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항아리에 숨겨둔 애인

갓바위 2022. 5. 2. 07:57

 

어떤 마을에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부부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실이 무척 좋았다.

어느 날, 일을 하고 돌아온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다.

 

"부엌에 가서 술 좀 한잔 가져다주시오."

아내는 얼른 부엌으로 가서 술항아리를 열었다.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술항아리 안에 아름다운 여인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그것이 술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인 줄도 모르고 금방 질투심이 일었다.

그녀는 곧장 남편에게 달려가 따졌다.

 

"당신은 술항아리 속에 여자를 숨겨두고 뻔뻔스럽게도 나와 또 결혼했단 말예요?"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영문도 모른 채 대꾸했다.

"그럴 리가 있소?"

 

"변명하지 말아요. 술항아리를 열었더니 웬 여자 하나가 숨어 있었단 말예요."

남편은 이상히 여기며 부엌으로 가서 술항아리를 열었다.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니 어떤 사내가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편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아내한테 달려가 따지기 시작했다.

"이런 여우 같으니! 항아리 속에 남자를 숨겨놓고 오히려 나를 욕하다니."

부부는 서로 머리칼을 붙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마침 집 앞을 지나던 스님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집안으로 들어와 그 이유를 물었다.

부부는 옥신각신하며 서로의 잘못을 탓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여자를 몰래 숨겨두고 나와 결혼했어요."

 

"무슨 소리! 이 여자가 외간남자를 부엌에 숨겨두고 엉뚱한 핑계를 대고 있는 거요."

부부의 얘기를 들은 스님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스님이 술항아리를 열자 어떤 까까중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스님은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이 모시는 스님이 따로 있었군.

나한테 시주를 하지 않기 위해 핑계를 대고 있는게 틀림없어."

 

스님은 버럭 화를 내며 집을 나갔다. 잠시 후 한 비구니가

집 앞을 지나다가 부부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도 부부는 상대방의 잘못을 탓하며 하소연했다.

 

비구니는 부부를 화해시키기 위해 부엌으로 가서 술항아리를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이번데는 비구니 한 사람이 자신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그 비구니 역시 버럭 화를 내며 되돌아갔다.

 

잠시 후 한 사람의 수행자가 찾아와 이유를 물었다.

이번에도 부부는 수행자를 붙들고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수행자는 곧장 부엌으로 달려가 술항아리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그러고는 부부를 항아리 앞으로 데려와 말했다.

"이 항아리 속에 있는 사람을 꺼내겠습니다."

수행자는 큰 돌로 술항아리를 깨뜨려버렸다.

 

* 출전 : <<잡비유경>> (후한록본) 下 . 29

색안경을 쓴 사람은 모든 사물이 한 가지 색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본 것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아집과 편견은 오해를 낳게 마련이다.

 

편견을 버려라. 한 번쯤 다른 사람의 눈을 빌려 바라보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이 보인다.

불교가 정말 좋아지는 불교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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