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 어둠속 등불

나무뿌리를 뽑아버린 나뭇가지에 기어오르다

갓바위 2022. 5. 12. 08:42

 

석존께서 라자가하성의 영취산(靈鷲山)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석존께서는 수보리를 보시고 보살이 반야(般若)를 버리는 것은

마사(魔事)임을 가르치시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설법을 하시었다.

 

『수보리야, 보살이란 자리에 있는 자가 소승삼장(小乘三藏)의 여경(余經)을

면학(勉學)하여 반야바라밀을 버린다면, 도저히 일체지(一切智)를 터득할 수는 없다.

 

마치 사람이 나무뿌리를 뽑아 버리고 나뭇가지에 기어 올라가려는 것과 같아서,

소승삼장 등의 여경을 가지고는 도저히 일체지는 얻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보살 된 자가 여경을 공부하고 반야를 버린다는 것은

마(魔)의 소행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세존님, 어찌하여 여경 즉 소승교(小乘敎-오교<五敎>의 하나, 소인<小人>의 소승

<所乘>인데 소고<小苦>를 없애고 소이익<小利益>을 주는 교도<敎道>의 이름,

대승교<大乘敎>의 반대)로서는 일체지를 얻을 수 없는 것입니까?』

 

『소승삼장의 가르침은 성문(聖聞)인 사람들이 행할 것이며, 반야는 일체의 근본이고

대전(大全)이므로 근본이 되고 대전인 반야를 버리고 지엽(枝葉), 지류(支流)의

여경을 공부하더라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치는 자명한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람이 코끼리를 보려고 생각하면서 단지 코끼리의 발자국만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런 사람을 지혜 총명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총명하지는 못합니다.』

 

『불도를 열심히 닦으려는 사람들도 이와 같은 모양으로 반야바라밀을 버리고

성문, 연각 등의 소행을 경(經)을 잘못 받아 들여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사람이 망망대해의 물을 보려고 생각하면서 단지 소의 발자국에 고여 있는 적은 물을 찾아서,

 

<이 물은 큰 바다의 물과 같은 것일까?>하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대는 이 사람의 소행을 총명하다고 생각하는가?』

『총명한 소행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장차 후세에서는 불도를 구하는 사람들이 반야를 버리고 소승교를 따르게 되는 것이다.

가령 건축가 또는 그의 수하(手下)들이 제석천(帝釋天)의 희견성(喜見城)의 궁전을

모작(模作)하려고 일월(日月)이 궁전에 들어앉아서 이것을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대는 이 건축가를 지혜 있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내세(來世)에서 복덕이 적은 사람들이 불도를 구하는 데에도 이와 같이

어리석고 그릇된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쩐 사람이 전륜성왕(轉輪聖王)을 보려고 생각하는데 전륜성왕의

모습을 전연 모르기 때문에 후일 작은 나라의 왕을 보았을 때

그 작은 나라의 왕을 전륜성왕으로 그릇 판단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내세에 박덕한 선남선녀가 불도를 닦을 때에 반야바라밀을 버리고 성문, 연각의 수행을

쌓으며 일체지를 얻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대는 이 사람을 총명예지 하다고 생각하는가?』

『길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보살의 마사(魔事)인 것이다. 이를테면 굶주린 사람이 산해진미가 가득 찬

잔칫상을 물려 놓고 육십일 동안에 여문 맛없는 쌀밥을 먹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신기한 마니주(摩尼珠)를 얻었으면서도 이것을 수정주(水晶珠)에 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석존께서는 반야가 보살수행의 근본이 되는 것이고 그 대전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근간을 포기하고 가지와 잎에 지나지 않는 소승 등의 여경을

수업(修業)해서 일체지를 획득하려는 것은 모두가 마(魔)의 소업(所業)이라는 것을

상세히 예를 들어 가면서 수보리에게 설법하셨던 것이다.

관련 문헌 : 마하반야파라밀경 제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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