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m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오월 한낮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모란 꽃 속에서
누군가 잠시 들려주고 다시 꽃 속으로 들어갔을 것 같은 말.
모란꽃에 실린 인생. 모란꽃으로 다시 살아나는 사랑.
비록 현실의 사랑은 잃었어도 끝내 마음 속 사랑까지는
잃을 수 없어 자연으로 돌아오는 눈부신 사랑의 부활을 본다.
이런 때는 떠난 사랑도 떠난 사랑이 아니고 영원히 사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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