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청소부 스님

갓바위 2024. 3. 29. 21:51

 

 

청소부 스님

100년 남짓 주인 없어 기둥이 썩고 지붕이 내려앉은 미황사.

27년 전 이곳에 한 스님이 찾아들었습니다. 현공 스님입니다.

스님은 걸망을 내려 놓자마자 빈 쌀 포대와 집게를 챙겨 들고

도량 곳곳 널려 있는 쓰레기를 줍고 무성한 잡풀을 베어냈습니다.

 

그렇게 석 달 동안 쉬지 않고 40여 포대의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미황사에 청소부 스님이 찾아 왔다고 수군댔습니다.

묵은 쓰레기를 다 치우고 난 뒤 스님은 손에는 줄자 하나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대웅보전의 기둥이며 응진당의 서까래, 심지어 마루판까지 스님은 재고 또 쟀습

니다.그렇게 거듭 숙고한 뒤 스님은 전체 도량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습니다.

 

돌멩이 하나 옮기는 데도 오랜 생각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요, 스님은 줄자와

사진기를 들고 전국의 유명한 절과 옛집들을 돌며 살펴보고 자료를 모았습니다.

그 지방의 강수량을 따서 기둥의 높이, 처마의 길이와 비교할 만큼 치밀했습니다.

 

잡초로 뒤덮여 햇볕 한 자락 들지 않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버려진

절이었던 미황사는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1692년 금빛 옷을 입은 인도의 국왕이 검은 소 등에 불상과 경전을 싣고 가다가

소가 한 번 크게 울고 멈춘 곳에 세운 절, 아름다운 소의 울음과

황금빛을 뜻하는 미황사는 그렇게 다시 태어났습니다.

 

인근의 마을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의지하고 사랑하는 절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발 딛고 선 그곳, 마음 내려놓은 그곳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려고 애를 썼던 현공 스님의 이야기입니다.

물흐르고 꽃은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