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데바보살(2)

갓바위 2022. 5. 13. 09:17

 

그 당시, 남인도 왕국은 제국을 통어하여 대단히 교만한 마음을 지니고 사도(邪道)를

신앙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국왕 아래에는 불승이 한 사람도 없었다. 데바는 이것을 보고 생각했다.

 

「나무란 본래 그 밑둥을 베지 않으면 가지를 기울일 수 없다.

일국에서 국왕이라는 것을 교화하지 않으면 백성에게 널리 행해질 수 없는 것이다.」

 

마침 그때, 이 나라에는 용병(傭兵)을 모집하고 있었다. 데바는 이것을 기회로

그것에 응모하여 장교가 되었다. 그는 칼을 차고 군병들을 호령했다.

 

별로 군령을 엄중하게 다스리지도 않았건만 스스로 닦은

덕망이 표면에 나타난 것인지 군병들이 즐겨 그의 뒤를 따랐다.

왕은 이에 크게 기뻐하여 시자를 불러 물었다.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군가?』 『저 사람은 용병에 응모한 자입니다.

그런데도 부지하라고 급여하는 쌀도 먹지 않사오며, 임금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에 임해서는 매우 근엄하고 조심스러우며 책임감이 있고 성질도 또한

담담하고 유순하며 그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탐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곧 데바를 불러 물었다.

『너는 누구냐?』 『저는 일체지인(一切智人)이 올시다』

이 데바의 말을 들은 왕은 깜짝 놀랐다.

 

『그대가 일체지인이라고? 그는 넓은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 있을 뿐이다.

그대가 스스로 그렇게 말하지만 무엇으로 그것을 시험할 수 있는가?』

『저는 언론을 즐겨 토론하기를 좋아합니다. 저를 시험해 보시고자 하신다면

어전에 논좌를 마련하시 어 토론하도록 해주십시오.』

 

하고 말하자 왕은 데바가 말하는 대로 논좌를 마련하여

당시에 유명한 외도 바라문과 토론을 시키게 되었다.

거기서 먼저 데바는 다음의 세 가지를 토론 의제로 제출했다. 그것은,

 

『일체제성중(一切諸聖中), 불성제일(佛聖第一).

일체제법중(一切諸法中), 佛法第一).

일체구세중(一切救世中), 佛僧第一).』 이라는 것이었다.

 

『팔방 논사 중에서 만약 이 말을 깨뜨릴 사람이 있으면 제 목을 잘라서 사죄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치가 분명하지 않은 것은 이를 우치(憂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그런 머리는 저에겐 조금도 아까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팔방 논사들이 이것을 듣고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도 제각기 말했다.

 

『우리들도 지는 날이면 목을 잘라 사죄하겠습니다.

그런 바보스런 모가지는 아깝지 않으니까요.』

하며 뽐내었다. 그러나 데바는 말하였다.

 

『내가 수행하는 교는 자비의 교로서 만물을 살리는 것이지 결코 살생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럼 이렇게 합시다. 만일 당신들이 지면 삭발하고 내 제자가 되십시오.

구태어 목을 자를 것까지는 없습니다.』

 

이런 약속을 하고 서로 토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외도 중에서도 지혜가 얕은 자는 한 말에 져버리고 지혜가 뛰어난 자라도

겨우 한 두 마디만 서로 지껄이면 벌써 사리가 다해 지고 말았다.

드디어 그들은 모조리 삭발하고 출가하여 득도하였다.

 

그때, 한 외도의 제자는 완강 무지하여서 자기 스승이 데바에게 항복하여 출가한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표면은 다른 사람들을 따르는 듯 했으나 속으로는 깊이 원망하였다.

그리하여 늘 그 한으로 칼을 몸속에 숨기고 다니며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그의 입은 나보다 뛰어났다. 나는 다만 이 칼로 그를 굴복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는 주야 칼을 지니고 데바를 죽일 틈을 노리고 있었다.

어느 날, 데바가 홀로 조용히 숲 속에 앉아 백론(百論)이라는 외도절파론(外道折破論)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제자들은 각자 나무 아래에서 좌선 수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데바는 곧 여느 때처럼 경행을 시작했다.

여기를 엿보고 있던 외도의 제자는 때는 왔다하고 칼을 뽑아들고 데바에게 달려들었다.

 

『너는 전날에 지(智)로 내 스승을 항복시켰다. 나는 오늘 이 칼로 네 배를 찔러 항복시키리다.』

하고 들었던 칼로 배를 푹 찔러서 창자가 땅위로 흘러나왔다.

그러나 데바의 목숨은 끊어지지 않았다.

 

도리어 그 광기 어린 어리석음을 가엾이 여겨 외도의 제자에게 말했다.

『내가 있던 곳에 승복과 바릿대가 있으니 너는 그것을 가지고 빨리 이 산을 올라가서

멀리 도망쳐라. 결코 평탄한 길을 가면 안 된다. 내 많은 제자들 중에는 아직

득도하지 못한 자도 있으니까 너를 발견하면 곧 잡아서 국왕 앞에 내밀 것이다.

 

그러면 너는 얼마나 고난을 당하겠나?

너는 아직 득도하지 못했으니까 몸을 사랑하고 명예를 아끼는 마음이 매우 많다.

이름과 몸이란 근심과 걱정의 근본인 것 이다.

 

너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광심(狂心)에 현혹되어서 스승이 있고,

타인이 있고, 고 (苦)가 있고, 악(樂)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깨닫고 보면 모든 것은 무(無)의 세계이다. 알았느냐?

이제 제자들이 오면 안 되니까, 일각이라도 빨리 어서 도망해라.』

 

외도의 제자는 칼에 찔리고도 자비스런 데바의 말에 따라 뒷산으로 도망쳐 달아났다.

제자들은 데바의 이런 변고를 보고 모두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잇달아 모이는 사람마다 모두 놀래고 또한 격분했다.

 

서로 손을 나눠서 가해자의 행방을 잡으려 요소 요소를 지키려고 했다.

그러자 데바는 이것을 보고 여러 제자들에게 타일렀다.

 

『제법은 본시 공(空)이다. 나라는 것도 아소(我所)라고 하여 내 소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능히 해 를 주는 자도 없거니와 해를 받는 자도 없는 것이다.

누가 친한 자이고 누가 원한이 있는 자이며, 누 가 해를 준 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너희들은 우치(愚痴)함에 가리워서 잘 못 망견(望見)을 일으켜 불선한 업을 심게된다.

 

내가 그 사람에게 해침을 받았다는 것도, 이것은 필연적인 나의 응보이다.

결코 그가 나를 죽인 것이 아니다. 너희들도 이러한 이치를 잘 생각하여 삼가고,

조심하여 분노해 날 뛰며 그의 뒤를 쫓는다는가 슬퍼서 울부짖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을 마치자 데바의 영혼은 그의 몸을 떠났다.

관련 문헌 : 부법장인록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