다. '수상행'의 작용을 알면,그 세가지 마음 작용을 근거로 '식', 즉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