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지옥보다는 낫다

갓바위 2022. 5. 17. 09:49

 

어떤 왕이 수행자 한 사람과 친척지간이었다.

왕은 수행자를 공경하여 날마다 찾아가 문안을 올렸다.

대신 한사람이 왕에게 말했다.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천한 사람에게 매일 문안을 올리십니까?"

더구나 그 수행자는 왕을 뵙고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왕이 그 말을 들으니 자존심이 상했다.

 

왕은 자신의 행동이 지나친 것이라 여기며 대신에게 말했다.

"그대 말에도 일리가 있다. 만일 내일 아침에도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목을 베고 말리라."

 

이튿날 아침, 왕은 다시 수행자를 찾아갔다.

수행자는 왕이 오는 것을 보고 금세 왕의 마음을 읽었다.

수행자는 왕이 자신을 해치려는 것을 눈치 채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일어나 예를 올리지 않으면 왕이 내 목을 끊겠구나. 하지만

내가 일어나 왕을 맞는다면 그는 곧 왕위에서 쫓겨날 운명이로다.'

왕의 미래를 내다본 수행자는 고민에 빠졌다.

 

일어나 인사를 하자니 왕이 쫒겨날 것이요,

가만히 앉아 있자니 자신의 목이 달아날 것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다가 목을 베이면

왕은 그 죄로 인하여 지옥에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수행자는 왕이 지옥에 떨어지느니

왕위에서 쫒겨나는 편이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수행자는 왕이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왕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어제까지는 인사를 올리지 않더니 오늘은 웬일이오?"

 

수행자가 대답했다. "전하를 위해서입니다."

"그럼, 어제는 왜 인사를 하지 않았소?'

"그것도 전하를 위해서입니다." "나를 위해서라니?'

 

"전하께서 어제는 좋은 마음으로 저에게 왔고, 오늘은 나쁜 마음을 가지고 왔습니다.

전하께서 내 목을 베면 곧 지옥에 떨어질 것 같아 이렇게 인사를 올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인사를 올렸으니 전하께서는 곧 왕위를 잃을 운명입니다."

 

"내가 왕위를 잃는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앞으로 7일 후에는 왕위를 잃게 될 것입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도를 터득한 수행자의 말이었으므로 무시할 수도 없었다.

 

왕은 궁궐로 돌아온 뒤 성의 수비를 강화하고,

만일에 대비하여 창고에 곡식과 먹을 물응 가득 채워두었다.

이윽고 7일 째가 되었다.

 

왕은 내심 초조했으나 한낮이 되도록 하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왕은 강물에 배를 띄우고 뱃놀이를 하면서 소리쳤다.

"그자는 거짓말을 하였구나!'

 

그 무렵, 이웃나라에선 큰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나라 왕은 옆 나라 왕이 물이 나오게 하는 구슬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곧 군사를 동원하여 성을 포위했다.

 

그리하여 뱃놀이를 하고 있던 왕도

포로가 되어 7년 동안이나 이웃나라에 끌려가 있어야 했다.

 

*출전 : <<사분율>>권53

갖고 있는 부귀영화를 다 잃을 지라도 죽는 것보다는 낫다.

비록 창칼에 찔려 비참하게 죽을지라도 지옥에 떨어지는 것보다는 낫다.

불교가 정말 좋아지는 불교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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