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데바보살(1)

갓바위 2022. 5. 13. 09:11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와 여위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신 교법은

차례차례 정수되어 이윽고 용수보살(龍樹菩薩)에게 부촉되고, 그 용수보살로부터

불타의 대법을 부촉받은 데바보살은 천상 성품이 격렬하고 출중하게 뛰어났으며,

또한 학식은 박학했고 변재에 능했으며, 능히 이학외도(異學外道)들을 설법으로 복종시켜

그 이름이 천하를 울린 사람이었다.

 

데바보살은 남인도의 바라문 호족(豪族)에게 태어났다.

어릴 때 한쪽 눈을 잃어서 사람들은 그를 가나데바(迦那提婆)라고 불렀다.

가나데바라는 것은 곧 한쪽 눈만 있는 외눈 데바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데바도 처음에는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아서

교화의 공이 오르지 않아 주야로 근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나라의 한 천신(天神)이 있었다.

 

황금으로 만든 것이며 높이 여섯 길이나 되는 큰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대자재천(大自在天)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원구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 이익을 얻게 한다는 것으로 많은 참배하는 사람들이 주야로 붐볐다.

 

어느날 데바는 이 묘(廟)에 가서 영신(靈神)을 배관하려고 신청했다. 그러자 묘주(廟主)는,

『천상(天像)께서는 극히 영묘하시어 사람이 뵙고자 해도 정면으로 마주 볼 수 없습니다.

억지로 뵙고 나면, 물러가서 백일동안 넋을 잃고 맙니다.

 

그러니까 당신도 그저 문전에서 원구하는 것만 빌고 물러 나십시오.

그리고 억지로 천상을 뵐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하며, 그의 배관을 허용할 기미도 보이지 않자 데바는 열심히 말했다.

 

『진실로 당신 말씀과 같다고 생각하길래, 저는 꼭 배관하고 싶다고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 지 않으면 무엇 때문에 뵈려고 부탁하겠습니까?』

그때, 이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다.

 

데바는 이미 묘에 들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중히 배례했다.

그러자 대자재천은 그 큰 눈을 부라리며 화가 난 듯 데바를 노려보았다. 데바는 이를 보자,

 

『자재천이여, 천(天)은 진실한 신인가? 만약 진실한 신이라면 지금 그 태도는 참으로 비열한 짓이다.

대개 신이라는 것은 맑고 청정한 넋으로서 일체 중생을 구제하는 데 있다.

그런데 그게 뭔가? 황금과 파리( 璃) 등을 빌려 몸을 장식하다니!

이것은 참으로 백성들의 귀중한 것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하면서 대자재천상(大自在天像)에 높은 사닥다리를 걸쳐놓고 이곳에 올라 끌로 그 눈을 파내어 버렸다.

이것을 바라보던 많은 사람들은, 『이게 도대체 어찌된 셈인가?』 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대자재천은 위덕이 높으신 분이다.

겨우 하찮은 일개 작은 바라문 때문에, 이처럼 오손되다니,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만약 천벌을 내리지 않고 그냥 둔다면 신이란 이름뿐이고 정말은 신이 없는 형일 수 밖에….』

 

그들은 이를 갈고 입술을 깨물며 보고 있었다.

이것을 알아차린 데바는 돌아서서 일동에게 말했다.

 

『신의 거룩하신 마음은 실로 원대하시며 이즈음 나를 시험하고 계십니다.

나는 그 신의 마음을 깊이 알고 있는 까닭에 금산(金山)에 올라가 파리주( 璃珠)를

꺼내어 일동에게 모조리 그것을 알려드린 것 입니다.

 

신의 청정하신 넋은 실로 순수하신 것입니다.

결코 불순한 형태를 빌려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그렇다고 조금도 만심(慢心)을 일으키고 있는게 아닙니다.

어떻게 감히 신을 모욕할 수 있습니까?』 하고서 이 묘(廟)를 나갔다.

 

 

그날 밤, 데바는 여러 가지 공양물을 구해 두었다가

다음 날 묘에 가서 대자재천에게 경건히 참배했다.

가나데바는 이름과 그 덕이 함께 높은 사람이라고 해서

이른바 신을 대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룻밤 도안에 갖가지 공물이 이렇게 갖추어 바쳐지자 금상인 대자재천은

정말 피가 통하는 산모습이 되었다. 높이 네길, 왼쪽 눈은 찌그러져 있었다.

조용히 걸어서 자리에 와 앉아서 많은 제찬을 보고 그 덕력을 찬양하며 데바에게 말했다.

 

『좋구나. 대사여, 대사(大士)는 깊이 내 마음을 아고 있다.

대사는 지금 참되고 진실하게 나를 공경하 고 믿어주는 자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우치(愚痴)하여 다만 나의 형체를 보고 공물을 바치며 두 려워서 나를 속인다.

 

지금 그대가 바친 것은 선을 다하고 선을 다한 것이나, 오직 내가 가장 필요한 것이 없다.

그것을 나에게 주는 것이 최상의 보시라 할 수 있다.』

『신께서 그런 뜻이라면 무엇이든 바치겠습니다.』

 

『내가 필요한 것은 왼쪽 눈이다. 나에게 진실로 베풀고 싶거든 아무쪼록 그것을 갖추어 달라.』

『좋습니다. 잘 알았습니다.』데바는 곧 왼손으로 눈을 꺼내 신에게 주었다.

이것 역시 천의 신력(神力)으로 내주는 것이니까 자꾸만 생기는 대로 주었다.

 

대자재천은 「또 하나, 또 하나」하고,

요구하여 마침내 새벽부터 아침까지 그 수가 무려 몇 만개가 되었다.

대자재천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이것을 보고 크게 찬양하여 말했다.

『좋도다. 대사여! 이것을 나는 최상의 보시로 생각하오.』

하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는 듯 다시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대는 혹시 무슨 원하는 바가 있는지, 만약 있으면 반드시 그 마음에 응해 주리라.』

『그렇군요. 별달리 딴 사람의 힘을 빌릴 것까지는 없습니다만,

다만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제 가 르침을 세상 사람이 믿어주지 않는 것입니다.

천신이시여! 아무쪼록 이 뒤에 세상사람들이 제 말을 믿어주고 제 가르침을

받아주도록 해 주십시오. 이것이 제 간절한 비원입니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소원대로 해 주리다.』

하더니 대자재천은 그곳을 물러났다.

바라문인 데바는 그리고 나서 용수보살에게 가서 삭발하고 출가했다.

그 뒤부터는 제국을 걸어다니며 교화하자 그 효과가 대단하여 널리 많은 사람들을 제도할 수 있었다.

관련 문헌 : 부법장인록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