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목숨이야말로 귀중한 보배다

갓바위 2022. 6. 12. 09:41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라다라는 나라에 묘득피안(妙得彼岸)이라는 이름의 보살이 살고 있었다.

 

이 나라의 상인들이 바다로 나가서 보물을 얻어 오려고 할 때에는 언제나 이 보살을

배에 태우고 보살의 힘으로 위험한 해로를 건너서 보물 있는 곳에 도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묘득피안 보살도 이제는 다 늙어서 기거동작도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안될 만큼 쇠약해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의 상인이 보살을 찾아와서 예배 공양하고 말하기를,

『보살님, 제가 이번에 바다로 나가서 보물을 찾아서 부귀하게 되어 지금의 가난을 면할까 생각합니다.

바라옵건대 저와 함께 배를 타 주십시오.』하니까 보살은,

 

『모처럼의 부탁이시지만 나도 이젠 나이를 먹고 늙어서 내몸도 가누지 못할 형편입니다.

그러므로 동 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상인은,

 

『그러지 마시고 제발 부탁합니다. 결코 보살님의 체력을 의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저의 배에 앉아만 계셔도 충분합니다.』

 

상인이 너무나 조르는 까닭에 보살은 마침내 승낙을 하고 그들과 함께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보물을 찾아 동남쪽으로 진로를 잡고 파도를 헤치며 배는 전진해 갔다.

그런데 갑자기 불어닥치는 북풍을 만나서 배는 남쪽으로 밀려 떠내려갔다.

 

바람은 더욱 세차게 밤낮으로 쉬지 않고 불어와서 남으로 남으로 표류하기를 七일동안이나

떠내려갔는데 그때 바닷물을 금빛으로 변하여 마치 황금을 녹인 것 같았다.

상인들은 입을 모아, 『어째서 푸른 바다가 금빛으로 변했을까?』 하고 보살에게 물었다.

 

『우리들은 지금 황금의 바다로 들어온 것이다.

한없이 많은 금빛의 황금이 온 바다를 메우고 있다.

금 덩어리가 서로 엉키고 얼키어 이런 광경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해로를 잘못 들어서 이리로 온 것이다.

모든 수단을 써서 우리들은 북쪽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배는 자꾸만 남쪽으로 떠내려갔다. 그런데 몇일이 지났을까 이번에는

바닷물이 온통 흰빛으로 변하여 마치 백설이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보살은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지주의 바다로 들어 온 것이다.

새하얀 진주가 바닷속에 잔뜩 깔려있다.

진주의 색깔 이 서로 반사하여 이런 광경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너희들은 모든 수단을 다 하여 북쪽으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배는 점점 더 남쪽으로 표류했다.

그리고 몇일인가 후에 바닷물은 세 번째로 변하였다.

이번에는 청색으로 변하여 마치 파란 유리(琉璃)를 깔아 놓은 것 같았다.

보살은 상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들은 지금 파란 유리의 바다로 들어온 것이다.

한없이 많은 파란 유리가 바닷속에 충만해 있다.

유리의 빛이 서로 빛서 이런 광경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수일 후, 바닷물은 네 번째로 변하였다.

이번에는 적갈색으로 변하여 마치 선지피가 흐르는 것 같은 바다로 나왔다.

보살은 또 상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들은 지금 붉은 유리 바다로 들어온 것이다.

한없이 많은 붉은 유리가 바닷속에 넘쳐있다.

붉은 유리의 빛이 서로 반사하여 이러한 광경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며칠이 지난 다음 바닷물은 다섯 번째 변했다.

이번에는 먹물을 풀어논 듯 새까맣게 변한 것이다.

그리고 저 멀리서 불길이 오르고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폭음이 들려왔다.

마치 바싹 마른 대나무 숲이 타 오르는 듯한 굉장한 소리였었다.

 

그분 아니라 배가 떠내려가는 남쪽에서 큰 불기둥이 일어나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올라가고 있었다.

상인들은 난생 처음 보는 무서운 소리였고 상상조차 못해 본 무서운 광경이었다.

그들은 이제 자기들의 목숨이 끝나는 날이 왔다고 각오를 했다.

 

보살은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가장 무서운 곳으로 왔다.

우리들은 빈마구해(牝馬口海)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업력(業力)으로 인하여 우리들은 모두 타 죽지 않으면 안된다.

 

자연의 천화(天火)는 바닷물 을 모두 배우고 만다.

만약 천화가 바닷물을 태우지 않는다 하여도 하룻밤 사이에 세상의

모든 육지는 바다로 변하여 모든 세상 사람들은 전부 물에 빠져 죽을 것이다.

지금 우리들은 대흑풍(大黑風)을 만 나서 표류하여 빈마구해로 들어왔다.

우리들의 생명도 이제 끝나는 것이다.』

 

보살의 이 말을 들은 배 안에 탄 천여명의 선원, 상인들은 동시에 울음을 터뜨리고 슬퍼하였다.

혹은 자기의 머리를 쥐어뜯고 별에 몸을 부딪치며 혹은 몸을 내던져 바닥에 뒹굴며 한탄하며 말하기를,

『우리들이 보물을 찾으려 바다로 나왔다가 이런 변을 당하다니 이 어찌

슬프지 않단 말인가! 어떻게 하면 이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사람은 부모를 찾고, 어떤 사람은 범천(梵天)에게 기도 드리고,

어떤 사람은 마혜수라천(摩醯首羅天)을 부르고 어떤 사람은 대력(大力)

나라엔의 이름을 외우며 제각기 구원을 청했다.

또 어떤 사람은 같이 배를 탄 묘득피안 보살을 예배하고 구원을 청했다.

그 때 보살은 상인들의 공포를 없애주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읊어서 설법하시었다.

『세상의 대장부라면, 죽음을 앞에 두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슬픔은 지혜를 잃게 하니, 일심으로 방편을 마련하라.

좋은 방편만 얻는다면, 재난을 피하여 목적지에 이른다.

좌절하지 말고 열심히, 부처님을 염하라.』

 

보살은 명향을 피우고 시방제불(十方諸佛)에게 예배하며

바람이 멈추어서 이들이 구원받기를 기원했다.

그러자 곧 악풍(惡風)은 멎고 순풍이 불어와서 일동은 생기를 되찾았다.

이렇게 하여 험난을 넘고 보물을 찾게되어 모두들 기뻐하였다.

 

이때 보살은 상인들을 향하여 말했다.

『이러한 귀중한 보물은 참으로 얻기 어렵다.

너희들은 전세에서 보시(布施)의 공을 쌓았기 때문에

금세에서 이와 같은 진기한 보배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보시할 때에 아끼는 마음을 가졌었기 때문에

전번 같은 악풍을 만났고 심신의 고통을 받은 것이다.

너희들은 이 진기한 보물에 대하여 한도를 알지 않으면 안된다.

 

덮어놓고 욕심을 내서 그 한도를 넘으면 또다시 재난을 겪을 것이다.

너희들이 구하는 보물 중에서 가장 고귀한 보물은 생명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참다운 보물인줄 명심하라.』

 

상인들이 이 가르침을 명심하여 소욕지족(小欲知足), 각자 자기의 분수에 맞게

보물을 가지고 아무런 재난도 없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출가한 사람들도 이와 같이 부처님의 인도를 받아서 삼계(三界)의 화택(火宅)에서

벗어나서『깨달음』이란 보배가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관련 경전 : 대생본생생심지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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