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센다이하리 선인 인욕(1)

갓바위 2022. 8. 11. 09:21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 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說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바라나시 나라에 칼리라고 하는 왕이 통치하고 있을 때 이 나라의 조용한

어느 산림(山林)속에 문하생(門下生) 오백명을 데리고 모든 고행(苦行)을 참아간다고 하는

인욕(忍辱)을 닦고 거기에 자기 몸을 바치는 센다이하리 라고 하는 선인(仙人)이 살고 있었다.

 

이 대선인(大仙人)의 이름은 사회에 널리 알려져서 그를 숭배(崇拜)하는 자도 많았다.

어느 때 국왕인 칼리는 부인과 여관(女官)과 여러 신하 등 궁 안에서 봉사하는 백관(百官)과

함께 이 선인(仙人)이 수행(修行)하고 있는 삼림(森林)속에 하루의 놀이를 하려고 했다.

 

갖고 간 좋은 술과 안주로 궁 안의 여러 사람들은 향락을 하고 있었다.

국왕 칼리도 또한 대자연의 울창한 숲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셔서 마음도

가벼이 술잔을 거듭해서 마침내 피로함을 느껴 졸고 있었다.

 

이때 항상 궁전에서 일을 하고 거의 자유가 없었던 여관(여관)들은

왕이 잠자고 있는 것을 기회로 생각하여 호연(浩然)의 기상을 길러 보려고

새장을 벗어난 작은 새처럼 비로소 명랑한 얼굴을 하고 많은 꽃이 피어 있는 들로 나왔다.

 

그래서 즐거움을 따라 차례로 깊은 숲에서

다시 깊은 쪽으로 나아가서 마침내 왕성한 꽃 숲속에 다다랐다.

이 꽃 숲에 센다이라고 하는 대선인(大仙人)이 오백명의 문하생과

더불어 속세를 떠나 깊은 명상(冥想)에 들어 있었다.

 

꽃이 피고 새는 울고 있으나 풀 위에 단정히 앉아서 명상에 잠기고 있는 오백명의

수도자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침묵과 고요함이 이 꽃 숲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환락에 지쳐 꽃을 구하고 자유를 구하러 온 여관들에게는 이 광경은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오백명의 선인들이 조금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 기침도 한번 하지 않고

마치 죽은 것처럼 침묵에 잠겨 있는 숭고한 정경(情景)을 본 그녀들은 환락으로부터

단번에 깨달아 자연과 선인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녀들은 피어 있는 꽃을 꺾어 이 사람들에게 드리고 공경하는

뜻을 나타내면서 그 앞에 다가가서 설법(說法)을 구했다.

선인(仙人) 중의 한 사람이 그녀들을 위해 법문(法門)을 설교(說敎)했다.

그녀들은 속세의 더러움을 잊고 잠자코 그 설법(說法)에 귀를 기울였다.

한편 꿈에서 깨어난 칼리 왕은 시녀들이 한 사람도 없는 데 놀라서

네 사람의 대신을 불러 대신과 더불어 여관(女官)들을 찾으러 갔다.

그런데, 꽃 숲 속에서 그녀들이 선인에 다가가서 설법을 듣고 있는 것을 보고

왕은 곧 노여움과 질투심을 느꼈다. 왕은 선인들 앞에 갔다.

 

그래서 목소리도 거칠게,

『선인, 당신들은 고마운 법문(法門)을 설교하고 있으나 사공처(四空處)

가장 높은 하늘에 있는 것인가.』 하고 물었다.

『아직 그만한 수행(修行)은 쌓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무량심(四無量心)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얻게 하고 괴로움을 떠나게 해 주려고

일어나는 네가지의 마음. 자(慈), 비(悲), 희(喜), 사(捨)의 네 가지 마음을 말함은 어떨까?』

『그것도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선사<(四禪事), 사공처(四空處)에 이어 하늘 중의 하늘에 태어나는 선은?』

『미숙해서 그것도 아직 수도하지 못했습니다.』

 

『뭐, 아직 그것도 깨닫지 못했어? 보건대 그대들은 아직 남에게 설법할 공덕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범부(凡夫)가 이러한 숲 속에 살며 부인들에게 설법을 한다고 해서

듣는 자에게 아무런 법익(法益)을 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그대들은

항상 이곳에 살면서 좋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으니 그것은 무엇을 위해서 하는 것인가?』

 

『저는 여기서 모든 것을 참으려고 하는 인욕(忍辱)의 길을 단련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고 학사(學師)인 센다이하리는 대답했다.

이 대선인(大仙人)의 대답과 이상을 들은 왕은 허리에 찬칼을 쑥 뽑아 들고,

 

『뭐? 인욕(忍辱)의 길을 닦고 있다고, 그럼 내가 한번 시험해 보여 주지.

너의 두 손을 잘라 낼 테니 참으라.』 하고 공박했다.

그러니까 센다이하리 선인은 태연히, 『반드시 참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왕은 칼을 빼어든 앞에서도 선인의 태도가 너무도 태연해서 움직이지 않는 것에

기분이 좋지 않아 마침내 그 선인의 두 손을 몽땅 잘라 떨어뜨렸다.

관련 문헌 : 현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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