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스님 좋은 말씀

사참과 이참

갓바위 2024. 3. 7. 10:51

 

 

사참懺과 이참理懺의 두 가지 구원

 

사람은 도에 뜻을 두고 살아야 하는데, 보통 죄를 지어 오히려 극악의 길을

걷기 쉬운 것이 현실인 것같다. 그렇다면 극악한 죄악도 구원받을 수 있을까?

종교에서 구원의 문제는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은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참事懺이요,

다른 하나는 이참理懺이다. 사참이란 밖으로 참회하는 것으로,

자기가 무의식적으로 죄를 범했을 때 부처님 앞이나 선지식앞에

자신의 잘못을 낱낱이 밝히고 서광瑞光을 보거나 인정을 받는 것이다.

반면 이참은 죄란 본래부터 없다는 것을 마음으로 관조하여 설령 1백년 동안

지은 죄라고 할지라도 한 생각으로 없애는 것이다.

일종의 관법 수행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죄가 어디로부터 나오는가?

죄는 망상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면 망상은 어디로부터 생겨나는가?

그것은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그 마음은 어디로부터 나오는가?

마음은 나온 곳이 없다.

마음이 나온 곳이 없는데, 죄가 어디에 있겠는가.

이런 방식으로 마음으로 일어나는 생각을 바라보며 그 생각의 뿌리를

뽑는 것이다. 이는 선조 때 무착 스님의 일화로 설명할 수 있다.

무착 스님이 평양의 어느 암자에서 수도하고 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한 귀가의 청상과부가 스님을 찾아왔다.

과부는 약혼자가 죽자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옛 풍속대로 수절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인간의 음양지락이 관연 어떤 것인가를 체험해 보지 못한 터라

항상 궁금했지만 하소연할 길이 없었다.

그러다 생각끝에 무착 스님을 찾아가기로 한 것이다.

과부는 기도 한다는 핑계로 쌀 몇 가마니를 싣고 암자를 찾아갔다.

그러나 목적이 딴 곳에 있었기 때문에 밤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스님 방에 몰래 들어가서는 스님에게 자기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무착스님은 과부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과부가 사흘 밤낮을 애원했지만 끝내 스님에게 거절당하자,

"만약 내 한을 풀어주지 않으면 죽어 버리겠다"며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갔다.

무착 스님은 고민에 빠졌다.

 

'5계중 살계殺戒가 첫 번째이고, 음계淫戒가 세 번째인데 만약 내가

음계를 파계하지 않기 위해 살계를 범한다면 이는 경중을 모르는 것이다.'

곧바로 청상과부를 불러 소원을 풀어 주었다.

 

과부도 보통사람이 아닌 대인어어서 무착 스님에게 "원을 풀어 주어 대단히

감사합다"라고 인사하고 이제 일생을 수절할 만하다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비록 과부의 소원을 풀어 준다는 명목이었으나 무착 스님은 음계를

범했기 때문에 당시에 유명한 율봉 선사를 찾아가 문 밖에서

거적자리를 펴 놓고 참회를 구했다. 율봉 선사가 무착 스님에게 말했다.

 

'네가 참회를 하러 왔다니 내가 너를 위해 참회를 시켜 주겠다.

단, 네 죄상을 내 앞에 놓여 있는 소반 위에 들어 바쳐라.

' 그러자 무착 스님이 주먹으로 상을 세차게 내리치며 말했다.

"죄상이 본래 없는데, 어디에 들어 바칠 게 있겠습니까?"

이 때 율봉 선사가 무착 스님의 두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참회 잘했다. 이제 위로 올라오너라."

-탄허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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