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인의 왕생
연지대사 왕생집 6권
장선화(張善和)
당(唐) 장선화는
소 잡는 직업을 가졌던 자이다.
임종에 소떼들이 사람 말을 하며 목숨을
보상하라고 아우성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라
처를 불러 “속히 스님을 불러 나를
위해 참회하게 하라” 하였다.
스님이 와서 “<관경(觀經)>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임종에 악상(惡相)이
나타나는 자라도 지극한 마음으로 염불하면
왕생할 수 있다’ 라고요”하고 깨우쳐 주었다.
그러자 화(和)가 “지옥이 눈 앞에 닥쳤습니다.
향로를 잡을 틈도 없습니다.” 하고는,
왼손에는 불을 들고 오른손에는 향을 잡고는
서방을 향하여 지극하게 염불하더니,
미처 열 번도 채 채우기 전에 “부처님이
오셔서 나를 맞이한다.” 하고는 죽었다.
찬(贊)
지옥이 눈 앞에 닥친 것을 알고는 손으로
향로를 받들었다는 것은, 사정이 급박하고
마음이 조급하여 간절하고 정성스러웠을 뿐
그 밖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을 것이니,
비록 열 번을 채 채우지 못했다 하더라도
한가롭게 백 천만 억념(念)을 하는 자를
훨씬 뛰어넘었을 것이 아닌가. 그가 왕생했다는
사실은 결코 의심할 의지가 없다 하겠다.
혹시 보살의 시현이 아닐까 하고 의심할지 모르나,
그럴 수도 있겠으나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장종규(張鐘馗)
당(唐) 장종규는 닭 잡는 백정이었다.
병이 극심하여 중태에 빠져 누워있는데,
붉은 옷을 입은 어떤 사람이 닭 떼를 몰아
그를 쪼아대니 피가 흘러 온 얼굴을 덮는
것을 보았다.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떤 스님이 그를 위해 불상을
모셔주고 염불하도록 가르쳤다.
얼마 후 향기가 가득한 가운데 편안히 갔다.
웅준(雄俊)
당(唐) 웅준은 성도(成都)에 살았다.
기백과 용기가 지나쳐 계율 따위는 아예
무시했다. 일찍이 중노릇을 그만두고
군인이 된 적도 있었으나 다시 중이 되었다.
그리하여 경에 ‘한번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면
80억 겁의 생사중죄를 면할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을 듣고는 매우 기뻐하며
“마침 이런 일도 있었구나!”하였다.
이로부터는 비록 악한 일을 저지르면서도
염불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미(丁未) 2월에 갑자기 죽었다가
하룻밤을 지나 다시 소생하여 “명부에 가니
주인되는 자가 ‘너를 잘못 데려왔다.
너는 본시 염불에 큰 믿음이 있었던 자가 아니니,
지금 인간세상으로 다시 돌아가
더욱 염불에 힘써라’하지 않겠소.”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자들은 모두 지옥에서도
도망할 틈이 있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후에 산에 들어가
재계하며 염불하였다.
4년이 지난 신해(辛亥) 3월에 스님들을
모우고는 “이젠 내가 갈 때가 되었다.
너희들은 성(城)으로 돌아가 나를 아는
자들을 만나거든 나를 대신해 말하라.
준(俊)은 염불하여 왕생하게 되었다고.
그리고 지옥은 사람을 도망하게 하는
법이 없다고.”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다 단정히 앉아 죽었다
찬(贊)
향기와 비린내는 한 그릇에 담지 못한다.
악한 짓을 하다 염불을 핟 하면서
어찌 왕생할 수 있겠는가.
아! ‘마침 이런 일도 있었구나!’하고
말한 것이나. 부처님을 부르면 죄를
멸할 수 있다고 한 것을 보면
그의 믿음은 골수에 새겨진 것이었다.
곧 이 한 생각의 힘은 만균(萬鈞: 30만 근)
보다 무겁다. 임종에 업을 바꾸어
왕생했다는 사실을 어찌 의심하랴.
유공(惟恭)
당(唐) 유공은 법성사(法性寺)에 살았다.
선량한 자를 우습게 여기고 나쁜놈들 만을
가까이 하니 술주정뱅이 노름꾼 따위가
언제나 그의 주위에 모여 들었다.
그러다 잠시 틈이 나면
염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절에 영규(靈巋)라는 자도 한 패거리였다.
사람들은 그들을 이렇게 말했다. ‘
영규는 악을 짓고 유공도 뒤지라면
서러워 할 지경이다. 지옥은 천 겹,
둘 다 들어가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恭)이 그 말을 듣고는 “내가 비록
악업을 짓긴 했지만 지은 죄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마침 정토 교주께서 나의 허물을 불쌍히
여기시고 나를 도탄에서 건저주실 것이다.
어찌 다시 악도에 떨어지랴.” 하였다.
건녕(乾寧) 2년(895), 병이 위독하게 되었다.
그 때 규(巋)가 밖에서 돌아오다 어린애들처럼
때때옷을 차려입은 영인(伶人)* 몇 명을 만났다.
어디서 오는 자들인가를 물으니 “서쪽에서 왔소.
공 상인(恭上人)을 맞이하려 하오” 하더니
한 사람이 품 속에서 금병(金甁)을 꺼냈다.
병 속에는 연꽃이 있었는데 마치
주먹을 쥔 것처럼 오무라져 있었다.
잠시 후 차츰 꽃잎이 벌어져
사발만 해지니 그 광채가 눈이 부셨다.
이들은 절을 향해 내달음질 치더니
금새 보이지 않았다.
규가 절에 도착하니 종소리가 울려왔다.
공이 이미 죽은 것이었다.
형가(瑩珂)
송(宋) 형가는 잡천(霅川)의 요산(瑤山)에서
배웠던 자였으나 술 고기를 가리지 않았다.
어느날 홀연히 파계로 인하여 악도에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여 함께 사는 자에게 부탁하여
계주(戒珠)선사가 펴낸
<왕생전(往生傳)>을 구해 읽었다.
한 분의 전기를 읽을 때마다 머리를 끄떡거렸다.
그런 후에 방안에서 서쪽을 향해 선상(禪椅)을
놓고 음식을 끊어가면서 염불하였다.
3일째 되는 날, 꿈에 부처님이 “너는
10년을 더 살 수 있다. 우선
더욱 정업에 힘서야 한다.” 하였다.
그러자 가(珂)가 부처님에게 “설사 백년을
산다 해도 이 세계는 탁악(濁惡)하여
정명(正命)을 잃기 쉽습니다.
원하는 바는 하루빨리 안양에 왕생하여 여러
성인들을 모시고 싶습니다.”하고 아뢰었다.
“너의 뜻이 그렇다면 3일 후에
반드시 너를 맞이하리라.”
그날이 되어 대중에게 <미타경>을
독송하게 하고는 “부처님과 대중들이
모두 여기에 오셨다”하고, 고요히 갔다.
* 왕생전(往生傳) : 송나라 비산계주(飛山戒珠)가
저술한 <계주전(戒珠傳)>을 이름. 양(梁),
당(唐), 송(宋)의 고승전 중에서 정토왕생한
75인의 사적을 뽑아 엮은 것.
중명(仲明)
송(宋) 중명은 산음(山陰) 보은사(報恩寺)에
살면서 평소 계행을 지키는 법이 없었다.
나중에 병이 들어 동학인 도영(道寧)에게
“나는 지금 마음이 매우 어지럽소.
무슨 약으로 치료하면 좋겠소?”하고 물었다.
영은 호흡을 따라 염불하게 하였다.
명은 가르친 대로 시행하였으나 7일 째
되는 날에는 힘이 이미 탈진하였다.
영이 이번엔 눈 앞의 불상을 생각하게 하였다.
그렇게 오래하여 홀연히 두 보살을
보았고, 다시 부처님을 보고는 눈을 감고 갔다
오경(吳瓊)
송(宋) 오경은 임안(臨安) 사람이다.
본시 중이었으나 도를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가 전후에 두 번
장가들어 아들 둘을 얻었다.
짐승을 잡고 술을 파는 따위의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없었고, 푸줏간에서 닭이나
오리 따위를 죽여 이것을 치켜들고는
“아미타불님! 이 몸 어서 데려가오”하며
연신 부처님 명호를 부르면서 칼 질을 하여,
고기를 썰 때마다 염불을 그치지 않았다.
나중에 눈 위에 계란같이 생긴 혹이 생기자
몹시 두렵고 걱정이 되어, 초암(草庵)을
짓고 처자를 흩어버리고서는 염불과
예참으로 밤낮을 잊을 지경이었다.
소흥(紹興) 23년(1153), 사람들에게
“경(瓊)이 이젠 내일 숳시(戌時)에
떠나오” 하니, 사람들이 모두 비웃었다.
다음날 저녁 베옷으로 술을 바꾸어
마시고는 이렇게 노래 한 수를 지었다.
술과 같이 다 공(空)한 것
무슨 선종(禪宗) 따위 물으랴
오늘은 부디 안녕히
명월청풍(明月淸風)과 같이
似酒皆空 사주개공
問甚禪宗 문심선종
今日珍重 금일진중
明月淸風 명월청풍
그리고는 단정히 앉아 합장 염불하다가, “
부처님이 오셨다”하고 부르짖고는 죽었다.
김석(金奭)
송(宋) 김석은 회계(會稽) 사람으로
, 어부였다.어느날 갑자기 크게 반성하고
계행을 지키며 정진하여 하루 만 번의
염불을 오래토록 지속하였다.
나중에 병 없이 가족에게 말하기를
“아미타불과 두 보살이 모두 오셔서 나를
맞이한다. 나는 이제 정토로 돌아가련다
”하고는, 향을 피우고 단정히 앉아 죽었다.
찬(贊)
석(奭)의 일은 선화(善和)나 종규(鐘馗)와는
다르다. 저들은 평소에는 악업을 짓다
임종에 이르러 정성을 다했거니와,
이 이는 미리 전의 잘못을 뉘우치고
오랫동안 선업을 닦았다. 왕생의 품위도
필시 저 두 사람보다는 나을 것이다
총론(總論)
끝없이 넓은 고해(苦海)는 그 언덕이
머리를 돌이키는 데 있고, 한없는 시간에
쌓인 어둠은 그 밝음이 햇불 하나에 있다.
정토가 악인을 버리지 않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허물을 고치는 곳에
다시 살아날 문이 있음을 깨닫고 통렬히
자신의 허물을 뉘우친다면 옳거니와, 업을
가지고도 만에 하나 요행을 바란다면
어림없는 노릇이다. 예전의 악인들은
이것으로 약을 삼았으나, 요즘의 악인들은
이것에 집착하여 병이 되었다.
그러므로 예전의 악인은 악인이면서
선인이었으나, 요즘의 악인은
악인 중의 악인이다. 슬프다.
열심히 염불 수행 합시다
나무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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