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 불교 교리 강좌

도둑의 깨달음

갓바위 2022. 5. 21. 09:06

 

항상 놀기를 좋아하고 남의 물건을 기막히게 훔치는 재주를 가진 도둑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미 널리 알려져 사람들은 모두 그가 도둑임을 알았다.

 

어느 날, 그는 어떤 절에 구리 항아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절에 숨어들었다.

하지만 구리 항아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가 막 절을 나오려는데 어디선가 스님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천인(天人)의 눈 깜빡이는 것은 매우 더디고

속세 사람들의 눈 깜빡이는 것은 매우 빠르구나

얼마 후, 그 나라의 왕이 값진 구슬 하나를 구하여 탑 기둥에 달아 두었다.

이 소문을 들은 도둑은 기회를 노리다가 마침내 그 구슬을 훔쳐 숨겨놓았다.

귀한 구슬이 없어진 것을 안 왕은 매우 화가 나서 온 백성들에게 명했다.

 

"누구라도 구슬을 가져오는 자가 있으면 큰 상을 주겠노라!"

그러나 상당한 시일이 지나도록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슬기로운 신하 한 사람이 왕에게 말했다.

 

"이 나라에 도둑이 거의 없어졌지만, 오직 한 사람만이 도둑질을 하며 살아갑니다.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알고 있으니, 구슬도 반드시 그자가 훔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증거가 없지 않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신하는 왕에게 한 가지 꾀를 일러주었다.

이튿날이 되자 왕은 신하의 말대로 도둑을 궁궐로 초대했다.

그런 다음 술을 권하여 취하도록 만들었다.

 

도둑이 술에 취하자 왕은 기녀들을 화려하게 치장시킨 다음 그의 주변에 세워놓았다.

술에서 깨어난 도둑은 주변을 돌아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마치 천국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도둑이 어리둥절해하자 아리따운 기녀 하나가 다가와 물었다.

"이곳은 하늘나라입니다. 당신이 이곳에 오기 전에 귀한 구슬을

훔쳤기 때문에 하늘나라에 태어난 것입니다. 그런일이 있었지요?'

 

도둑은 꿈인지 생시인지 아리송했다.

순간 그는 옛날 절에 구리 항아리를 훔치러 갔다가 들었던 스님의 노래가 떠올랐다.

'만일 이곳이 하늘나라라면 여인들의 눈 깜빡이는 것이 매우 더딜 것이다'

 

도둑은 얼른 기녀들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기녀들의 눈 깜빡임은 보통사람들과 전혀 다름이 없었다.

도둑은 곧 이곳이 하늘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하여 몽롱한 눈빛을 한 채 기녀에게 말했다.

"나는 구슬을 훔친 일이 없소, 아마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오."

도둑이 술이 깨자 왕은 더 이상 죄를 물을 수가 없었다.

 

난감해진 신하가 다시 왕에게 한 가지 괴를 일러주었다.

이튿날 왕은 신하가 일러준 대로 도둑을 불러다가 대신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미리 창고의 물건을 조사한 다음, 그 창고의 책임자로 임명했다.

 

"창고를 관리하는 자리는 오직 왕이 믿는 사람만 임명될 수 있다.

그러니 창고를 잘 지켜 잃어버리는 물건이 없도록 하라."

그 말을 들은 도둑은 감격했다.

 

왕이 가장 믿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던 것이다.

도둑이 감격하는 것을 본 왕이 은근히 물었다.

"옛날 내가 구슬을 잃은 적이 있는데, 혹시 그런 말을들어본 적이 있느나?"

 

왕의 말에 도둑은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전하께서 저를 이토록 신뢰하시는데 어찌 거짓말을 하게습니까?

사실 그 구슬을 훔친 자는 바로 저였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가 술에 취해 뭇 기녀들이 물었을 때는 왜 사실대로 고백하지 않았는가?''

"옛날 절에 갔다가 '하늘나라 사람들이 눈을 깜빡이는 것은 매우 더디다'는 게송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왕은 구슬을 얻은 대신 도둑을 용서해주었다. 도둑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원컨데 제가 출가할 것을 허락해주소서!"

"이제 그대는 용서를 받아 부귀와 쾌락을 다 얻을 수 있는데 왜 출가하려 하는가?"

"저는 한 구절의 게송을 들은 것만으로 목숨을 건지고 용서를 받았습니다.

 

하물며 많은 경전을 듣고, 외우고, 수행한다면 얼마나 큰 이익을 얻겠습니까?

그러므로 제가 출가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출전 : <<경률이상>> 권44 / <<찬집백연경>> 권8 <비구니품>

처음 마음을 일으키는데는 한 구절이면 족하다.

<<금강경>>에 '머무는 바 없이마음을 일으켜라(應無所住 而生其心)'는 말이 있다.

시작이 절반이다. 지금 마음을 일으켰다면, 이미 절반을 니운 것이다.

불교가 정말 좋아지는 불교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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